한국 공간정보산업의 ‘진짜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기자의 취재 경험에 따르면, 그동안 일부 공간정보 단체의 세미나 현장에선 “공간정보 1조 시장 만들자”라는 구호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그런데 국토부는 매년 발표하는 통계에서 공간정보 매출이 11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1조 원과 11조 원의 거리는 우주만큼이나 먼 것이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개최한 ‘공간정보 분야 해외진출 지원 워크숍’에서도 국내 공간정보 시장에 대한 ‘우주적 통계’에 따른 ‘장밋빛 전망’이 나왔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국토부 통계를 인용해, 국내 공간정보산업이 2022년 기준 매출액 11조123억 원, 종사자수 7만2486명, 사업체수는 5871개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2012년 이후 10년 연속 연평균 매출액 7.3%(5,700억 원), 종사자수 5.4%(2900명), 사업체 2.7%(140개) 등 지속적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발표를 하던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이 통계는 통계청 승인을 받은 것으로 공간정보 구축·관리·활용 서비스를 총망라해 집계한 것”이라고 애써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요즘말로 표현하자면 통계 시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을 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올해 기준으로 공간정보사업 발주규모는 국토지리정보원 1,500억 원을 비롯해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실 1,500억 원 등 총 3,000억 원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의 말마따나 국토부와 국토지리정보원 이외 지자체와 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 등 공간정보 관련 공공발주 규모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국내 공간정보시장 규모는 채 1조 원도 넘지 않을 것 같다. ‘영끌 통계’를 발표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의 생각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 공간정보기업 사이에서는 “갈수록 수익이 떨어진다”는 아우성까지 커지고 있다.
그래서 한국 공간정보정책을 이끌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 차원에서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국내 공간정보산업이 이미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된 상황에서 해외시장 발굴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제3차 공간정보산업 진흥 기본계획(2021~2025)’에서 해외사업 수주 1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설정하기도 했다.
공간정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진출과 관련해 “기업은 해외시장 정보 취득과 외국기관 관계자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해외로드쇼 등 해외진출 기회를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지리정보원은 국제협력 등을 통해 공간정보기업 해외진출 지원 활동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이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해외진출 성공을 위해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영끌 통계’에 따른 ‘장밋빛 전망’일 것 같다. 잘못된 시장 분석에 기반 한 계획은 실패의 가능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보다 객관적인 국내 공간정보시장 분석이 먼저다. 업계도 마찬가지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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