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에 6.25전쟁으로 미군 부대가 가까이 주둔해서였던지 배급품으로 받은 미군 전투식량인 씨 레이션 상자에 든 캔 속의 갈색 가루를 어떻게 먹는 것인지 어른들도 알지 못하고 냄비에 끓여 엿처럼 고아서 먹어보다가 쓴맛에 놀라 버린 것이 커피였다는 사실은 많은 세월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1900년 7월 8일 경인철도 전 구간 개통과 함께 영업이 시작된 남대문역은 1925년 역사가 신축된 후 경성역(구 서울역)으로 바뀌었으며, 구 서울역 2층에 있었던 식당(서울역 그릴)이 우리나라 최초의 양식당이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남대문역에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점이 있었다는 사실을 10년 전 철도박물관에 근무할 때 함께 한국박물관협회 회원이면서 남양주에 ‘왈츠와 닥터만 커피 박물관’을 설립하고 커피의 역사를 연구하던 박종만 관장의 철도박물관 방문을 통해 알게 되었던 이야기를 소개한다.
박관장님 이야기에 의하면 커피 역사는 1923년 후타미(二見)가 한국 최초의 다방이라 알려져 있었을 뿐인데 ‘청부제(위탁경영)로 운영되던 철도식당 영업이 조선총독부 직영체제로 바뀌면서 일본군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종업원이던 마츠이 카이치로(松井嘉一郞)가 1913년 4월부터 남대문역 기사텐(喫茶店 : 우리말 다방의 일본식 표기)과 식당차용 물품을 납품한다.’는 기록에서 1913년에 남대문역에 다방이 있었다는 사실은 확인하였으나 개업 시기는 알지 못하고 ‘한국커피역사전’을 준비하던 중 1909년 11월 3일자 황성신문에서 남대문역 다방의 개업을 알리는 짤막한 기사(茶座開設 南大門停車場에 一日붓터 喫茶店을 開設얏다더라 : 다좌개설, 남대문 정거장에는 1일부터 다방을 개설하였다더라)를 발견하면서 1909년 11월 1일 남대문역에 다방을 개업하였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남대문역의 역사는 철도박물관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고 2011년 1월 방문한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박물관인들의 공통된 습관을 엿볼 수 있는 모습으로, 우리는 많은 자료를 뒤적이던 중 1915년 조선총독부철도국에서 펴낸 ‘조선철도여행안내’라는 책자에서 경부본선 남대문역을 소개하는 내용과 함께 게재된 남대문역 다실 내부와 입구의 사진을 찾아내어 최초의 다방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일본은 1888년 최초의 커피점인 가히차칸(可否茶館) 자리에 기념 표지석을 세워놓았다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기록을 찾을 수는 없으나 서양인들이 조선을 오가기 시작한 17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는 개연성이 있어, 밝혀지지 않은 역사적 실마리를 하나하나 추적하고 발굴하여 우리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립해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덧붙여 남대문역은 경성~인천 간 경인철도의 용산~경성 간에 있는 역으로 1899년 7월 한강의 홍수로 인한 한강철교 부설공사가 늦어짐에 따라 1900년 7월 8일 영업이 시작된 후 1917년 용산~신의주 간의 경의선 시발역을 남대문역으로 변경하고 역사를 신축하여 경성역으로 변경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1922년부터 역사 신축공사가 시작된 후 1923년 역명을 경성역으로 변경(최초 경성역은 1905년 서대문역으로 변경 후 1919년 3월 폐지) 하였으며, 1925년 새 역사가 준공되었고, 해방 후 1947년 서울역으로 역명이 변경되었다.
▶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의 철도역사 이야기는 ‘제70화’에서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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