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의 철도역사 이야기 ‘제68話’

여성전용칸 이야기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1/05/21 [15:39]

[기획칼럼]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의 철도역사 이야기 ‘제68話’

여성전용칸 이야기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1/05/21 [15:39]

▲ 2002년 출간된 <도시철도> 책자                     © 매일건설신문

 

1992년 12월 1일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수도권 전철 구간에서 ‘여성·노약자 전용칸’이 10여 년 이상 운영된 적이 있었다. 

 

지하철이 개통되기 전인 1950년대 통학 열차에는 ‘남학생 칸’과 ‘여학생 칸’이 구분되었으며, 당시 필자가 통학하던 시절의 객차는 화차를 개조하여 만든 대용 객차로 옆 칸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없어 일단 승차하여 출발하면 다음 역까지는 다른 칸으로 이동할 수도 없는데 어느 날 늦게 도착하여 출발하는 열차에 뛰어 탄 칸이 여학생 칸이어서 다음 정차역까지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곤욕을 치른 경험이 있다. 남, 여학생 칸을 구분했던 것은 어쩌면 옛 어른들의 ‘남녀 7세 부동석’이라는 교훈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여성전용칸의 운영 이야기가 아닌 역사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며, 여성전용칸 운영은 나라와 사람, 그리고 환경에 따라서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으며, 옳고 그름으로 이야기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는 여성전용칸에 대한 남다른 추억이 있어 그때의 이야기를 간추려본다. 철도청 수도권전철 운영 업무를 담당하던 시절인 1997년 5월 일본 NHK방송사에서 일본 지하철 내의 성추행 문제가 심각하여 한국의 여성전용칸 운용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며 인터뷰를 요청하여 그들과 함께 여성전용칸 이용 현장을 방문하며 보도자료 촬영에 협조하고 상당 기간이 지난 후 NHK방송사에서 방송했던 내용이 담긴 CD와 함께 일본에서 인터뷰 내용을 종일 방송하였는데 반응이 좋아 일본에서도 여성전용칸 제도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협조해주어 고맙다는 서신을 보내왔다.

 

그 후 필자는 2002년 책(도시철도)을 출간하면서 일본을 방문하여 당시 신주쿠(新宿)역에서 여성전용칸이 잘 운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고, 사진과 함께 그 내용을 책에 삽입하였으며, 일본이 우리 제도를 본받게 하여 기분이 좋았다. 그즈음 수도권 전철 운용을 견학차 방문한 일본철도 직원들을 안내하던 중 ‘한국은 철도청, 서울지하철공사,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한 기업임에도 왜 구분하여 운영하느냐?’는 엉뚱한 질문을 받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물어보니 승차권 한 장으로 모든 구간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든 노선의 주인이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대하여, 현재 하드웨어는 일본이 앞서고 있으나 소프트웨어는 한국이 앞서기 때문인 것 같으니 견학을 마치고 돌아갈 때쯤에는 알게 될 것이라고 대답을 했는데, 요즈음도 일본에서 철도를 이용하려면 노선에 따라 승차권을 구입해야 하고, 고속도로 통행권도 노선에 따라 구입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물론 그들이 우리처럼 하나의 승차권이나 하나의 통행권으로 호환하여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는 않을 것이며, 그들 나름의 이유와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오래전 부산지하철에서 ‘여성배려칸’이라는 이름으로 시범운영을 검토하면서 여성전용칸 제도는 일본의 여러 도시에서 시행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서울특별시와 대구광역시에서 과거 시행하려다가 성 역차별 논란으로 무산된 적이 있다는 검토 의견을 보면서 일본이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여성전용칸 제도를 본받아간 사실은 모를 수도 있지만, 서울에서 10여 년 이상 시행되었던 제도였다는 사실 정도는 좀 더 검토했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것인데 간과된 점이 아쉬우면서 역사의 왜곡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였다.     

 

▶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의 철도역사 이야기는 ‘제69화’에서도 이어집니다. 

 

 

 

ⓒ 매일건설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도배방지 이미지

정책 피플
이동
메인사진
“물재생 역량 강화와 글로벌 물산업 육성하겠다”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