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하도급에 대해서도 당연히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이 적용된다. 2025년에 설시된 지식재산처·벤처기업협회 조사에서, 기술탈취 발생 시 피해 중소기업의 주요 애로사항은 증거수집 등 입증곤란(73%), 소송기간 장기화(60.8%), 소송비용 과다(59.5%)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기술탈취 사건에서 증거수집 등 입증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26. 1. 29.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상생협력법이 기술자료 유용 분쟁에 이른바 ‘한국형 증거개시 제도(K-디스커버리)’가 도입되어 향후 국내 기술분쟁 소송 구조에 중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에 상생협력법에 도입된 K-디스커버리 제도는 법원의 증거확보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핵심 내용으로, (i)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당사자 사업장을 방문해 자료 열람 및 사실조사를 수행할 수 있고, 그 조사 결과는 증거능력을 갖게 된다. 개정 법률은 또 (ii) 당사자 간 법정 외 신문을 녹음·영상 방식으로 진행해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iii) 자료 훼손·멸실을 방지하기 위한 자료보전 명령 제도가 신설되었다. 이와 함께 (iv) 법원은 중기부 행정조사 자료에 대해 제출을 명할 수 있게 되었으며, (v) 수・위탁 계약 체결 이전 단계의 기술자료 유용 행위까지 법적 처벌 및 배상 책임이 적용될 수 있게 보호 범위가 확대되었다. 개정법은 공포 후 1년 뒤에 시행된다.
상생협력법 개정사항 요약 1.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를 통한 사실 조사 기술자료 유용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신청인의 요청에 따라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를 통해 당사자의 사무실, 공장 등의 방문 및 자료열람 등으로 필요한 조사를 수행하고, 그 조사 결과를 법원이 증거능력으로 인정할 수 있다.
2. 법정 외 당사자 신문 기술자료 유용 행위와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양 당사자의 신청에 따른 법원의 결정으로 녹음, 영상녹화 등의 수단을 활용한 당사자 간 신문을 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결과를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할 수 있다.
3. 법원의 자료 보전 명령 법원은 기술자료 유용 행위와 관련한 위반행위 증명, 손해액 산정 등에 필요한 자료를 관리·보유하는 자에게 그 자료의 훼손·멸실 방지를 위해 자료보전을 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번 개정안에서는 법원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관련 사건의 실체파악과 신속한 재판 등을 위해 중기부에서 수행한 행정조사와 관련한 자료제출을 명할 수 있도록 하는 ‘자료제출명령권’도 도입되었으며, 수·위탁 거래 체결 이전에 발생한 기술자료 유용행위에 대해서도 해당 법령을 적용할 수 있도록 보호범위를 확대하였다.
K-디스커버리의 도입으로 피해기업의 권리구제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자료 취급에 대한 기업의 내부 관리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 조사 및 자료보전 명령은 기존 민사소송 절차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증거 확보 수단이어서, 기술자료 관리 체계가 미비한 기업에는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기술자료 분쟁은 단순한 계약 분쟁을 넘어, 데이터 관리·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체계 전반을 포함하는 기업 리스크 관리 영역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상생협력법에 도입된 K-디스커버리 제도는 손해배상 소송에서 입증책임을 오로지 원고에게만 부담시키면서도 실효적인 증거개시 제도를 두지 않은 우리 민사소송법상 혁명과 같은 조치이므로, 이를 민사소송법 전반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생협력법과 거의 같은 영역을 규율하는 하도급법의 손해배상제도에는 반드시 K-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K-Discory 제도가 법에 도입된 것과 이를 실제 운용할 법원이 실제로 소송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채택할지는 다른 문제이다. 지금까지 하도급법을 필두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법에 도입했지만 법원은 그 적용에 소극적이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법원은 K-Disovery 제도를 실제 소송에서 허용하는 것에 대해 소극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신설된 관련 조항들이 ‘법원은… 할 수 있다’며 법원의 소송지휘권 내의 재량사항처럼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법원이 허락하지 않으면 K-Discovery 절차가 개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이럴 가능성이 반드시 기우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
한편, Discovery 제도가 가장 활성화된 미국 소송법에서 광범위한 증거개시로 인한 피고의 피해를 막기 위해, Motion of Dismission 제도 등 피고 보호 제도를 두고 있다. 이는 설령 원고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관계가 진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법률상 원고가 승소할 수 있는 요건(Legal Claim)을 충족하지 못했으므로 소장을 기각해 달라는 요청이고, 판사는 원고의 소장 내용과 그에 첨부된 서류(또는 소장에 편입된 문서)만을 심사의 기준으로 삼으며, 본격적인 디스커버리 절차를 밟기 전에 소송을 조기에 종결시키기 위해 피고가 주로 활용하는 제도다. 금번 개정에 Motion of Dismission 제도 등 K-Discovery에 대응하는 피고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를 두지 않은 것은 아쉽다.
/정종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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