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표방 ‘공간정보 개정안’… 기업에 되레 족쇄 될라‘국가공간정보 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 공청회 열려‘보안처리 및 보안성검토 절차 규정’ 미흡 평가 나와 모호한 규정에… 민간기업에 과도한 형사책임 우려도 국토부 “공간정보 실시간 서비스에서 보안처리 고민”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정부가 공간정보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이 생산한 공간정보에 대한 보안처리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는 한편 ‘공개제한 공간정보’ 보안심사 기준 완화에 나선 가운데 법령의 ‘보안처리 및 보안성검토 절차 규정’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로 인해 규제 완화를 표방한 제도가 민간에게는 되레 전면적인 보안 규제로 작동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보안처리 위반자에 대한 시정명령’의 기준이 모호해 민간기업들로 하여금 과도한 형사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23일 수원시 소재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국토부는 공간정보 보안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디지털트윈국토의 활성화 및 국토위성정보의 안정적 활용 취지로 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17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 중이다. 올해 12월 3일 시행에 앞서 산업계 의견 수렴에 나선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민간이 생산한 공간정보에 대한 보안처리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것이다. 또한 좌표가 포함된 고해상도 위성영상과 등고선이 포함된 정밀한 지도 등 ‘공개제한 공간정보’의 활용을 위해 거쳐야 하는 ‘보안심사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토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간정보의 활용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높여 공간정보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공청회에서는 민간이 생산한 공간정보의 보안처리 절차·방법과 관련해 규정 미비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산업계 대표로 토론에 나선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조영기 사무총장은 “민간이 적법하게 형성한 자기 자산을 다루는 행위 자체에 대해서도 부과되는 일반적이고 직접적인 작위의무다”고 개정안 규정을 평가했다. 그는 “(보안시설의) ‘전부삭제’만이 유일한 수단이 아닌 것을 분명히 하고 있는 법률의 취지가 하위 법령에서 후퇴하지 않도록 흐림처리, 해상도 조정 등 덜 침익적인 방법을 우선 적용하고 ‘전부삭제는 그것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한다’라는 단계적이고 비례적인 적용 원칙을 시행령에 표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의 ‘보안처리 위반자에 대한 시정명령’과 관련된 지적도 제기됐다. 조영기 사무총장은 “민간사업자들은 무엇이 보안처리 대상인지 알 수 없는 사항이고, 행정기관의 통보로 비로소 확정되고 그 통보 내용조차도 보안상의 이유로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형벌의 구성요건이라고 하는 것은 수검자가 무엇이 금지 요구되는지 예견할 수 있을 때 명확해야 한다는 것들이 죄형법정주의 명확성의 원칙이다”고 지적했다. 보안처리 의무대상이 비공개 통보로 정해지고 그 절차와 방법이 대통령령, 그리고 고시로 위임된 상태에서 그 위반의 형사처벌이 직결되는 구조는 명확성 원칙, 포괄위임 금지 원칙과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조 사무총장은 이에 대한 개선 방안으로 “시행령에 보안처리 기본 유형이나 판단기준, 보안성 검토의 처리기간 등 핵심규격을 규정해야 한다”며 “그럴 경우 형벌의 전제가 되는 의무내용을 상위 법령에서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정명령 관련된 부분은 보안성 검토를 거쳐서 대상시설의 미처리가 확인된 경우에 한해 발령되도록 요건을 명확히 한정해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대상을 알기 어려웠던 사업자가 곧바로 형사책임에 도출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로 기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선 ‘공간정보 실시간 갱신 서비스’와 ‘보안처리 및 보안성검토 사전심사의 구조적인 충돌’ 문제도 제기됐다. 이는 현재의 ‘지도 플랫폼 서비스’는 공간정보 데이터를 실시간에 가깝게 갱신·배포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모든 변경사항을 외부 서비스 전에 개별 보안성 검토에 맡겨야 할 경우 검토 대기 시간 동안 서비스 배포가 멈춰 연속성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24시간 365일 제공하는 서비스에 모든 변경사항마다 사전검토를 요구하는 것은 보안처리를 위한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는 ‘국토위성활용센터’의 설치 및 운영 근거도 마련됐다. 현재 국토위성은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운영과 활용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된 고해상도 위성영상(0.5m급)은 중앙행정기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공간정보 구축, 국토변화 모니터링, 재난 대응, 도시계획, 환경 및 산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2021년 3월 국토위성 1호 발사 이후 약 5년 만인 지난달 2호가 발사됐다. 국토부는 국토위성 2호에 이은 후속 3·4호 위성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서일대 박준규 교수(한국측량학회 부회장)는 “실제 위성정보 하나만으로 공간정보 활용에 대한 부분이 쉽지는 않다”며 “여러 가지 다양한 융·복합 부분으로 확장을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거버넌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런 부분까지도 조금 더 관련 규정 등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공간정보 기본법과 시행령의 시행을 약 5개월 가량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토부에는 민간기업 의무발생단계의 모호성, 공간정보 실시간 서비스와 보안성 검토의 불일치 등 관련 규정을 개정안과 고시에 얼마나 명확히 담아내느냐의 숙제가 주어졌다.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과 관계자는 “공간정보 실시간 서비스에서 보안처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이번 개정안의 핵심 문제이고, 그러지 못할 때 민간에 형사처벌이 따르는 구조다”며 “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법령 체계가 안 맞는 부분들은 법제처에서 다듬어 맞춰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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