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미 고속철도 협력의 비전

최근 중국 고속철도로 동부 연안과 서부 내륙 연결, 대한민국 경험 바탕 준비해야

류창기 기자 | 기사입력 2026/06/19 [11:09]

[기자수첩] 한미 고속철도 협력의 비전

최근 중국 고속철도로 동부 연안과 서부 내륙 연결, 대한민국 경험 바탕 준비해야

류창기 기자 | 입력 : 2026/06/19 [11:09]

▲ 류창기 기자  © 매일건설신문


19세기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성장시킨 핵심 인프라 중 하나는 대륙횡단철도였다. 광대한 국토를 연결한 철도망은 사람과 자원, 산업과 시장을 하나로 묶었으며, 미국 경제의 폭발적 성장과 국가 통합의 기반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방대한 철도망을 통해 병력과 군수물자, 원자재를 신속하게 이동시킴으로써 미국의 압도적인 산업 생산력을 국가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21세기에도 국가 발전의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 일반철도가 국가 성장의 동맥이었다면, 오늘날에는 고속철도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새로운 동맥 역할을 하고 있다. 고속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다. 사람과 산업, 기술과 자본을 연결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지역 간 경제적 격차를 줄이며, 국가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권으로 통합하는 전략적 인프라다.

 

세계 주요 국가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먼저 일본은 지난 1964년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인 신칸센을 개통해 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해 국가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일본은 고속철도를 통해 경제성장의 기반을 강화하고 세계적인 철도기술 강국으로 발전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TGV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었다. 이후 독일 ICE, 스페인 AVE, 이탈리아 Frecciarossa 등이 잇달아 구축되면서 유럽 전역이 고속철도 네트워크로 연결되기 시작하했다. 그 결과 국가 간 이동시간이 크게 단축됐고, 관광·비즈니스·물류·산업 협력이 활성화됐다. 유럽연합(EU)은 고속철도망을 통해 단순한 경제공동체를 넘어 실질적인 생활·경제 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었다. 오늘날 유럽의 고속철도는 유럽 통합의 상징이자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민국과 대만은 상대적으로 국토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고속철도를 적극 활용해 국가 발전을 이루었다. 대한민국은 KTX를 통해 서울과 부산을 2시간 생활권으로 연결돼 기업 활동과 관광, 교육, 문화 교류가 크게 확대됐다. 대만도 고속철도를 통해 타이베이와 가오슝을 90분 생활권으로 통합하고, 첨단 반도체 산업이 밀집한 지역들을 효율적으로 연결함으로써 국가 경쟁력을 높였다. 이들 사례는 국토 면적과 관계없이 고속철도가 국가의 시간을 단축하고 경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중국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고속철도망을 구축해 동부 연안과 서부 내륙을 연결하고 수많은 도시를 수 시간 생활권으로 통합했다. 그 결과 인력과 자본의 이동이 활성화되고, 내륙 개발과 지역 균형 발전이 촉진됐다. 전국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연결됐다. 중국의 발전을 모두 고속철도 덕분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고속철도가 국가 통합과 경제 성장의 강력한 촉진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이러한 사례들이 주는 공통된 교훈은 명확하다. 일본은 고속철도로 생산성을 높였다. 프랑스·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고속철도로 유럽 통합과 국가 경쟁력을 강화했다. 한국과 대만은 경제권을 통합하고 첨단산업의 성장을 촉진했다. 중국은 광대한 국토를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했다. 즉 고속철도는 단순한 교통시설이 아니라 국가 발전 전략의 핵심 인프라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대 우방국인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화물철도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뉴욕과 워싱턴, 보스턴, 텍사스 삼각지대, 캘리포니아 대도시권과 같은 지역들은 고속철도가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아직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지역들이 고속철도로 연결된다면 생산성 향상, 첨단산업 클러스터 확대, 지역 균형 발전,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 국가 통합 강화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의 훌륭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KTX와 SRT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속철도 건설·운영 경험을 축적했으며, 설계·시공·차량·신호·전력·유지관리 전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민국 특유의 강한 실행력과 효율적인 프로젝트 관리 문화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과거 대한민국은 미국의 도움으로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제는 대한민국이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의 미래 인프라 혁신에 기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을 넘어 자유와 번영이라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의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 19세기 미국을 세계 최강국으로 만든 것은 대륙횡단철도였다.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인프라는 고속철도망이 될 수 있다. 일본은 생산성을 높였고, 유럽은 통합을 이루었으며, 한국과 대만은 국가의 시간을 단축했고, 중국은 광대한 국토를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했다. 이제 미국은 고속철도를 통해 다시 한 번의 국가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그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온 동맹국으로, 미국의 미래 고속철도 시대를 함께 열어갈 준비가 되어 있다. 철도는 단순한 선로가 아니라 국가의 시간을 단축하고 미래를 앞당기는 문명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류창기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