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마련된 사회적 안전망이다. 산업 현장은 언제나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고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발생한다.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가 바로 산재보험이다.
노동자가 사고를 당했을 때 치료비와 생활비를 지원하여 생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제도의 본래 목적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현장에서는 이 제도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협박과 부정수급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 이는 제도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다.
어느 현장에서 있던 일이다. 그라인더 작업이 진행 중이던 장소를 지나가던 중 발생한 비산물에 의해 눈을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회사는 이를 산재로 처리하여 보험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해당 노동자는 지급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수천만 원대의 추가 보상을 요구하였다. 사업주가 이를 거절하자 노동자는 안전 문제를 빌미로 고용노동부에 고발을 진행했고 실제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 법적 절차에 따라 산재 처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불필요한 분쟁과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산재보험은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여 사업주에게 금전적 이득을 강요하는 행위는 단순한 불만 표출을 넘어 범죄에 해당한다. 강요죄와 공갈죄로 처벌받아야 마땅한 이러한 행위는 제도를 ‘공갈의 도구’로 전락시키며 선량한 노동자와 성실한 사업주 모두에게 피해를 끼친다. 제도가 불법적 거래와 협박의 장으로 변질된다면 진정으로 산재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왜곡되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흐려지게 된다. 결국 피해는 제도의 본래 목적을 성실히 따르는 다수에게 돌아가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브로커의 개입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일부 노동자는 직접 요구하지 않고 산재 처리 경험이 많은 브로커나 법률 대리인을 통해 사업주에게 압박을 가한다. 이들은 제도의 허점을 잘 알고 있으며 노동자에게 “추가 합의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사업주에게는 고용노동부 고발이나 언론 노출을 빌미로 협상을 강요하고 노동자에게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요구한다. 결국 제도는 본래 목적과 달리 브로커의 이익을 위한 거래의 장으로 변질되고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 피해자가 된다.
브로커의 존재는 제도의 신뢰를 더욱 훼손한다. 노동자는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브로커가 개입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심을 받을 수 있고 사업주는 비록 부족하지만 법적 절차를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는 협상과 압박에 휘말릴 수 있다. 이는 노동자와 사업주 간의 신뢰를 붕괴시키고 산업 현장의 건전한 노동 환경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나아가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제도의 본래 기능은 점차 퇴색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부정수급 방지를 위한 철저한 조사와 법적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협박이나 공갈을 통해 추가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는 강력히 제재해야 하며 브로커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산재보험금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의 제기 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선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줄여야 한다.
아울러 신뢰 회복 장치 마련도 중요하다. 선량한 노동자와 성실한 사업주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제도 악용 사례에 대한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산재보험이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제도 개선은 단순히 처벌 강화에 그쳐서는 안 된다. 노동자들이 산재보험금 산정 과정과 지급 절차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과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 불필요한 오해와 불만을 줄이기 위해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고 상담 및 이의 제기 절차를 합리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업주 역시 안전 관리 의무를 철저히 이행하고 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성실하게 대응함으로써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해야 한다.
산재보험은 흥정의 수단이 아니라 사회적 안전망이다. 이를 악용하는 소수의 행위가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훼손하고 사업주와 노동자 간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부와 사회는 산재보험이 본래의 목적대로 운영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전문가 모임 대표,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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