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천공기 사고, 구조적 개혁 없는 안전은 허상이다

공사 중 건설사고,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해야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03/04 [13:04]

[기고] 천공기 사고, 구조적 개혁 없는 안전은 허상이다

공사 중 건설사고,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해야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03/04 [13:04]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건설현장에서 천공기가 또다시 넘어지는 사고가 4일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토교통부는 건설현장의 중장비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하였다. 정부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시점에 동일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현장 적용의 시급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번 사고는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 얼마나 빠르게 안착하고 있는지 그리고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있는지를 점검해야 함을 시사한다. 국토부가 내놓은 장비 안전장치 강화, 발주청 책임 확대, 제도 개정, 합동점검 정례화, 사고 조사 결과 공개, 맞춤형 안전교육 등은 분명 필요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작업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현장은 도심과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아 관리와 통제가 미흡할 경우 주변을 지나던 시민이 위험에 노출된다. 항타기 사고로 시민이 사망하는 것은 단순한 산업재해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망이 흔들린 결과이다. 따라서 공사 중 시민이 다치는 사고는 ‘중대시민재해’ 범주에 포함시켜 법적 책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주로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안전 보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는 작업자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생명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특히 도심과 인접한 현장에서 천공기와 같은 중장비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을 지나던 시민이 직접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 체계에서는 이러한 시민 피해가 중대시민재해 범주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시민이 공사 중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강력하게 묻는 장치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따라서 천공기 사고와 같은 건설현장 사고를 중대시민재해에 포함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렇게 할 경우 작업자뿐만 아니라 시민 모두를 포괄하는 안전망을 마련할 수 있으며 발주자를 비롯한 시공사 모두가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욱 철저한 관리와 예방 조치를 취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안전 수준을 높이고 공공사업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은 장비 안전장치 강화, 발주청 책임 확대, 제도 개정, 합동점검 정례화, 사고 조사 결과 공개, 맞춤형 안전교육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대부분 규정 개정과 내규 신설이라는 형식적 절차에 머물러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노후 장비가 여전히 사용되고 안전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되는 하도급 구조가 그대로 유지된다. 결국 사고의 위험은 작업자와 일반 시민 모두에게 전가된다.

 

현장의 현실을 고려할 때 노후 장비의 지속적 사용과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하도급 구조는 여전히 안전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 안전장치가 설치되더라도 관리가 부실하면 무용지물이 되고 발주청 책임 강화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접근 통제 강화, 안전구역 설정, 노후 장비 교체, 하도급 구조 개선, 실질적 감독과 처벌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번 대구 천공기 전도사고는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이 단순한 선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안전은 규정 몇 줄로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문화와 시스템이 바뀌어야만 가능하다. 정부가 진정으로 재발 방지를 원한다면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현장에 안착시키고 중대시민재해로서의 법적 규정 강화, 하도급 구조 개선, 실질적 감독과 처벌 강화 같은 구조적 개혁을 병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노동자와 시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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