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층 건물 해체’ 기술개발 시기 도래했다아파트 옥상에 해체 장비 올려 해체하는 현실 탈피해야
지난 2024년 11월,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철근 누락으로 지하주차장이 붕괴했던 아파트의 해체 공사 현장에서 50대 굴삭기 기사가 작업 중 숨진 것이다. 해체를 위해 아파트 17층 비상계단을 오르던 굴삭기가 전도되면서 굴삭기 기사가 깔려 사고가 발생하였다.
건물 해체 방법은 높이, 층고, 작업 공간, 주변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선택된다. 크게 중장비를 이용해 상층부터 파쇄하는 압쇄 공법, 구조체를 분리 후 크레인으로 내리는 절단 공법, 그리고 화약을 사용하는 발파 공법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건물 밀집도와 소음, 환경 규제 등으로 인해 발파 공법은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저층 건물에는 압쇄 공법이, 고층 건물에는 절단 공법이 주로 적용되고 있다. 이들 방법이 복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4층 이상 건물을 해체할 때 굴삭기를 크레인이나 자체 이동으로 건물 옥상에 올려 상부 층부터 해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점이다. 이번 사고 역시 굴삭기가 옥상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굴삭기가 계단에서 넘어지는 위험 외에도, 해체 과정에서 사용되는 장비나 절단된 부재가 건물 외부로 떨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고층 건물에서 이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참혹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다양한 시공 기술로 유명한 일본은 2000년대 후반, 1960년대 고도성장기에 지어진 고층 건물들의 재건축 시기가 다가오면서 고층 건축물 해체 기술 개발에 집중했다. 일본의 5대 종합건설사들은 크게 공장형 방식과 밑장빼기 방식이라는 두 가지 혁신적인 해체 방식을 개발했다.
공장형 방식은 해체되는 최상층을 완전히 감싸는 가설 시설물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해체를 진행한다. 상부 층부터 해체하고, 한 층이 마무리되면 시설물이 아래층으로 이동하여 다음 해체를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2년 타케나카공무점의 Hat Down 공법을 시작으로, 2013년 오바야시구미의 Cube Cut 공법, 2017년 타이세이건설의 테코 렙 공법 등이 이 방식을 따른다. 밑장빼기 방식으로서는 2008년 카지마건설이 개발한 Cut and Down 공법은 건물을 들어 올려 아래층부터 해체하는 방식이 가장 유명하다. 하부 지지 기둥을 70cm 정도 잘라 유압잭을 설치한 뒤, 유압잭으로 건물을 지지하며 1층의 기둥과 보를 해체한다. 1층 해체가 완료되면 모든 잭의 높이를 한꺼번에 낮춰 2층을 아래로 내려 다음 해체를 진행한다. 1층부터 해체되어 건물이 점점 낮아진다는 상식을 뒤엎는 이 기술은 2013년 카지마 건설이 40층 호텔 건물을 해체할 때 미국 CNN에서도 취재할 정도로 주목받았다.
물론 일본에서 개발된 이러한 해체 기술들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해체 공사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공사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밑장빼기 방식은 유압잭으로 건물의 구조 균형을 아주 정밀하게 제어하지 못할 경우, 건물이 그대로 전도되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
1980년대 말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은 15층 이상으로 건설되었고, 1990년대 말에는 30층에 달하는 아파트들이 지어졌다. 이들 건물은 이제 곧 재건축이 진행되어야 할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15층, 30층 아파트의 옥상에 굴삭기나 해체 장비를 올려 해체를 진행하는 현실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고층 건물에 대한 해체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하여, 작업자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 모두가 안전할 수 있는 고층 건물 맞춤형 해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 일본의 사례를 거울삼아 우리 건축 환경에 맞는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체 공법을 모색하고 적용함으로써, 더 이상 해체 현장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신성장전략연구실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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