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멍 뚫린 중대시민재해, 이대로는 반복되는 사고 막을 수 없어

인력, 예산 적정성 판단기준 애매모호로 처벌 회피 가능성 높아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5/01/20 [09:44]

[기고] 구멍 뚫린 중대시민재해, 이대로는 반복되는 사고 막을 수 없어

인력, 예산 적정성 판단기준 애매모호로 처벌 회피 가능성 높아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5/01/20 [09:44]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중대시민재해를 막기는커녕 계속해서 사고를 발생시킬 뿐이다. 법령과 시행령 곳곳에서 허점투성이 법령이기 때문이다.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가 시행된 이후 2023년 7월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관련자인 청주시장과 행복청장, 시공사인 금호건설 전 대표가 ‘중대시민재해’ 위반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청주시장이나 행복청장이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사실 의구심이 든다. 

 

그 이유는 2023년 4월에 발생했던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와 유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2024년 4월 경찰 수사결과 성남시장은 무혐의로 결론이 나면서 처벌에서 제외되었다. 무혐의 이유로서 성남시장은 사고가 발생되기 전인 2022년에 교량 보수 예산과 관련 부서 인력 증원을 승인하여 중대재해처벌법에 규정된 예방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안전 관련 예산과 인력에 대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영책임자인 성남시장은 처벌에서 제외됐다. 

 

반면에 실무자인 분당구청 공무원 7명(과장 2명, 팀장 3명, 팀원 2명)이 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런데 교량에 대한 안전관리를 담당했던 인력과 예산이 충분한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140여 개가 넘는 교량을 팀장 1명과 실무자 2명이 관리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인 경찰은 무혐의 처리를 했다. 안전 인력과 예산의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생기는 결과이다. 

 

작년 말에 발생한 1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경우에도 중대시민재해를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사고 피해를 키웠던 항행안전시설인 로컬라이저(방위각시설)가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공중이용시설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항행안전시설인 로컬라이저를 콘크리트 둔덕 위에 설치하여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점에 있어서는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활주로, 유도로, 항행안전시설 등은 중대시민재해 적용을 위한 공중이용시설에서 제외되어 있다. 반면에 공항에서 연면적 1천5백 제곱미터 이상인 여객터미널은 공중이용시설에 포함되어 있다.

 

물론 제주항공 여객기 자체의 기체 결함이 있을 경우에는 공중교통수단을 적용하여 중대시민재해로 처벌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이 있어야 하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야 처벌이 가능하다. 실질적인 처벌로 가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다. 이러다 보니 재판결과가 중대시민재해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적용대상인 공중이용시설을 너무 협소하게 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제2항에 따른 중대시민재해로 처벌받기 위해서는 적용대상 여부, 결함 여부,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인과관계, 예견가능성, 고의성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공중이용시설의 경우에는 시행령 제3조(공중이용시설)에서 그 대상들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중이용시설의 경우 유치원, 초․중등학교, 대학교 등의 교육시설은․ 적용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부실공사 등으로 인해 교실이 무너져서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더라도 중대시민재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들 대부분이 거주하고 있는 공동주택, 주택, 오피스텔 등도 제외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로교량 중 20미터 미만과 20미터 이상이지만 준공된 지 10년 미만인 교량도 공중이용시설 대상이 아니다. 건축물의 경우 건축설비, 소방설비, 엘리베이터 등과 같은 승강기설비 및 전기설비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도로에 매설되어 있는 가스관, 온수배관이 터져서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도 공중이용시설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 가 없다. 도로를 주행하다가 지반침하(싱크홀)로 차량이 추락하여 사망을 하여도 중대시민재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중대시민재해가 곳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법적 구멍이 너무나도 많이 뚫려 있다. 이런 이유는 중대산업재해의 경우 노조와 언론,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으로 인해 미흡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체계는 구축을 했다. 그러나 중대시민재해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보니 적용대상에서부터 제외된 시설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다.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중이용시설에 대한 적용대상을 광범위하게 확장하고 넓힐 필요가 있다. 

 

둘째, 생애주기에 걸쳐서 발생하는 결함의 의미를 단정 짓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제9조에서는 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만약 해체공사 중에 공사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제3자가 사고를 당했다면 해체과정은 법령에 분명하게 명문화되어 있지 않아 중대시민재해로 처벌하는 것은 곤란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중이용시설의 설계나 설치상 결함은 어느 정도 단정을 지을 수는 있다. 설계상 결함 여부는 건설 관련 법령이 기준이 된다. 건축물에 설계상 결함이 있다는 것은 해당 건축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건축법과 건설 관계 법령, 국토교통부장관 고시 내용 등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게 설계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설계상 결함이 인정될 수 있다. 

 

공중이용시설의 설치상 결함은 기본적으로 건설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 여부가 기준이 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철근 누락이나 콘크리트 강도가 저하되는 부실공사가 여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시공자는 발주자와 계약대로 성실하게 공사를 수행하여야 하고 설계에서 요구되는 자재를 사용하여 시공해야 한다. 건설 관련 법령을 위반하였거나 설계도면에서 요구하는 지시에 반하여 시공이 된 경우, 즉 부실공사를 한 경우에는 설치상의 결함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공중이용시설의 관리상 결함이다. 이 부분은 사실 단정 짓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 관리상의 결함은 민법상 공작물 책임, 국가배상법상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의 하자’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란 공작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 있음을 말한다. 이때 안전성 구비 여부를 판단할 때에 공작물 설치·보존하는 자가 그 공작물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로 위험방지 조치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영조물이 완전무결한 상태에 있지 아니하고 그 기능상 어떠한 결함이 있다는 것만으로 영조물의 설치 또는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울러 영조물의 결함이 영조물 설치관리자의 관리행위가 미칠 수 없는 상황 아래에 있는 경우에도 영조물의 설치·관리상의 하자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건설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경찰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관리상의 결함을 증명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중대시민재해 처벌 대상에서 회피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셋째,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대한 적정성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이 정량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법 제9조에서는 4가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필요한 안전 인력은 어느 정도인지, 필요한 안전 예산은 도대체 어느 정도를 이야기 하는지 정량적으로 특정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공중이용시설의 유형과 규모가 다양하고 이를 운영하는 기업 또는 기관의 상황과 여건도 다르므로, 확보해야 할 안전 인력의 수와 안전 예산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해석에 따라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신세가 되어 버렸다. 지금부터라도 관련 연구를 통해서 기업이나 기관의 종류나 규모, 특성에 따라 적정한 안전 인력과 예산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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