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건축구조설계 ‘분리발주 해야한다, 할 필요 없다’ 단정 않는다”개정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 시행… 업계 반응은?건축구조기술사가 구조도면 최종 확인·검증토록 일원화해 구조설계업계 “결국은 건축·구조설계 분리발주 방향 가야” 국토부 “분리발주 의무화는 아직 시기적으로 봐야 할 부분”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국토교통부가 최근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을 개정하면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으로 촉발된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 간 ‘건축구조 안전 책임소재 공방’은 향후 일단락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건축구조설계업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건축사 일임 통합발주에서 구조설계 분야를 분리발주하지 않는 이상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건축주에게 무조건 분리발주를 하라고 할 순 없고, 자율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 2023년 12월 발표한 ‘건설카르텔 혁파방안’의 후속 조치로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을 개정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2023년 발생한 ‘인천검단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의 주요 원인으로 건축물의 구조계산서와 구조도면의 작성 주체가 달라 구조설계 오류는 물론, 사고 발생 시에는 건축사-건축구조기술사 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현재 ‘건축구조기술사’는 구조검토 등을 통해 구조계산서를 작성한 후 건축사에게 송부하고, ‘건축사’는 구조계산서를 기초로 구조도면 작성, 다른 도서와의 정합성 검토 및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앞선 건축물 붕괴 사고 이후 현업에서 이 같은 건축사-건축구조기술사 간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 데 따른 것이었다.
개정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은 발주자(건축주)로 하여금 현재와 같이 자율적인 계약에 따라 구조도면의 작성 주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작성된 구조도면에 구조계산 결과 등이 충실히 반영됐는지 건축구조기술사가 최종 확인·검증하도록 했다. 건축물의 구조안전성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책임소재도 ‘건축구조기술사’로 일원화한 것이다. 건축사는 구조분야 도서와 그 외의 설계도서와의 정합성 여부를 확인해 필요한 경우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수정 또는 검증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개정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에는 ‘‘건축법 시행령’ 제91조의3제1항에 따라 구조의 안전을 확인하는 건축물의 구조분야 도서는 건축구조기술사의 책임 하에 작성되어야 하며, 설계자는 구조분야 도서와 그 외의 설계도서와의 정합성 여부 등을 확인하여 필요시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수정 또는 검증을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신설 조문이 담겼다. 이번 개정에 대해 국토부 건축정책과는 “개정 내용은 앞선 행정예고를 통해 접수된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정부가 주요 이해당사자 집단인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등을 대상으로 수시로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두 협회와 최종적으로 합의한 결과”라고 밝혔다.
하지만 건축구조설계업계 일각에서는 “현재의 건축사 일임 통합발주 사업 방식에서 구조설계 분야를 분리발주하지 않는 이상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 건축구조기술사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건축 구조 안전) 실효성을 높이려면 건축사업 분리발주를 해야 하는 것”이라며 “건축사가 전체 사업관리는 하되 구조는 구조, 건축은 건축대로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구조는 건축구조설계가 건축사의 외주개념이 되고 있고 이게 ‘건축 구조 안전’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취지다.
현재 건축사업은 건축사가 건축주에게 구조설계를 포함한 설계비를 받은 후 많은 건축구조기술사에게 최저가 입찰로 하청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의 ‘통합발주’ 형태가 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주가 발주하는 용역에서 건축사가 건축 관련 타 분야를 대표해 계약하고, 타 분야에 하청을 주는 것이 허용돼 있는 현재의 ‘통합발주’를 ‘분리발주’ 형태로 개선해야 한다는 게 건축구조설계업계의 주장이다.
건축사업 ‘분리발주’에 대해 국토부는 “아직까지는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부분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현재도 건축주가 원하면 건축구조설계를 분리발주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건축사에 일임하는 것”이라며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부분은 시기적으로 봐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의 현 시장관행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건축물의 구조안전성을 확보하고, 그에 따른 책임소재를 ‘건축구조기술사’로 일원화하는 방향으로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개정 ‘건축물의 설계도서 작성기준’을 통해 건축구조설계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건축구조기술사’로 일원화했지만 ‘분리발주’ 요구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 건축정책과 관계자는 “어느 정도 여건이 되면 (건축구조설계 분리발주를) 검토해 볼 수는 있겠지만, 지금 어떤 방향을 설정하고 ‘분리발주를 해야 한다, 할 필요 없다’ 이렇게 단정하고 있지는 않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건축주는 일반 국민이고 국민의 부담을 올리지 않는 선에서 건축구조 안전은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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