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반침하사고에 따른 분쟁 증가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 - ⑮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4/11/07 [13:30]

[기고] 지반침하사고에 따른 분쟁 증가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 - ⑮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4/11/07 [13:30]

▲ 이승욱 건설전문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건설기술의 발달로 건축물이 고층화됨에 따라, 건설공사가 단순히 지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하 굴착공사가 상당 부분 포함되고, 지하철공사 같은 경우 대부분의 작업이 지하에서 이루어지는 등 지하에서 건설공사 증가로 지반침하 등 안전사고 발생 역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월 1일부터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지하안전법)이 시행돼 20미터 이상 굴착공사, 터널공사를 수반하는 건설공사 등의 경우 사업계획승인 전 지하안전평가를 의무화하고, 착공 후 지하안전조사를 실시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위와 같은 제도의 정착이 지반침하사고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나, 지반침하사고는 여전히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다.

 

지반침하 사고는 당해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경우보다 건설현장에 인접한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대중이 밀집한 도심에서 지반침하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과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지반침하사고의 원인은 각양각색이겠으나, 많은 경우 지하수와 관련이 있다.

 

공사현장에서 지하 굴착으로 지하수가 유출될 경우 당해 공사현장의 경우에는 유출된 지하수를 배출하면 될 것이나, 인접 지반의 경우 지하수 유출로 지하수가 차지하고 있던 지반의 공동화가 이루어지면서 지반이 약화돼 어느 순간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공동화된 지반부분이 침하되는 경우가 많다.

 

굴착공사에 앞서 현장의 지하수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이에 대해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나, 지하수 유출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이 쉽지 않아 지반침하 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지반침하사고가 장마기간인 매년 6월부터 8월까지 사이에 집중되고 있는 통계를 보더라도 지하수와 연관성이 높음을 짐작할 수 있다.

 

지반침하사고로 인접 건물 소유자와의 분쟁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하 굴착 시 발생하는 진동 또는 지하수 유출에 의한 지반침하 등으로 인접 건물에 균열 등 피해를 야기하고, 안전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인접 건물 소유자는 시공사 등을 상대로 공사중지가처분,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제기를 검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인접 건물이 노후돼 자연적으로 발생한 균열이 이미 존재할 경우 공사 전 균열과 공사로 새로 발생한 균열 또는 확대된 균열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아 인과관계와 손해의 범위 입증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입증의 곤란을 덜기 위해 증거보전신청이 이용되기도 한다.

 

증거보전이란 미리 증거를 조사하지 아니하면, 그 증거를 사용하기 곤란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소송에 앞서 미리 감정 등 증거조사를 실시하는 것으로(민사소송법 제375조) 공사가 이미 다 끝나버리면 감정 등 증거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 등 본안소송에 앞서 법원에 감정절차를 신청하여 증거를 소송 전에 확보하는 것이다. 물론 증거보전신청이 인용되더라도 감정인 선임, 감정기일, 현장조사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일정 정도 시간이 소요되고, 감정비용을 미리 납부하여야 하나, 본안소송에 비해서는 빨리 감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고, 감정비용은 본안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소송상대방에게 소송비용으로 청구할 수 있다. 

 

법원을 통하지 않고, 일반 하자진단업체를 통해 조사를 실시하는 경우도 있는데, 법원에서는 법원감정인을 통한 감정의 경우 그 감정결과를 신뢰하여 증거로 채택하지만 법원감정인을 통하지 않고 일반 하자진단업체에 조사를 실시할 경우 그 결과를 그대로 인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공사 전 실시한 인접 건물에 대한 증거보전신청은 공사 전 건물의 현황에 대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므로 공사의 진행에 따라 추가적으로 발생 또는 확대된 균열 등 공사로 발생한 피해를 특정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위와 같이 공사 전 증거보전을 하지 않은 경우라도 공사 후 실시한 감정결과에 대해 공사 전 균열의 존재 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일정 부분 감액하는 방법으로 손해의 범위를 특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판례에 의하면 건물을 신축하면서 인근 토지의 지반붕괴에 대비한 예방조치 등을 함이 없이 공사를 함으로써 인근 주택의 지반이 붕괴되고, 벽에 균열에 생기고 지붕이 파손됐다면 피해자로서는 재산상 손해 외에 일상생활의 안온상태가 파괴되고, 언제 어떠한 손해가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대법원 92다34162 판결). 지하안전법의 시행으로 지하안전평가 등 지하안전에 관한 의무가 강화되었는바 사전에 주의의무를 철저히 하여 지반침하사고가 감소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승욱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은 805호(4월 8일자 지면신문)부터 격주로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를 연재한다. 이승욱 변호사(49)는 연세대 법학과, 북경대 법학대학원 석사(LLM)를 전공하고, 경일대 경찰행정학과 특임교수로 강의했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산경, 법무법인 고원 등에서 건설관련 자문·소송을 수행했다. 이번 기고를 통해 건설업 분쟁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 매일건설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