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성수대교 붕괴 30년, 대한민국 시설물은 안전할까?시설물 안전 예산, 일정금액 의무 확보토록 법제화해야
올해는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렇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안전불감증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 중인 것 같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성수대교가 붕괴되면서 32명의 소중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고 17명이 부상을 입었다. 준공된지 15년 만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그 충격은 매우 컸다.
이 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설계도서와 시방서를 무시한 부실공사와 유지관리 불량이 주요 원인이었다. 시공사는 공사 비용과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설계도서와 다른 부실공사를 했다. 또한 유지관리 책임이 있는 관리주체는 15년 동안 단 한 차례의 정밀안전진단도 받지 않고서 1년에 네 차례 형식적인 육안검사만 시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 성수대교를 통행하던 일부 시민들이 교량을 지나면서 이상한 조짐을 느끼고 신고를 했지만 조치는 전혀 없었다. 성수대교 붕괴는 그야말로 예고된 인재였던 것이다.
지금도 자주 보는 안전불감증의 전형적인 레퍼토리이다. 2018년 12월 서울 삼성동 대종빌딩 기둥 파괴 사례, 2021년 12월 고양시 마두역 상가건물 지하층 기둥 파괴 사례, 2023년 4월 분당 정자교 인도 붕괴를 비롯하여 2022년 1월 광주 화정동 아파트 외벽 붕괴,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례들이 발생했다. 발생 원인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부실공사라는 점에 있어서 모두 같은 사건들이다.
성수대교 붕괴 30년을 맞아 이제부터라도 원점에서부터 다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노후화된 시설물이나 시공 중인 시설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이 관리하는 시설물은 노후화가 상당한 심한 상태이다. 또한 시설물 종류와 수량도 예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됐다. 2017년 시설물 수량은 8만7000개였지만 2023년 말에는 17만3000개로 약 2배 정도가 증가됐다. 이 수치는 1994년도 시설물안전법이 제정됐을 때에 비해 16배 이상 증가한 상태이다.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철저한 유지관리가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치 만은 않은 실정이다.
국민생명에 직결되는 시설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언해 본다. 첫째, 적절한 대가 지급과 더불어 점검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시설물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시설물의 상태가 어떤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유해위험 요인을 도출하는 안전검검과 진단이라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 전문인력 부족과 대가 부족 등의 이유로 안전점검에 대한 신뢰성은 상당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2023년 4월에 발생한 분당 정자교 인도 붕괴 당시 정기안전점검 대가는 겨우 32만 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철근이 부식돼 붕괴되기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등급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형식적인 점검과 서류 갖추기식 부실 점검이 이루어질 수밖에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공공 발주도 이런 상황인데 민간은 상황이 더 심각한 실정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대가 지급과 더불어 점검방식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안전점검 방식과 병행하여 시설물의 안전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방법도 이제는 고려할 때가 됐다. IoT(사물인터넷),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Big Data, CCTV, 디지털 트윈 기법 등을 활용하여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이상 징후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점검하는 과정에서 시설물이 마감재 등으로 둘러싸여 있는 경우가 많아 구조체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다. 그렇다고 멀쩡한 마감재를 모두 뜯어내고 점검이나 진단을 하기에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손실이 큰 편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을 활용하여 상시계측 관리체계를 활용하는 안전점검 자동화와 스마트 유지관리 기법 도입이 필요하다. 또한 시설물의 특성과 품질상태, 성능상태, 노후화 상태 등을 고려해 점검 주기도 다변화할 필요도 있다.
둘째, 노후화된 시설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검검을 비롯한 보수보강 예산은 반드시 일정금액 이상을 의무적으로 확보토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인력 확보도 마찬가지이다. 시설물 안전은 예방차원이다 보니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 보면 시각적으로 눈에 확연하게 보이지는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사결정권자는 무관심하게 된다. 이런 연유로 시설물의 유지관리와 보수, 보강 예산확보는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리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편이다.
따라서 시설물 관리 주체로 하여금 예산액의 일정 비율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안전관련 예산으로 확보토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각종 재난의 예방 및 복구에 따른 비용 부담을 위해 광역 또는 기초 지자체가 매년 적립해 두는 법정 의무 기금인 재난관리기금의 경우를 응용해 볼 수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편성·집행토록 하고 있다.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의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 편성 지침(국토교통부 고시)’에서는 유해·위험요인 확인·점검, 긴급안전점검과 긴급안전조치(이용제한, 위험표지설치 등), 정비․보수․보강 등의 개선에 대한 소요되는 예산을 편성토록 거시적으로만 규정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금액을 구체적으로 책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무자가 적절한 예산을 편성했지만 예산승인 과정에서 감축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의 경우 성남시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상 중대시민재해 피의자로 조사를 했다. 그러나 수사과정에서 성남시장의 경우 적절한 예산과 인력확보의 구체성을 증명하기가 곤란하여 무혐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셋째, 시설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를 해야 할 시설물 범위를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시민재해 대상을 지금보다 더 확대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포함되는 공중이용시설은 전체 시설물 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만약 도로 위를 운전하던 중 땅 꺼짐이 발생하여 운전가가 사망하더라도 중대시민재해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공중이용시설 종류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도로 교량의 경우 상부구조 형식이 현수교, 사장교, 아치교 및 트러스트교이거나 최대 경간장 50m 이상, 연장 100m 이상의 교량, 폭 6m 이상이고 연장 100m 이상인 복개구조물 등 주로 대형 시설물들이 해당한다. 연장 20m 이상인 소형 교량은 준공 후 10년이 지났을 경우에만 적용되고 있다. 준공 10년이 안 되었거나 20m 이하 교량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 역시 중대시민재해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2022년 경기 과천시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 화재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이 사고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되지는 않았다.
따라서 공중이용시설의 종류와 적용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국민생명을 위협할 정도는 중대시민재해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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