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보조’ 없는데 과도한 간섭… 건설협회 “‘공직유관단체 해제’ 원해”

‘공직유관단체’ 지정 핵심 근거 ‘예산 100억원 이상’ 기준 논란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4/10/14 [17:44]

[단독] ‘정부 보조’ 없는데 과도한 간섭… 건설협회 “‘공직유관단체 해제’ 원해”

‘공직유관단체’ 지정 핵심 근거 ‘예산 100억원 이상’ 기준 논란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4/10/14 [17:44]

협회, 지난 2021년 1월 인사혁신처로부터 ‘단체 지정’

“기관 운영 자율권 과다 제약… 임직원 기본권도 침해”

인사혁신처 “공익성 판단 기준, 추후 세부적으로 살펴볼 것”

 

▲ 지난 3월 5일 제29대 대한건설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한승구 계룡건설산업 대표가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대한건설협회 회장 이·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정부로부터 ‘공직유관단체’에 지정된 민간단체에서 ‘기관 운영의 자율성’과 ‘임직원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직유관단체’ 지정의 핵심 근거인 ‘예산규모 100억원 이상’ 공직자윤리법 조항은 기관의 공공성 역할을 판단하는 데 모호한 기준인 만큼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는 “공익성에 대한 기준을 추후 세부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산하 건설단체인 대한건설협회 측은 14일 “대한건설협회는 순수 민간 단체로, 정부로부터 재정 지원도 받지 않고, 임원도 총회를 거쳐 선출하고 있는데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면서 정부로부터 기관 운영에 대해 과도한 제약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직유관단체 해제’를 바란다는 취지다.

 

지난 1947년 설립된 대한건설협회는 정기감사 등 국토부로부터 기관 운영에 대한 관리감독을 받아왔다. 이런 가운데 2021년 1월 인사혁신처로부터 ‘공직유관단체’에 지정되면서 기관 운영에 급격한 변화를 맞았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기존에 국토부 차원에서도 관리감독이 제대로 돼왔는데 ‘공직유관단체’에 지정되면서 시어머니가 두 명이 된 셈”이라며 “‘기관 운영의 자율성’ 저하는 물론 ‘임직원 기본권’마저 침해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기관 및 단체가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면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통보되고, 임직원은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이런 차원의 일환으로 임직원들은 공직자윤리법, 부패방지권익위법, 이해충돌방지법 등의 적용을 받는다는 게 대한건설협회 측의 해석이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는 순수 민간단체임에도 임직원들은 공직자 관련 법을 적용받게 되는 것”이라며 “더구나 정부위탁업무를 수행하지 않는 직원에까지 사실상의 공직자 책임을 부여하는 건 기본권을 과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직유관단체가 되면서 인사 승인을 비롯해 정기감사 이외 추가 감사를 받아야 하고 기관 운영에서도 제약조건이 따른다는 것이다. 

 

협회가 공직유관단체에 지정된 핵심 근거는 연간 예산 규모가 200억여 원으로 100억 원이 넘기 때문이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조의2(공직유관단체의 범위 등)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연간 10억원 이상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거나 대행하는 기관·단체 중 예산 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기관·단체’ 등을 공직유관단체 지정 근거로 명시하고 있다. 

 

부차적으로, 대한건설협회는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국토부 위탁업무인 시공능력평가공시, 건설사업자간 상호협력관계 평가, 건설근로자고용평가 등 3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위탁업무로는 외국인력취업교육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4개의 정부 위탁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규모는 전체 예산 규모에서 미미한 수준이고 더구나 정부로부터 출자·출연·보조는 전혀 받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정부위탁업무를 수행하는 직원도 전체 인원에서 비중이 낮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인사혁신처는 ‘공직유관단체 운영’과 관련해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앞서 지난 2022~2023년경 연구용역을 수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는 “당시 인사혁신처에서 관련 용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공개가 안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부가 ‘공직유관단체’ 지정의 핵심근거로 ‘예산 규모 100억원’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민간 이익단체의 운영 자율권과 임직원들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14일 본지 통화에서 “공공성이 큰 단체를 공직유관단체로 지정하고 있고 지정되기 이전보다는 지정 후 공익성이 더 강조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공직유관단체가 된다고 해서 임직원들이 모든 공직자 관련 법령을 적용받는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범위가 넓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지금 당장은 논의된 바는 없지만 예산 규모 100억원 이상 기준에 대해서는 향후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검토할 수는 있고, 공익성에 대한 기준은 세부적으로 살펴볼 부분인 것 같다”고 밝혔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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