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 건설현장’에 여성 전문가 떴다… “불법행위 단속, 쉴 틈 없죠”조숙현 국토교통부 건설현장준법감시팀장 인터뷰건설현장준법감시팀, 2020년 ‘공정건설추진팀’에서 명칭 변경 사법연수원 39기, 2013년 민간경력 채용… 지난 2월 팀장 맡아 “전국서 현장 단속 지속할 것… 예방 위한 제도 교육·홍보 병행”
[매일건설신문 김동우 기자] ‘마초’ 건설현장에서 종횡무진하며 불법행위 단속과 제도 개선에 나선 여성이 있어 화제다. 법률가이자 부동산 전문가인 조숙현 국토교통부 건설현장준법감시팀장이다. 조숙현 팀장은 지난 30일 본지 인터뷰에서 “여성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안전하게 고민 없이 일할 수 있다면, 젊은 근로자들의 유입도 활발해질 것”이라며 웃었다.
사법연수원 39기인 조숙현 팀장은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부동산 관련 사건을 주로 맡았다. 2013년 민간경력채용에 합격, 국토부 부동산산업과(현 부동산투자제도과)를 시작으로 혁신도시, 민자도로, 자동차보험, 교통정책, 규제개혁과를 거쳐 2023년 2월, 지금의 건설현장준법감시팀장이 됐다.
국토부 건설현장준법감시팀은 2020년 ‘공정건설추진팀’으로 시작됐다. 건설산업 혁신 및 건설 일자리 개선을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취지에서다. 2022년 7월, 불법 하도급과 페이퍼컴퍼니 근절 등 공정 이슈 확대로 기존 건설국 내 다른 부서의 업무를 옮겨 받아 ‘공정건설지원팀’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후 작년 11월 ‘건설현장준법감시팀’으로 간판을 바꿨다. 건설산업 질서 정상화를 위한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
조숙현 팀장은 팀의 업무를 대부분 ‘기획’이라고 소개했다. KISCON(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을 보면서 공사대장 신고내용상 불법하도급이 있을 법한 현장을 추려 지방자치단체와 같이 단속을 하며, 팀의 지방청 직원들이 주로 단속 현장에 나간다는 설명이다. 단속 종류는 ‘불법하도급, 페이퍼컴퍼니, 근로계약서’ 등으로 대부분 원·하청업체가 작성한 계약서의 문제라는 얘기다.
조 팀장은 대표적인 불법 행위로 ‘부대 공사’를 얘기했다. 부대공사는 큰 공사와 함께 진행하는 작은 공사다. 부대 공사 때 면허가 필요한 상황이 있는데, 원·하청업체가 면허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무면허 하도급업체에 일감을 주는 상황이 많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건설사가 자재를 구입해 시공을 직접 해야 하는데, 자재 판매 업체에 시공을 맡기는 경우가 꽤 있다”라며 “이들은 건설업 등록이 되지 않아 안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단속한다”라고 말했다. 비계(임시 설치 가설물) 공사 분야에 많다는 후문이다.
조 팀장은 ‘불법행위의 원인’으로 ‘현장의 인식’을 짚었다. 그동안 건설현장에서 불법행위를 해도 적발되거나 처벌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나기(집중단속 기간)만 피하면 되겠지’라는 인식이 있다는 뜻이다. 조 팀장은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우리 팀을 만든 이유는 불법행위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 만큼, 현재 시행 중인 단속은 국내 모든 건설현장에 대해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다”라며 “단속뿐만 아니라 ‘무엇이 불법인지’, ‘어떤 것을 지켜야 하는지’ 교육과 홍보도 병행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조 팀장은 ‘하청업체만 단속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서는 ‘비율’을 근거로 답했다. 지난해 적발된 건수의 비율은 원청이 63%에 달했는데 최근 단속결과는 16%였다는 설명이다. 조 팀장은 “1년간 현장 단속으로 많은 원도급업체들이 경각심을 가졌다고 본다”라며 “불법하도급을 하려는 이유는 비용 절감일 텐데 하도급업체와 달리 체급이 있는 원도급업체는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조 팀장은 “현장 근로자의 안전이 위협되거나, 체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칙적으로 하도급업체가 재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는 ‘건설산업기본법’을 준수해 주시라 당부드리고 싶다. 정부도 단속만 하는 게 아니라 하도급업체에서 주장하는 ‘공사비 관련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도급업체들은 국토부에 ‘낮은 공사비’를 근거로 ‘불법 하도급의 불가피함’을 토로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준법감시팀 직원은 국토부 8명과 지방청(5곳, 단속 업무)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주로 지방청에서 지자체 공무원들과 단속을 나서는데,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 팀장은 “팀의 인원을 늘려달라, 자주 이야기한다. 그러나 여러 여건상 쉽지 않다”라며 관할 구역의 범위를 들려줬다. KISCON에 등록된 17만 개 현장, 여기서 1억 미만 공사장까지 포함하면 70만 개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조 팀장은 “전북 익산 지방청은 제주도까지, 강원 원주 지방청은 동해까지 관할한다. 1일 1현장 단속인데, 적은 인원으로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인원 부족을 강조했다. 지방청에서 올해 12명 증원을 신청했으나 취소됐다는 후문이다.
그는 “지난주에 현장을 돌고 왔다. 오히려 현장에서 ‘이런 단속을 지속해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라며 “단속이 일시에 그치면,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 지속적인 단속으로 현장에 사인을 보내면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조 팀장은 건설현장준법감시팀장으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로 ‘남초(男超) 사회’인 건설업계에 드문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를 건넸다. 조 팀장은 “처음 건설현장을 갔는데, 10살 많은 남자 사무관님과 함께 갔다. 차에서 함께 내렸는데, 관계자분들이 모두 사무관님께 가더라”라고 말했다. 덧붙여 “정부 부처에서는 여성 공무원들이 많은 부서가 일하기 좋다는 말이 있다”라며 “여성 근로자들이 건설현장에서 안전하게 고민 없이 일할 수 있다면, 젊은 근로자들의 유입도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라며 건설업계의 변화를 기대했다. 건설근로자의 약 10% 남짓 여성 근로자로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현장준법감시팀은 ‘전자대금시스템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전자대금시스템은 2019년부터 공공건설공사에서 의무적으로 사용 중인데, ‘공사대금 체불·불법하도급’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을 민간건설공사까지 확대하고, 건설근로자 퇴직공제를 위한 전자카드를 전자대금지급시스템과 연계해 공사대금을 지급하는 게 목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아울러 지방청 직원들에게 경찰권을 주는 법안도 제출했다는 후문이다.
조숙현 팀장은 “건설현장준법감시팀은 사후 적발인 현장 단속 외에도 사전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에도 힘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김동우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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