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했던 올 여름 폭염도 이젠 과거가 됐지만 벌써부터 내년 여름을 걱정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건설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폭염기 건설 현장의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며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와 건설사 모두 경청할 때다.
지난달 ‘폭염기 건설노동자’를 주제로 토론회가 있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폭염기 건설노동자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7년 통계를 보면, 폭염특보 때 ‘정기 휴식이 있었다’는 응답은 8.5%에서 26.3%였다. 2022년이 가장 높은 26.3%였는데도 10곳 중 3곳이 안 된 것이다. ‘작업 중지가 있었다’는 곳은 14.5%에서 41.5%였다. 2022년에 41.5%가 유난히 높았는데, 2022년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첫 해였다.
이 설문은 대규모 현장 노동자의 응답이었다. 소위 ‘1군 업체’가 많아 일반 건설현장보단 나은 편이었는데도 실정이 이렇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전체 폭염일수는 23.2일이었다. 역대 폭염일수 1,2위인 2018년 31일, 1994년 29.6일에 이어 3위였다. 지난달, 폭염일수는 2016년(16일) 이후로 2위였다.
정부의 각 부처는 여름이 되면 안전 수칙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3대 기본 원칙은 ‘물, 그늘, 휴식’이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이 3대 수칙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은 채 노동자들은 ‘폭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앞선 ‘폭염기 건설노동자’ 토론회에서 한 목수는 “절대 공기라는 것이 있다. 공사 기간을 절대적으로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마곡지구 아파트 현장도 200명 이상의 작업 인원에 그늘 천막 1개 밖에 없다”라며 “개인의 불운이 아닌 사회 시스템의 문제다. 현행 산안법은 폭염을 반영하지 못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사회자는 “뻔히 예상되면서 현실이 반복되는 게 안타깝다. 건설사는 작업중지로 공기가 늘어난 만큼 비용이 발생한다. 자기 돈 들여서 하는 사람(건설사)이 없기에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건설안전특별법’은 설계 단계에 안전과 보건을 반영해 비용을 계산하게끔 됐다. 폭염 부문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법규제가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라고 발언했다. 다른 참석자는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게끔, 충분한 공사기간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해외는 인허가 때 반영되는데 우리나라는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매년 찾아온 앞으로 찾아올 폭염기에 건설 현장 관계자들 모두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안전하게 작업할 충분한 공사기간’을 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8일 건설현장을 방문해 폭염대응 상황을 점검했다. 그리고 이렇게 발언했다. “옥외 노동시간이 많은 건설업은 폭염 속 위험도가 가장 높은 업종으로 보다 철저한 온열질환 예방이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이면서 핵심 원칙인 ‘물‧그늘‧휴식’을 제대로 지키고 14~17시에는 야외작업을 중단하거나 주기적으로 휴식을 부여하는 등 현장근로자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적극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앞으로 그 기세를 떨칠 폭염은 내년에도 찾아올 것이다. 폭염 터널을 막 지난 지금이야 말로 정부 차원에서 ‘폭염 대비 제도’ 보완에 나설 때다.
/김동우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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