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인프라의 도전과 기회, 탈 것이 변하면 인프라도 변해야”

‘교통 선진화’ 정책 제안 나선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

김동우 기자 | 기사입력 2024/09/05 [16:10]

“국토인프라의 도전과 기회, 탈 것이 변하면 인프라도 변해야”

‘교통 선진화’ 정책 제안 나선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

김동우 기자 | 입력 : 2024/09/05 [16:10]

‘후학 양성’은 물론 ‘교통 정책 제안’에도 팔 걷고 나서

제1대 국토부 대광위원장 역임하며 ‘광역교통 2030’ 도입

“계획과 실행의 괴리, 중앙·지방의 동상이몽’ 등 문제…

기재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선해 교통단절 막아야”

 

 ▲ 최기주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앞으로 ‘탈 것(자동차)’이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차 등으로 변하는데 우리 사회의 ‘인프라’도 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사진 = 아주대학교)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김동우 기자]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도시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보게 됩니다. 대학 전공도 큰 것을 다루고 싶어서 ‘교통’을 선택했어요.” 

 

최기주 아주대학교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공대 중 다소 덩치가 큰 대상, 도시나 건축·SOC등을 찾다 보니 교통이 적성에 맞았고 전공으로 선택하길 잘한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기주 총장의 이력에는 ‘도시, 교통’이라는 단어가 많다. 도시공학 학사·교통공학 석사, 교통시계획 박사, 서울연구원 도시교통부 박사,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학과 교수, 대한교통학회장, 초대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위원회 위원장(이하 대광위원장)을 역임했다.

 

최기주 총장이 ‘대한민국 교통 선진화’를 위해 후학 양성은 물론 ‘정책 제안’에도 팔을 걷고 나섰다. 최 총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국토인프라 포럼’ 창립총회 기념 세미나에서 ‘국토인프라의 도전과 기회: 국가, 국민을 위한 미래 가치 창출’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최 총장은 ‘화두(話頭) 10가지’를 던지며 핵심 6가지 질문에 답변했다. 한 마디로 ‘인프라 건설의 성과(과거)와 한계(현재),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미래)’을 논한 것이다. 본지 인터뷰에서도 최 총장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교통과 관련해 정책과 인프라 문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쏟아냈다.

 

최 총장은 지난 2013년 아주대학교 교수 시절, 수원의 생태교통페스티발에도 참여했다. 당시 염태영 시장과 함께 수원시가 추진하는 생태교통 도입에 학술·기술적 지원을 했다. 수원시의 대표적 환승센터인 광교중앙역 등에 국내 최초 지하환승센터 등 교통시설 설계에 직접 참여했다.

 

2022년 2월에 취임한 아주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기 전 2019년 초에 제1대 국토부 대광위원장도 지냈다. 이때 ▲광역거점 간 통행시간 30분대로 단축 ▲환승 시간 30% 감소 ▲통행 비용 최대 30% 절감을 목표로 하는 ‘광역교통 2030’을 도입했다. 이에 대해 최 총장은 “(광역교통 2030은) 대광위가 만들어진 다음에 위원장으로서 구상한 비전이다. 2030년에 이 방향으로 전국 주요 대도시 및 광역교통을 바꾸자는 취지였다”라고 설명했다. 

 

최 총장은 ‘인프라의 성과(과거)’로 “한국은 적기에 교통 인프라를 공급했다”라며 “원동력은 펀딩”이라고 말했다. 1989년 도로시설특별회계, 1993년 교통시설특별회계처럼 인프라를 건설할 비용을 따로 빼놓았다는 뜻이다. 그는 “쉽게 말해 국민 각자가 주유소에서 주유를 1,700원 한다면, 60% 이상이 세금이며 저 주머니(특별회계)로 들어가 운용돼 적기에 펀딩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최기주 총장은 “교통시설특별회계 일몰제는 현재, 연장되고는 있지만 재고할 필요가 있다. 아직 할 일이 많다”라며 ‘인프라 노후화, 주차난, 인명 사고, 온실가스 배출’ 등 ‘인프라의 한계’을 예로 들었다. ‘노후화’만 봐도 70~80년대에 만든 시설은 그대로 두면 안전에 위험이 있어 교체수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동시에 ‘낭비’를 경계했다. 공기업 적자, 부채 등 ‘재정건전성’을 지적하면서 “줄어드는 인구를 고려해 필요한 곳에 인프라를 건설하고 교통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라며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는 사회 변화를 고려해  탄력적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유럽도 50% 할인이다”라고 말했다. 전국 지하철 운영적자 총액이 2조 원, 서울시 누적적자는 17조 원, 대구시는 수입이 1,600억 원에 지출은 6,800억 원이라는 설명이다.

 

최 총장은 ‘인프라의 한계(현재)’로 “국토에서의 골격은 갖췄지만, 국제경쟁력 측면에서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로는 7×9(간선도로 체계), 철도는 KTX’를 깔면서 골격은 갖췄다. 그러나 대도시권 사람들은 여전히 통행에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선진국은 30분 내외도 되는 통근시간인데, 우리는 2~3배 이상 걸린다. 이런 측면(통행 시간, 편의성)에서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최기주 총장은 ‘수도권 집중화’에 관련해 ‘경쟁력과 균형’을 동시에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와 바이오 등 신흥산업은 강원도 원주, 충청도 청주·천안까지 연담돼 구성된 만큼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균형발전도 도모해야 하는 우리만의 해법도 필요하지 않은가”라며 “양자택일보다는 두 개를 다 잡는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수원, 화성, 용인, 이천 등 첨단산업단지를 지역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 총장은 ‘지방 균형 발전’의 대안으로 ‘4+3제도’를 제시하면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수도권에서 일하고 금요일은 지역에서 1일 근무, 주말을 보내는 방식이다. 해당 지역에 세금을 낸다면 균형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균형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나 공기업 지방 이전과 같은 과거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 만큼, 정주 인구 대신 온 국민이 넓게 영토를 활용하는 균형발전을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모두가 복잡한 수도권에서 일주일을 다 보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를 위한 섬세한 조세정책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기주 총장은 ‘균형 발전’의 협업 사례를 해외(프랑스, 영국)에서 찾았다. 프랑스도 ‘일드 프랑스(ile de France·프랑스의 섬)’라는 수도권 비대화 문제도 있으나 지방의 소도시가 골고루 잘 발달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최근에 ‘메트로폴’이라는 연합체를 구상해 지방 도시들이 잘 협업하는 모습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프랑스를 넘어 영국도 맨체스터, 리버풀의 주변 도시들이 협업해 발전한다”라고 덧붙였다.

 

최 총장은 포럼 기조 강연과 이날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의 도시들은 협업과는 거리가 있고 경쟁하면서 수도권에 뒤처진다”는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의 발언’에 약간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마강래 교수는 ‘지방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는 초광역 메가시티 육성 방안’이 필요하나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다소 협업정신이 약하다는 측면의 내용을 발표했었다.

 

최 총장은 ‘부·울·경 특별연합’을 언급하면서 2023년 협업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언론을 인용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2021년 7월부터 정부가 추진한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하기 위한 균형발전 정책이었으나 민선 8기 들어 시장·도지사가 바뀌자, 사업이 멈췄다. 다른 곳(대구·경북, 전주·완주 등) 통합도 무산되거나 난항을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총장은 ‘앞으로 나아갈 교통 방향’을 ‘미래 모빌리티’로 예측했다. 그러나 시대 변화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교통의 3요소(탈 것, 인프라, 객화)를 강조했다. 전문용어로서 사람의 기호가 바뀌면 탈 것이 바뀌고 인프라도 같이 바뀌며, 탈 것이 바뀌면 인프라가 바뀐다는 뜻이다. 3요소가 상호작용을 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어바인 등에서는 소형 로봇 자동차가 음식을 배달(food delivery)한다. 탈 것 안에 음식물(화물)이 달라지면 인프라(길)도 변화를 요구받는다”라며 “앞으로 ‘탈 것(자동차)’이 UAM(도심항공교통), 자율주행차 등으로 변하는데 우리 사회의 ‘인프라’도 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탈 것’의 변화는 배달 종사자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최 총장은 ‘탑다운 예산편성제도’와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선도 주문했다. ‘계획과 실행의 괴리, 중앙과 지방의 동상이몽’ 등으로 단절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최 총장은 “예를 들어, 광역교통 2030도 150개 사업이 있고 4차 철도망계획도 상당한 프로젝트가 있다. 150개중 중요한 사업을 각각 예타를 거치면, 통과하지 못하는 곳이 생겨 ‘missing link(빠진 고리)’가 발생, 근처(앞뒤)에 건설 해놓은 인프라가 건설될 때까지 제대로 사용되기 어려운 실정이 돼 효율성이 침해된다”라고 말했다. 

 

최기주 총장은 지난달 28일 ‘미래국토인프라 포럼’ 창립총회 기념 세미나에서 故김민기 공연예술가의 뉴스룸 인터뷰 영상을 재생하면서 기조강연을 마무리했었다. 최 총장은 그 이유에 대해 “그분의 노래 ‘아침이슬’은 많은 사람들이 불렀다. 그러나 그분은 한번도 자신이 만든 노래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전체 국가의 방향이 잘 되도록 하는 성숙함 또한 위정자를 비롯한 우리네 지도층이 새겨봤으면 했다”라고 답했다.  

 

 

/김동우 기자

 


 

☞ 최기주 총장은?

1961년 경북 상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도시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교통공학 석사,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대학원에서 교통계획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서울연구원 전신) 도시교통부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후 1994년 아주대 환경도시공학부 교수로 임용, TOD기반 지속가능 도시교통연구센터장을 지냈다. 한국교통학회장과 제1대 국토교통부 대도시광역교통위원장을 역임했다. 2022년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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