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 LH 공공건물 감리 담합·뇌물 68명 기소

공공건물 감리입찰 담합 및 금품수수 사건 수사 결과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4/07/31 [16:45]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 LH 공공건물 감리 담합·뇌물 68명 기소

공공건물 감리입찰 담합 및 금품수수 사건 수사 결과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4/07/31 [16:45]

법인 17개사·개인 19명, 입찰담합 공정거래법위반 등으로 기소

심사위원 18명, 감리업체 임직원 20명은 특가법위반(뇌물) 혐의

서울중앙지검, 뇌물액 합계 6억5000만 원 상당 추징보전 조치

 

▲ 심사위원 사무실, 주거지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사진 = 서울중앙지검)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건물 감리 입찰에서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업계의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로비 영업 실태가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김용식)는 30일 발표한 ‘공공 건물 감리입찰 담합 및 금품수수 사건 수사 결과’에서 “일부 심사위원들은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게 하거나 여러 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공건물의 감리 입찰에서 담합을 하고, 낙찰예정 업체가 용역을 수주 받을 수 있도록 심사위원들에게 거액의 금품을 제공한 사건을 수사해 68명을 기소(구속 7명)하고, 뇌물액 합계 6억5,000만 원 상당에 대한 추징보전 조치를 완료했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이번 수사 결과는 ‘입찰담합’과 ‘금품수수’ 사건으로 나뉜다. 입찰담합과 관련해 감리업체들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공공 발주 감리 입찰에서 ‘용역나눠 갖기’ 등으로 총 94건, 낙찰금액 합계 약 5,740억 원 규모로 담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검찰은 법인 17개사, 개인 19명을 입찰담합으로 인한 공정거래법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금품수수 사건의 경우 교수, 공무원 등 입찰 심사위원들이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업체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은 심사위원 18명(구속 6명), 감리업체 임직원 20명(구속 1명)을 특가법위반(뇌물) 등으로 기소했다. 

 

심사위원에 대한 감리업체의 로비 행태는 조직적이고 체계적이었다. 감리업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관들을 채용해 LH 전관들로 이뤄진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업체 홍보(1단계)를 시작으로 특정용역 청탁(2단계), 금품지급 약속(3단계), 최종 정산(4단계) 등 4단계로 진행됐다. 

 

감리업체는 심사위원 명단(pool) 기준으로 지연, 학연, 근무연 등을 고려해 영업 배분을 한 가운데 골프 접대 등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로비를 받은 심사위원이 특정업체의 기술제안서를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식’을 활용해 블라인드 평가를 무력화했다. 기술제안서에 감리업체별 상징 문구를 넣어 심사위원이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3단계에서는 선정된 심사위원에 텔레그램, 공중전화로 연락하는 방법으로 청탁 및 금품을 제공하거나 사후 지급을 약속했다. 이어 청탁업체에 1등 점수를 주고 경쟁업체에는 최하위 점수(폭탄)를 준 심사위원에게 금품을 지급하는 식이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심사위원들의 도덕적 해이 사례로 “일부 심사위원은 아내에게 ‘앞으로(정년까지) 9년 8개월 남았는데 죽어라고 심사하고 돈 벌어야지요~’ 등 심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문자를 다수 전송했다”고 밝혔다. 다른 심사위원은 청탁하기 위해 심사 당일 아침 찾아온 업체 영업담당자에게 심사장소까지 차로 태워다 주고, 심사가 끝나면 다시 집까지 태워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감리업체의 공공건물 입찰담합을 통한 부당공동행위는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에서 비롯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3월 최저가 낙찰로 인한 품질저하 등 폐해를 막고 기술 중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하고, LH는 2019년 1월 일부 업체에 낙찰이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위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을 제한했다. 이에 주요 감리업체들은 ‘종합심사낙찰제’ 도입으로 심사위원의 정성평가 비중이 늘어나자 LH에서 공지한 ‘연간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받을 업체를 지정해 나누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등의 방법으로 담합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LH의 2020년 ‘연간발주계획’ 중 약 70%를 담합에 관여한 감리업체들이 나눠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은 고액의 뇌물 비자금을 조성해야 하므로 감리 현장에 충분한 자금을 투입할 수 없게 되고, 기술력이 없는 업체들도 뇌물을 통해 용역을 낙찰 받음으로써 전반적인 현장 감리부실 및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와 지난해 발생한 인천 검단 자이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모두 이 사건 수사 대상 감리업체들이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이달 초 국토부, 조달청, LH 관계자들과 유관기관 협의회를 갖고 현행 종합심사낙찰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협의했다. 종합심사낙찰제도 대상 용역의 재검토와 심사위원 풀(pool) 선정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공정성 확보 및 실질적인 검증실시, 특정 용역에 선정된 심사위원 명단 비공개 등의 방안을 논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금품 수수자들이 취득한 합계 약 6억 5,000만 원 전액을 추징보전 조치한 만큼 향후 몰수·추징을 통해 심사의 대가로 취득한 ‘검은 돈’을 전액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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