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문건설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라이용수 이디엘건설안전연구소 대표(건설안전기술사/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
전문건설이 살아야 건설이 산다.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에 비해 재해발생 원인은 후진국형이다. OECD 38개국 중 34위로 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해의 원인을 보면, 사업주의 법적임무인 안전 및 보건조치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공사규모나 공사금액이 작을수록 더욱 열악하다.
‘2024년 안전 강조 주간’에 실시된 전문건설의 안전관리 개선방안에서 도출된 공통적인 개선방안은 ‘전문건설에게 안전관리비를 더 달라’, ‘위험성평가 서류가 너무 많다’, ‘특별교육시간이 너무 많다’ 등 이었다. 결국 제도의 문제점은 최일선에서 일하는 실행의 주체, 전문건설의 몫이다. 이제 건설현장은 종합건설사가 직접시공하는 공종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대부분 전문건설에 의해서 움직여지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상생제도, 수급업체 선정기준 등 전문건설업계를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었으나 이는 전문건설에 득보다 해가 많다. 하나씩 살펴보겠다.
1. 전문건설의 안전관리비를 더 달라. 발주자가 지급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관리비는 원청사에게 지급하고 하청사에게 지급하는 것은 건설사마다 차등 지급하고 있다. 특히 안전관리자와 안전시설비가 부족하다. 노동부는 원청사의 법적 안전관리자 배치 외에 하청사도 공사금액으로 안전관리자 선임대상이면 선임토록 하고 있다. 그래서 법적 안전관리자의 수를 초과하고 있다.
하청사의 안전관리자는 단기채용으로 원청사 안전관리자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원청에서는 하청사 안전관리자의 인건비를 인정해주지 않으려 한다. 원청에서 안전관리자가 있는데 하청사까지 굳이 왜 필요한가? 안전관리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스마트 안전비용까지 추가되고 있다. 안전시설은 전체 모든 공종을 위한 공통적인 시설로 항상 유지관리가 돼야 하므로 원청사가 관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청사에는 단지 기초적인 안전보호구, 안전교육 등의 비용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원청사가 시행함이 당연하다. 그러면 전문건설의 안전비용은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2. 위험성평가 서류가 너무 많다. 대기업으로 갈수록 서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나간 것은 삭제하지 않고 새로운 것들은 계속 추가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중대재해발생의 원인인 유해위험요인과 안전대책의 포함여부가 노동부 수사의 대상이므로 기업들은 로또를 하고 있다. 노동부 감독 시 4M과 KRAS 6가지의 유해위험요인을 도출하라고 한다. 모든 유해위험요인을 찾아서 안전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단위공종에 200페이지를 돌파했다. “모든” 이라는 용어 하나가 위험성평가의 개념을 혼돈시키고 있다. 그리고 위험성평가 절차 중 위험성추정이 없어졌다. 위험성평가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대재해 방지이다. 위험성평가는 유해위험요인 中 중대재해 발생 빈도가 높고 중대성이 높은 작업 공정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작업의 허용여부를 묻는 것으로 빈도, 강도의 추정은 위험성평가의 필수 절차다.
쉽게 설명하면 ‘불안전한 상태나 행동을 반복’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중대재해로 갈 수 있는 ‘작업을 허용하지 않도록’ 하고 위험작업을 허가하는 제도이다. 그리고 위험성평가의 정점은 기본과 원칙의 준수와 반복적인 중점 위험이 제거됐을 때, 진짜 숨어 있는 잠재위험을 도출하는 기법이다. 소규모로 갈수록 안전의 기본적인 개념도 모르는데 모든 유해위험요인들을 찾아 개선하기는 어렵다. 선진국은 중점관리대상 공종에 대해 종이 한장의 작업허가서에 ‘작업계획, 위험성평가, TBM’이 포함되고 모든 것이 해결되고 있다. 위험성평가의 운영주체는 TBM팀 10명 내외의 작업팀이다. 200페이지의 위험성평가표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나?
3. 특별교육이 많다. 근로자에게도 실패한 특별교육을 관리감독자에 하니 대상공종이 근로자보다 많기 때문에 제도적인 실익을 달성할 수 없다. 미군 부대 FED(Far East District‧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극동지역에 미군 가족, 군무원들을 위한 시설물 공사) 공사는 투입 전 관리감독자에게 8시간 필수 과목에 대한 역량교육으로 끝이 난다. 관리감독자별 해당 특별교육 대상 공종을 집중교육 시키므로 역량을 향상 시키고, 그 공종에 대해 작업허가서 1장으로 요약해서 관리하므로 실질적인 안전관리가 되고 있다.
4. 상생하고 전문건설의 질적향상을 위해 우수 전문건설을 선정하라.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발주자 및 도급인에게 우수한 건설사를 선정하는 법적 책임을 두었다. 원청사는 우수한 하청사를 뽑는 기준들을 두고 있다. 특히 대기업으로 갈수록 전문건설 수준평가의 기준이 엄격해진다. KOSHA-MS 인증을 요구한다. 임원 및 대표가 현장을 자주 와서 위험성평가 점검, 개선 계획까지 제출하라고 한다. 원청사는 하청사들의 규제로 해답을 찾는다. 6만의 전문건설사 중에 KOSHA-MS 인증 업체가 100개 사도 안된다. 2만여 종합건설사도 50개 사를 넘지 못한다. 안전사고는 80% 이상이 중소규모 이하에서 발생이 되는데 극소수의 업체들이 참여하는 KOSHA-MS가 안전사고를 예방하는데, 국가적으로 얼마나 공헌하는가? 공사비 800억 원 이상의 대규모 건설현장도 10%의 중대재해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5. 안전관련 서류가 차고 넘친다. 지금 건설현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을 넘어 중대재해처벌법, KOSHA-MS, 유해위험방지계획서와 위험성평가, 그리고 안전보건대장 중에서도 특히 건설사가 이행하는 공사안전보건대장 등 안전관련 서류가 차고 넘친다. 이 서류들은 대부분 전문건설사의 몫이다. 열악한 전문건설사의 현장 조직과 비용으로 공사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이다. 기술품질사고도 대기업조차 자주 발생하고 있다. 건설기술 진흥법의 안전관리계획서, 품질관리계획서, 검사 및 시험계획서도 작동성이 떨어진다. 안전관리의 개념이 바로 예방과 피해 최소화인데. 예방방법이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계획과 그 계획의 작동성을 확인하는 점검인데 그것들이 모두 실행되지 않고 있다.
결론적으로, 전문건설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말아야 한다. 상생이 아니라 같이 죽는 길이다. 전문건설에게 필요한 하나가 있다. 공종별 시공계획서이다. 국가적인 표준화로 대한민국의 어떤 건설현장에서도 적용‧실행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다. 바로 품질, 안전, 환경, 공정 등과 중대 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 진흥법이 모두 포함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법적 문서이다. 공종별 시공계획서의 표준화로 ‘문서화, 간략화, 핵심화’되면 갈수록 PDCA의 개선된 결과들이 도출되므로 전문건설의 안전품질환경 등의 역량이 강화될 것이다.
/이용수 이디엘건설안전연구소 대표(건설안전기술사/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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