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위 계획 방향 제시에 한계”… ‘국토종합계획’ 수정안 밑그림은?국토부,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 마련 전략 논의
[매일건설신문 김동우 기자] 정부가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대응 차원에서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26~2040)’ 마련에 착수한 가운데 생활인구, 디지털 국토 공간, 스타트업 같은 새로운 산업 구조의 변화 등을 계획에 반영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1972년부터 시작된 기존의 국토종합계획에 대해서도 큰 방향만 제시했을 뿐 시대 변화에 따른 핵심 이슈를 놓쳤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17일 한국철도공사 대회의실에서 ‘대전환시대, 새로운 국토종합계획 수립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제5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26~2040)’ 마련을 위한 수정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이한준 LH 사장, 최병관 전북 행정부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최봉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회장, 박상우 국토부 장관, 심교언 국토연구원 원장, 이상주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안세창 국토정책관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국토종합계획’이란 ‘헌법’과 ‘국토기본법’에 따라 향후 20년의 국토의 장기적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공간계획이다. 1972년 제1차 계획을 시작으로 반세기를 넘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 국토 발전의 밑그림이 돼 왔다.
앞서 ‘제5차 국토종합계획(2020~2040)’은 ‘모두를 위한 국토, 함께 누리는 삶터’라는 비전을 토대로 저성장시대와 4차 산업혁명, 국토환경 개선 등에 대응하는 유연한 공간전략을 제시했다. 국토부는 올해 수정계획 마련 착수 배경에 대해 “다만, 5차 계획 수립 이후 인구감소·지방소멸 위기 가속화, 코로나 19 팬데믹, GTX 등 교통망 변화 등 국토여건이 급변했고, 5차계획은 구체적 공간계획 없이 유연한 지침으로 구성돼 도시, 교통망 등 하위 계획에 대한 수립 방향을 제시하는 데 다소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박상우 장관은 이날 토론회 개회사에서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의 60%가 청년층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수도권 과밀완화, 경쟁력 있는 공간 조성이라는 획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 기후변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대 전환시대에 맞춰 국토종합계획을 수정하고자 마련된 자리”라고 말했다.
최봉문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학회장은 “‘국토계획 없는 건설 행정은 나침반 없는 항해와 같다. 먼저 철학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러한 준비를 위해서 우리 학회는 1959년, 국토계획의 학술적인 뒷받침을 위해 전문가들의 모임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 주제 발표자인 조영태 서울대학교 교수는 ‘국토종합발전을 위한 인구 개념의 대전환’을 발표했다. “인구 지체 현상이 문제”라고 말했다. 제도와 정책이 인구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앞으로 변화될 인구 상황(양적 변화·특성 변화)에 맞춰 국토 활용 계획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며 대책으로 ‘넓은’ 국토를 골고루 활용하기(기획정책)를 제시했다. 조 교수는 포스코의 예를 들며, 서울 태생인 직원이 주민등록 변경 없이 ‘포항’과 ‘광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학교 교수는 ‘지방 인구감소 위기에 대응하는 초광역 메가시티 육성방안’을 발표하며 ‘산업 구조의 변화’를 강조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혁신 거점과 교통망연계 등 국토부 차원의 초광역 메가시티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발표 이후 기자와 인터뷰에서 마 교수는 “젊은이들이 지방에 머물려면, 플랫폼 기업 같은 요즘 일자리를 만들고 정주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아파트 특별공급, 문화시설 등’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 교수는 “기업들은 길게 보고 투자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자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토대전환 시대의 새로운 국토종합계획 수립전략’을 발표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국토종합계획의 필요성, 계획의 수정방향과 전략, 계획 수립체계 및 추진 일정’을 전달하며 “2019년 수립된 제5차 계획의 한계와 과제를 반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인구감소,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저성장 등 지난 5년의 급격한 변화를 국토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후 박양호 대구정책연구원 원장의 진행으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김현수 단국대학교 교수는 “대규모 투자를 얻은 스타트업은 강남에 모여있다”며 “스타트업은 지방의 청년을 끌어들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5차 국토계획은 초광역권 계획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자신을 “IT 쪽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5차 국토종합계획에 대해서 “디지털 국토 공간을 AI와 같이 물리적인 공간과 융합해야 한다”며 “압축·활력·포용·순환이라는 개념이 국토 종합계획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국토종합계획에 문제의식을 나타냈다. 종합계획은 모든 걸 다루다 보니 핵심 이슈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국가는 실패하고 도시는 성공한다”며 “국가의 정책은 넓고 복잡하지만 도시는 아주 단순하다. 구체적이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제승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국토종합개발계획 1차부터 들여다봤는데, 큰 방향성만 제안한다”며 “예전에 비해서 우리 사회가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어디에 거점을 육성할지, 어느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할지’ 계획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정석 중부대학교 교수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대응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연구원 관계자는 “강원도는 초광역권 형성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초광역권을 중심으로 국토종합계획이 진행된다면, 초광역권 구축을 못 하는 지역은 발전에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거점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도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앞으로 국토도시, 인프라, 기후환경, 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학회, 국책연구원, 지방연구원, 대학 등과 함께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해 국토종합계획 수정전략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향후 지자체와 ‘국토-지역정책협력회의’와 ‘찾아가는 지역 설명회’로 지역과 긴밀히 소통할 계획이다.
/대전 = 김동우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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