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윤영구표 ‘워라밸 원년’, 늦었지만 흔들림 없어야다양한 이해관계 설득할 수 있는 ‘정무 감각’ 발휘하길
윤영구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은 20일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올해를 ‘워라밸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직장선택 기준이 높은 임금에서 워라밸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인식한 것이다. 윤 회장은 그러면서도 “반대가 많다. 엔지니어링 회사들은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 경기가 어렵다’고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앞으로 ‘워라밸 원년’ 실현이 얼마나 가시밭길일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윤영구 회장은 ‘100만 회원’을 자랑하는 협회 수장으로서 이 사안만큼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
윤영구 회장은 ‘워라밸 실현’과 관련해 지난 1월 한국건설경영협회에 ‘일과 삶의 적정온도’라는 제목의 기고문까지 발표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강제수용소’ 사례와 국내 건설산업의 현주소를 연결해 ‘일과 삶의 관계에서 보는 인간다움’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협회가 1월 발표한 ‘건설기술인의 워라밸 실현 방안’을 보면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워라밸 실현’은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협회의 ‘워라밸 원년’ 선언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당연한 것이다.
‘건설기술인의 워라밸 실현 방안’에 따르면, ‘사람인’에서 가장 입사하기 싫은 기업유형을 조사한 결과 야근, 주말출근 등 초과 근무가 많은 기업이 상위 3개에 포함됐다고 한다. 한 교수는 급변하고 있는 건설환경을 고려한 미래 건설엔지니어의 원활한 진입 환경조성을 위한 정부의 관련 정책·제도 개선사항으로 ‘워라밸을 위한 적정프로젝트 기간 확보’를 꼽기도 했다. 특히 엔지니어링 사업대가가 낮게 책정돼 있어 한 사람의 엔지니어가 다수의 업무수행하고 있고, 1인당 과도한 과업수행과 촉박한 과업기간으로 젊은 엔지니어들은 워라밸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이래서야 대한민국 ‘건설기술인 유입의 연속성’을 기대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21세기는 ‘인구감소’의 시대다. 20세기가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산업화와 고도 성장을 이뤄냈다면 미래는 인구 감소를 기술로 대체해야 하는 시대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국토교통부 차원에서도 ‘스마트 건설’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을 약방의 감초처럼 주창하고 있는 것이다. 이 두 개의 ‘쌍두마차’에서 이제는 워라밸이 더해진 ‘건설 삼두마차’가 미래의 건설산업을 이끌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결국 그 기술을 운용하고 통제하는 것은 사람이고, 건설산업에서는 ‘건설기술인’이 그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워라밸’ 성공 여부에 따라 ‘건설산업과 건설기술인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는 내달 ‘100만 회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기자는 그러나 이 숫자가 더욱 무겁게 다가온다. 왜냐하면 고지를 찍는다는 것은 더 이상 올라갈 길은 없고, 결국은 내려올 일만 남겨두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영구 회장은 “회원사를 잘 설득해 워라밸 원년을 끌고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할 수 있는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힘든 길이지만 응원을 보낸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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