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트윈, 쌀독에 쌀만 채우고 있다

디지털트윈 융복합·컨트롤타워 위한 ‘디지털트윈법’ 논의할 때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3/11/14 [10:10]

[기자수첩] 디지털트윈, 쌀독에 쌀만 채우고 있다

디지털트윈 융복합·컨트롤타워 위한 ‘디지털트윈법’ 논의할 때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3/11/14 [10:10]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2023 스마트국토엑스포’는 말 그대로 ‘디지털트윈(Digital Twin‧가상모델)’의 향연이었다. 측량 장비 기업은 물론 공간정보 융·복합 기업까지 ‘디지털트윈’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웠다. 그런데 정작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각 부처와 기관들이 쌀독에 무작정 쌀만 채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디지털트윈을 쌀독에 비유한 것으로,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쌀)만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는 사례일 것이다. 

 

이번 스마트국토엑스포를 취재하면서 한 공공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 인상에 남는다. ‘새로운 위치기준포럼 2023(국가디지털트윈과 소프트웨어)’에서 김대종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사회연구본부장은 강연 말미에 “현재 우리나라에는 ‘디지털트윈법’이 없다”면서 “공간정보 3법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공공사업이 디지털트윈이라는 이름으로 발주되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한 근거는 없다는 취지였다. 현재 각 부처와 기관에서 디지털트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성과인 데이터만 정제 없이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트윈의 연결과 융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디지털트윈법’ 주장의 핵심은 디지털트윈 사업 체계를 법으로 규정해 각각의 디지털트윈을 활성화하고 이들이 연합해 바텀업(Bottom Up) 형태의 디지털트윈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탑다운(Top-Down) 방식의 데이터 생산체계와는 대비되는 것이다. 각 분야·기관별로 디지털트윈이 각자의 목적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어 융·복합에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김대종 본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가디지털트윈이 완성되려면 여러 부처가 관련될 수밖에 없다”며 “여러 부처와 기관에 산재해 있는 디지털트윈을 엮으려면 컨트롤타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디지털트윈법이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문제점은 ‘제7차 국가공간정보정책 기본계획(2023~2027)’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차 계획의 방향성은 현 공간정보가 생산 측면에서 양적으로는 확대됐지만 최신성과 융·복합 수요에는 미흡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유통 측면에서는 양적인 개방은 증가했지만 쓸 만한 데이터는 부족하고, 이에 따라 민간영역에서는 활용이 활발하지만 공공분야에서는 저조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대종 본부장은 “이를테면 데이터에 돌도 있고 쭉정이도 들어있어 밥을 짓는(가공) 데 시간이 많이 드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7차 기본계획에서도 언급된 ‘디지털트윈 컨트롤타워’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국가디지털트윈의 핵심요소를 생산, 유통하는 관리기관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 국가공간정보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처와 기관 간 협업을 주도하고, 정책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가칭 ‘디지털코리아센터’ 설립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로운 위치기준포럼 2023’을 총괄한 이영진 교수는 “위치 기반의 국가공간데이터와 국가공간정보체계는 국가데이터인프라의 핵심요소가 된다”며 “공공부문의 재정 투자와 도로, 하천 등 건설인프라 데이터를 접목한 국가디지털트윈 구축과 이를 기반으로 민간데이터를 융합하는 국가 리더십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가공간정보 기반의 ‘국가디지털트윈에 대한 미래상’이다. 

 

무엇보다 쌀독에 ‘정제된 쌀’을 채워야 한다. 또한 어렵게 모은 쌀로 밥만 짓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디지털트윈 컨트롤타워 역할 강화를 위한 ‘디지털트윈법’ 제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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