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건설단체 회장들, ‘붙박이 직원’ 인사 쇄신부터 해야

회장 임기는 3년이지만 사무국 직원 임기는 30년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3/05/22 [11:33]

[기자수첩] 건설단체 회장들, ‘붙박이 직원’ 인사 쇄신부터 해야

회장 임기는 3년이지만 사무국 직원 임기는 30년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3/05/22 [11:33]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한자리에 오래있으면 전문성이 향상되기 보다는 어느 시점 이후부터는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교통부 소속 A 과장은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자가 10여 년간 국토부와 공공기관을 출입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소속 직원들이 짧게는 1년에서 아무리 길어도 2년을 근무하지 않고 전보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주요 국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잦은 인사로 전문성이 떨어지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들었다. 그러나 이 과장의 답변은 달랐다. 

 

A 과장은 “사람은 누구든 자기가 한 일에 대해서는 장점만 보는 경향이 있다”며 “적기에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업무 결과에 대해 비교가 안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인사를 통해 직원들의 업무 성과와 능력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국토부를 비롯해 기관들이 잦은 전보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부패 및 유착 방지’ 목적도 클 것이다. 긴 시간 자주 얼굴을 보고 부대낄수록 공사 관계가 흐려질 수 있는 것이다. A 과장은 “소위 말해 직원들을 자꾸 돌리는 것은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면서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 군데 오래있으면 전문성이 향상되는 장점도 있겠지만 결국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인사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A 과장의 설명을 듣고 ‘국토부 인사관리규정’을 읽어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규정의 행간에서 느껴지는 것은 국토부가 직원들로 하여금 ‘고인 물’이 아닌 ‘흐르는 물’로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미꾸라지만 가득한 연못에 메기를 집어넣는 ‘메기론’과도 비슷할 것이다. 이 규정을 보면서 든 생각은 ‘달리지 않는 직원은 퇴출될 수밖에 없겠다’는 것이었다. 

 

국토교통부 인사관리규정은 제26조에서 ‘전보’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동일 직위에서의 장기 근무로 인한 업무 침체를 방지하고 근무 의욕 향상과 조직활력 제고를 위하여 정기적으로 전보를 실시하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수시로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전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년 1~2회 정기적으로 실시’ ‘선호부서 장기근무 및 선호부서 상호간, 민원부서 등 기피부서 상호간의 전보를 지양’이라는 내용에서는 부서별 업무 난이도와 환경을 고루 안배한 ‘인사 형평성’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국토부와 달리 민간 건설 단체들은 직원 인사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깊은 고민을 거쳐 시행해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일부 건설 관련 협단체 일부 부서의 직원들의 경우 수십 년을 같은 자리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굳이 ‘국토교통부 인사관리규정’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앉으면 눕고 싶은 인간의 이기적인 특성과 경쟁에 의한 조직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경영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현상은 아닐 것이다. 

 

건설 단체 회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사무국 직원의 임기는 30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건설 단체 회장들이 3년 임기 동안 어떤 성과를 남기고 역사에 얼마나 명예롭게 기록될지는 취임 직후 ‘붙박이 직원들’의 전보 인사로부터 출발할 것 같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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