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하루키가 건설산업에 던지는 ‘일침’미래 준비 소홀한 채 과실만, 젊은층 인력은 외면
한국건설기술인협회의 회원수가 내년에 1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데 협회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 대한민국이 인구절벽에 맞닥뜨린 현실이고, 게다가 젊은 건설인력의 유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회원수 100만명이라는 고지에 올라선 이후에는 협회가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을지도 모를 일이다.
기자는 본지 창간 27주년을 맞아 한국건설기술인협회를 기획 취재하고 있다. 앞서 협회가 이달 초 내놓은 ‘비전 2030’ 보고서 내용을 기사화했고, 협회 산하 분과별 위원회의 정책·제도개선위원장을 첫 인터뷰이로 만났다. 특히 건설기술인협회의 싱크탱크인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원장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취재를 종합하면 결국, 협회의 가장 큰 고민은 ‘인력 감소 문제’일 수밖에 없다.
협회가 이달 초 내놓은 ‘건설기술인 미래발전 비전 2030’ 보고서에는 인구절벽 상황 속 인력 감소에 대한 문제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협회는 이 보고서에서 “젊은 기술인력의 진입 기피로 인해 건설기술 인력은 부족하고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서술했다.
건설인정책연구원의 원장의 설명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연구원에서 건설기술인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대 기술인은 매년 유입되고 있지만 30대 기술인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현재의 증감율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향후 10년 후에는 현재 약 13%를 차지하고 있는 30대 건설기술인의 비중이 전체 기술인의 4.5%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는 우려였다. 원장은 기자에게 “무엇보다 젊은층 건설기술인의 감소는 경험을 통해 쌓은 기술적 노하우가 단절된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렇듯 국내 건설산업은 국가적으로 인구 감소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인력 부족과 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 차원에서도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 등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건설인정책연구원의 분석은, 젊은층 인력의 이탈은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근로환경 및 처우, 그리고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비롯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건설 관련 학과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생산방식에 대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연구원의 지적이다.
어느 산업이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는 것이고, 사람이 없다면 산업은 존재할 필요도 없고 존재할 수도 없을 것이다. 물론 인력 유출은 비단 건설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기자는 젊은층 인력의 이탈 문제에 대해 건설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근로환경 및 처우, 부정적 이미지에서 비롯됐다는 건설인정책연구원의 분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건설산업은 그동안 급격한 경제 성장세 속에서 미래에 대한 준비에는 소홀한 채 과실 따먹기에만 급급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산업의 이미지와 내실을 가꾸지 못한 채 젊은층 인력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의 이런 상황을 굳이 인문학적인 표현으로 접근하자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서 언급한 구절이 떠오른다. ‘인생은 비스킷 통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비스킷 통에 비스킷이 가득 들어 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잖아요?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자꾸 먹어버리면 그다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죠.’ 이 구절에서 인생이라는 단어를 ‘건설’로 바꾸면 현재의 건설산업에 대한 일침이 되지 않을까.
/홍제진 부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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