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기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해 지난 20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 맞춰 협회 홍보팀은 많은 분량의 자료를 배포했는데, 그만큼 현재 협회 회원사로 구성된 감리사와 설계사들의 현안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료의 행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송명기 회장과 협회 직원들의 어깨에 아주 큰 짐이 얹혀져 있다는 점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건설ENG 제도개선 및 젊은 인재 유입 방안 ▲BIM 등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 방안 ▲종합심사낙찰제 개선 현황 ▲협회 교육기관 경쟁력 확보 방안 ▲CEMS(건설엔지니어링 관리시스템) 개선 등 회원사 서비스 강화 계획 ▲2023년도협회 운영 방안 및 향후 계획 등의 설명이 있었다. 이 중 기자가 눈여겨본 것은 ‘BIM(건설정보모델링) 등 스마트건설기술 활성화’ 방안이다. 왜냐하면 BIM과 스마트건설기술은 국내 건설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들 기술은 현재의 국내 건설시장에서 마치 ‘계륵’같은 신세이기도 하다. 특히 정부는 정부대로, 설계사는 설계사대로, 시공사는 시공사대로 BIM을 바라보는 시각이 복잡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스마트 건설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건설산업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공공사업에 BIM을 순차적 의무화하고 있다. 현재 공사비 1천억 원 이상 도로·철도·건축분야는 설계 BIM 의무화가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2028년까지 300억 원 이상의 전 분야에 BIM 의무화를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소속된 설계사들은 ‘BIM 의무화’에 대해 그리 반기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낮은 대가에 있다. BIM 도입 시 실익은 발주청과 건설사에서 99% 이상을 차지하고, 설계자는 편익이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그 이유다. 회원사들이 BIM 활용을 위해 BIM 소프트웨어 및 고사양 하드웨어 구비, 전문인력 양성 등 과도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외에도 2021년 7월 국토부에서 고시한 기본 및 실시설계 BIM 대가도 미흡한 수준이며, 기재부의 설계 예산요율이 상향되지 않는 한 실제 설계사업에 BIM 대가 적용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정부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현재의 ‘BIM 의무화’는 아직은 시기상조이거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BIM 의무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과 업계의 준비가 미흡한 상황인 데도 정부의 정책은 급진적이라는 지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업계에서는 현재의 ‘BIM 대가’를 최소 25%는 높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인력 감소가 심각한 국내 건설시장에서 BIM 등 스마트 건설기술 활성화는 필요하고 가야 할 길인 것은 맞는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하지만 BIM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대가‧예산 및 저작권 보호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이후 BIM 의무화를 시행해 달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을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BIM 의무화’ 속도전이 되레 BIM 기업과 기술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떠올릴 때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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