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원희룡 장관은 영화 ‘시카리오’의 어떤 역이 어울릴까?

준법과 불법 사이에 갇힌 ‘타워크레인 월례비’, 고르디우스 매듭 형국

허문수 기자 | 기사입력 2023/03/09 [12:05]

[기자의 시각] 원희룡 장관은 영화 ‘시카리오’의 어떤 역이 어울릴까?

준법과 불법 사이에 갇힌 ‘타워크레인 월례비’, 고르디우스 매듭 형국

허문수 기자 | 입력 : 2023/03/09 [12:05]

▲ 허문수 부국장         © 매일건설신문

 

‘시계의 구조를 알려고 하지 말고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것을 보라.’

 

2015년 개봉한 미국 영화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에서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 역)의 이 대사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요즘이다. 우리가 정의라고 믿었던 것은 ‘진짜 정의’가 아닐 수도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대대적으로 선언한 ‘타워크레인 월례비 근절’이 풀기 어려운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는 사상 최악의 마약 조직 소탕 작전을 다룬 영화다. 미국 국경의 무법지대를 배경으로 FBI 요원인 케이트(에밀리 블런트 역)와 CIA 소속의 작전 총 책임자 맷(조슈 브롤린 역), 작전의 컨설턴트로 투입된 정체불명의 남자 알레한드로(베니시오 델 토로 역)가 등장한다. 그런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극한 긴장 상황 속에서 이들의 목표는 제각각이다. 

 

영화 내용에 따르면, 멕시코 마약 카르텔 소탕 작전은 난제다. 국제법과 미국법, 멕시코법, 외교법 등이 얽혀 있고, 미국 내 범죄를 소탕하는 FBI와 국외 범죄를 담당하는 CIA, 그리고 멕시코 현지인인 알레한드로가 소속된 특수용병인 델타포스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범인을 미국으로 호송하게 될 때 법 집행 권한은 FBI에만 있고, 그래서 FBI 요원인 케이트가 투입된 것이었다. 극중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케이트와 마약 카르텔을 향한 개인적인 복수심에 불타는 알레한드로는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알레한드로는 케이트를 향해 “시계의 구조를 알려고 하지 말고 시계바늘이 가리키는 것을 보라”고 말했을 것이다. 원리원칙주의자를 향한 일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연일 건설노조를 때리고 있다. 원희룡 장관은 지난 8일에는 경기도 수원시에 위치한 공동주택 공사현장을 방문해 월례비 수수 등 타워크레인 부당행위로 인한 피해현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건설 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선포한 것이다. 

 

그러자 민노총 건설노조는 최근 대한건설협회에 주 52시간 초과 근무 거부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을 위협하는 작업 요구 금지 등의 요구 사항을 담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월례비 대가로 초과근무와 위험근무를 했지만 이제는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 선언에는 ‘준법 논리’가 동원됐는데, 졸지에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협회는 이 ‘준법 선언’에 갇힌 형국이 됐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 8일 본지 통화에서 “노조가 법을 지키면서 일을 하겠다는데, (현장 공기 지연에 대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건설 안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월례비 불법행위 근절’을 선언했지만, 정작 건설현장에서는 공기 지연에 쫒긴 나머지 ‘제2의 월례비’ 관행이 암암리에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선한 취지의 ‘노조 때리기’가 더 큰 불법을 잉태 할 수 있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건설협회는 9일 부랴부랴 타워크레인 노조 태업에 대한 대책으로 ‘타워크레인 조종사 인력 풀(Pool)’ 구축 방안을 내놨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미봉책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근절에 나선 원희룡 장관과 건설노조의 준법 선언, 건설협회의 대응은 풀기 어려운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다. 그래서 기자는 오래 전 봤던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영화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고, 원희룡 장관은 이 영화에서 어떤 역할이 어울릴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허문수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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