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의도 북카페 ‘하우스(How’s)’의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정치부 기자는 아니지만 신문사 사무실이 하우스와 같은 빌딩에 있어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하우스를 보면서 ‘정치는 생물이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2년여 간 하우스를 다녀간 사람들의 면면도 바뀌었고, 공간적으로는 하우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서다.
하우스가 문을 연 건 지난 2020년 10월 21일이다. 오신환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주축으로 국민의힘 소장파 인사들이 협동조합을 꾸린 데 따른 것이다. 약 297㎡(90평) 공간에 정치·사회과학 서적을 파는 서점과 강의실, 유튜브 스튜디오로 꾸며졌다. 직접 둘러본 하우스는 말 그대로 커피숍이자 북카페였다. 한 쪽 벽면은 책장으로 꾸며졌는데, 책의 면면을 보니 당시 야권의 자유보수주의를 설파하는 내용을 담은 서적이 주를 이뤘다. 누구든 하우스에 있는 책들을 열심히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유와 시장을 사랑하는 ‘보수주의자’가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우스는 ‘정치문화플랫폼’을 표방한 만큼 대전 직전까지 시끌벅적했다.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물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 시절 하우스에서 토론회 등에 참석하기도 했다.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는 토론회부터 시작해 정치 전문가와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 주관하는 조찬 포럼 등도 하루가 멀다하고 열렸었다. 하우스는 대선 이전 야권의 ‘정치 사랑방’이었다.
그런데 대선 이후 ‘하우스의 풍경’도 달라진 것 같다. 사람들의 발길도 다소 줄어든 듯보인다. 야당이 여당이 된 시점부터다. 정치의 가장 큰 목표는 정권 창출인 만큼 윤석열 정부의 출범으로 야권 인사들을 사랑방에 모이게 한 요인이 사라진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 8월 오신환 협동조합하우스 대표가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임명된 점도 다소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일반 방문객들에게는 커피 맛과 공간적 분위기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남 양산 사저 인근에 ‘북카페’를 연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은 공교롭게도 ‘여의도 하우스’가 지난 13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일정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북카페의 이름은 ‘평산마을책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월이나 3월 인근 마을의 주택 한 채를 리모델링해 선보일 전망이다.
‘여의도 하우스’가 그랬듯 평산마을책방도 ‘더불어민주당’ 등 현 야권 인사들의 ‘정치 사랑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짧게는 오는 2024년 4월 치러지는 제22대 총선과 길게는 2027년 3월 치러질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과 야권 인사들이 필승 결의를 다지는 정치 플랫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평산마을책방의 책꽂이에는 ‘여의도 하우스’와는 정반대 내용의 서적이 꽂힐 가능성이 크다. 진보의 가치와 큰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책들이 방문객을 맞을 것이다. 최근 국민들의 정치 성향이 극단으로 갈린 채 사회적으로 큰 문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의도 하우스든 평산마을책방이든 방문객은 일부로라도 자신과는 다른 성향의 북카페를 찾아 다양한 책을 통해 ‘정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북카페의 ‘커피 맛’일 것이다.
/윤경찬 편집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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