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이 주도’하는 스마트건설… 설계기준·시방서에 ‘측량코드’ 부여한다국토지리정보원·대한공간정보학회, ‘건설측량 설계기준 제정’ 간담회건설측량 설계기준, 오는 14일 중앙건설심의위원회 심의·내년 시행 표준시방서는 올해부터 개정 작업, 내년 12월에 중심위 심의 예정 최윤수 교수 “측량기술자들이 보다 더 품위 있게 인정 받자는 취지”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건설 설계기준(KDS)과 표준시방서(KCS)에 ‘측량코드’를 부여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 의견 수렴을 위한 ‘건설측량 설계기준 제정’ 간담회가 지난 8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열렸다. 이번 ‘측량코드 제정 연구’는 건설산업의 디지털화와 자동화에 따라 새로운 ‘측량의 역할’을 부여한다는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과 대한공간정보학회 컨소시엄은 ‘건설측량 설계기준(KDS)’ 초안에 대해 지난 10월 건설기준위원회 심의를 거쳤고, 오는 14일 중앙건설심의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KDS 제정과 관련해 전문인력 양성, 용역대가(품셈) 현실화, 향후 측량과 BIM(빌딩정보모델)의 관계 정립에 대한 숙제도 드러냈다.
이날 대한공간정보학회 컨소시엄에 따르면, 현재 건설공사의 핵심 가이드 역할을 하는 KDS(설계기준)와 KCS(표준시방서)에는 스마트 건설에서 요구하는 측량기술을 포함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토지리정보원은 스마트 건설에서 요구하는 측량 수요의 대응을 위해 건설측량코드(KDS) 개발과 제도화를 추진해왔다.
국토교통부 설계기준(KDS)은 시설물 설계자가 설계업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시설물이나 작업에 대해 품질·강도·안전 및 성능 등을 유지하기 위한 설계조건의 최저한계를 규정한 기준이다. 표준시방서(KCS)는 시설물의 안전 및 공사시행의 적정성과 품질 확보 등을 위해 시설물로 정한 표준적인 시공기준이다. 이번 연구는 KDS와 KCS에 스마트 건설에 대비할 ‘측량코드’를 부여한다는 목적이다. 연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재명 서경대 도시공학과 부교수는 이번 사업의 효과에 대해 “3차원 객체 기반 모델의 지형정보 생산부터 설계데이터와 융합, 자동화 시공 시 위치 서비스와 시공품질관리, 유지관리까지 측량의 종합적 역할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건설산업에서 ‘측량 관련 기준 부재’로 많은 문제가 따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주요 입찰참가자격 기준에 따르면 측량은 엔지니어링에 포함돼 발주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재명 교수는 “측량은 분담이행 방식 및 설계에 포함해 공공측량업 등록으로만 입찰제한을 하고 있으며 분야별 기술자 평가는 없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계에 포함 발주된 측량의 경우 제경비 및 기술료를 제외한 직접비의 약 60% 수준으로 측량 하도급비가 책정되고 있다. 저가 하도급으로 인한 부실 측량과 비전문가의 측량작업 수행 등으로 불법 재하도급과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특히 전체 설계 금액에서 설계측량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하천 분야 약 10~20%, 도로 분야 3.5~5%, 택지 분야 10~15%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명 교수는 “이를 평균하면 설계측량 평균금액은 약 10%로 추정되고 토목 분야에서 설계측량의 연간 금액은 3,500억원 수준으로 보인다”며 “측량기준을 통해 제도권 하에서 측량의 역할을 보장하게 된다면 측량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는 측량코드 부여 KDS·KCS 제정과 관련해 전문인력 양성, 용역대가(품셈) 현실화, 향후 측량과 BIM(빌딩정보모델)의 관계 정립에 대한 숙제도 드러냈다. 이날 참석한 산·학·연 관계자들은 “늦었지만 좋은 방향이다”며 측량코드 부여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성급한 추진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측량업계의 한 관계자는 “측량 기준들이 항상 뒤처지고 있지만 3차원이 되면 기존에 있던 측량 품셈은 어떻게 할 것이냐”며 “결론적으로는 스마트 건설에서 BIM(빌딩정보모델)의 기본적인 로우(raw) 데이터를 측량이 만들어주는 것인데, 향후 측량과 BIM의 업역 다툼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재명 교수는 “측량코드 KDS는 건설토목 분야에 적합하게 만들어진 것이고, 기존 BIM의 업무영역과 관련해서는 측량은 지형모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고 했다. 이번 측량코드 작업은 토목 분야의 ‘자동화 시공’이 목표인 만큼 건축 설계 분야의 BIM과의 업역 다툼 우려는 ‘시기상조’라는 의미로 해석됐다.
시공측량업체의 한 대표는 “KDS가 시행된다면 기존대로 설계하는 사람들의 지시를 받고 측량이 일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설계가 측량를 따라오는 것인지 의문이다”면서 “지금까지는 설계하는 사람들에게 측량이 하청식으로 진행돼 왔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재명 교수는 “앞으로는 KDS 기준으로 스마트 건설에서는 측량과 설계 기준이 대등한 입장에서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측량품셈과 공공측량 작업규정 및 성과심사에 대한 법·제도 정비 문제점도 제기됐다. KDS 제정시 이들과의 관계도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태식 테이즈엔지니어링 대표는 “공공측량 성과심사와의 관계 판단은 앞으로 고민을 해야 한다”며 “품셈 제정 등의 후속 작업들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번 기준은 그냥 기준에 머무를 수 있다”고 했다. KDS 제정과 더불어 다양한 법 제도적 후속 작업들을 감안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KDS와 KCS에 측량코드를 부여하는 것은 ‘측량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이다. 발주처에서 과업지시서를 작성할 때 KDS와 KCS가 근거(가이드라인)가 되는 만큼 ‘측량산업의 위상 제고’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재 측량코드가 부여된 KDS는 오는 14일 중심위 심의를 통과할 경우 2023년부터 적용된다. KCS는 올해부터 개발 중으로 2023년 중심의 심의를 거쳐 2024년 공표될 예정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측량코드를 부여한 KDS와 KCS의 타당성 제고를 위해 내년부터 공간정보관리법 개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명 교수는 “현재 스마트 건설의 ‘건설기술진흥법’과 공간정보관리법이 매칭이 안 되는 상황이다”며 “스마트 건설이 본격 도입되면 다른 건설 분야도 품셈을 만들어야 하고, 법·제도의 개정도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측량 설계기준’ 연구 책임자인 최윤수 서울시립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궁극적으로 우리 측량 분야의 발전을 위한 것이고, 측량기술자들이 보다 더 품위 있게 인정 받자는 것”이라며 “KDS 제정과 맞물려 법·제도 부분의 심층 검토가 필요하고, 기존의 이해 당사자들과의 조율도 필요한 만큼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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