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량업계 반발에 정책 미룬 지리원… “내년에 수준측량 실사 진행”

28일 국토지리정보원 ‘1·2등 기본 수준측량 품셈개정 2차 공청회’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2/11/28 [18:49]

측량업계 반발에 정책 미룬 지리원… “내년에 수준측량 실사 진행”

28일 국토지리정보원 ‘1·2등 기본 수준측량 품셈개정 2차 공청회’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2/11/28 [18:49]

측량업계의 ‘현장 실사 데이터’ 의문 제기에 사실상 ‘백기’

품셈안 정당성 강조했지만 2년간 추진 정책 내년으로 미뤄

지리원 “업계·협회 등과 현장실사팀 구성해 내년 실사 추진” 

 

▲ 28일 국토지리정보원 ‘1·2등 기본 수준측량 품셈개정 2차 공청회’ 모습                    © 사진 = 조영관 기자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지리원)이 ‘기본 수준측량 품셈’ 개정 작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년에 합동 현장실사팀 구성해 주기적으로 공정별 현장실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품셈 개정안에서 품셈이 잠정 28%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측량업계는 품셈 개정안의 근거가 된 ‘현장 실사 데이터’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해왔다. 지리원이 국가 주요 정책 추진에서 업계에 ‘백기’를 든 모양새가 됐다.

 

국토지리정보원은 28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 ‘1·2등 기본 수준측량 품셈개정 2차 공청회’를 열었다. 지리원은 이날 측량업계의 ‘현장 실사 데이터’ 문제 제기를 사실상 전면 수용했다. 2년간 진행해온 정책의 결정을 ‘실사 데이터 보완’을 이유로 내년으로 미룬 것이다. 

 

앞서 지난달 22일 1차 공청회에서 공개된 개정안에 따르면, 품셈은 현행보다 약 28% 깎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준측량 편도 50km(왕복 100km) 및 답사, 선점, 매설 13점 수행 시 설계 물량을 비교했을 경우, 1등 수준측량 인건비는 직접측량비와 간접측량비를 합쳐 현행 2억2,744만3,046원에서 개정안은 1억6,276만8,261원으로 28% 감액됐다. 6,467만4,785원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관측’ 공정 품이 조정돼 1km 당 직접인건비가 현행 58만원에서 33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이에 측량업계는 ‘현장 실사 데이터’의 신뢰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해왔다. 

 

이에 지리원은 이날 2023년 ‘수준측량 용역사업’ 수행을 통한 기본 수준측량 품셈 개정안 마련 추진 계획을 내놨다. ‘현장 실사 데이터’를 신뢰할 수 없다고 측량 업계가 반발해온 데 따라 실사 자료를 다양화하고 현장실사팀을 구성해 실사를 추진, 현장실사를 위한 자문단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은 내년에 ‘기본 수준측량 품셈’ 개정 작업을 다시 추진하면서 공정별·공종별 특성에 따라 지역·규모·계절별 다양한 실사자료를 활용해 계수를 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리원을 비롯해 측량 업계와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로 구성된 ‘합동 현장실사팀’을 구성해 주기적으로 공정별 현장실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민·관 합동 현장 실사를 통해 조사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지리원은 현장실사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공종에 해당하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자문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자문단 구성은 관련 협회 추천 전문가와 발주기관 추천 전문가 등으로 구성하고 자문단은 시공절차와 조사 서식, 조사 과정 참여 및 결과에 대한 적정성 등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이 2019년 수립된 ‘표준품셈 정비계획’에 따라 2년간 진행해온 정책 결정에서 사실상 업계의 반발에 백기를 든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리원은 이번 품셈 개정 배경에 대해 “모든 측량 분야(측지·수로·지적)의 작업 규정과 품셈이 신기술과 현업의 여건에 부합하도록 정비를 추진해 왔다”고 밝혔었다. 지리원은 이번 품셈안과 관련해 “연구사업 이후 업계와 학계·협회 등이 참여한 기술소위원회를 거쳐 측량업계로부터 받은 현장 ‘실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셈을 도출했다”고 했다. 공정하고 신뢰성있는 품셈안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실제 이날 2차 공청회에서도 지리원은 “품셈은 단위작업량에 대한 등급별 인력의 투입시간을 산정하는 것이며, 실제 관측이 야간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품셈은 전체 투입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환산해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등의 답변으로 업계의 문제 제기에 반박하며 품셈안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품셈안을 사실상 뒤집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동안 진행한 품셈 개정 각 절차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진우 국토지리정보원 위치기준과장은 “내년 현장실사를 용역 형식으로 할지, 별도로 할지는 방향을 정하겠다. 내년에도 각 과정마다 (업계에) 공문을 시행할 것이다”며 “올해도 (품셈 개정 각 과정마다) 업체에 공문을 시행했는데 마지막에 이렇게 얘기(실사 데이터 문제 제기)를 하니 우리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현장 실사에 따라 ‘기본 수준측량 품셈’이 더 깎일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날 2차 공청회에 참석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 오재훈 수석연구원은 “품셈은 공공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적정한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노무비(노임)와 안전비 등은 별도이고, 품셈으로 좁혀서 얘기를 해야 빠른 논의가 된다”고 했다. 품셈은 순수 현장 작업(투입) 인원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지리원의 이번 품셈안에 동의한 부분으로 해석됐다. 

 

그는 그러면서 “건설기술연구원에서 타 분야의 품셈을 직접 조사해본 경험에 따르면, 오히려 품셈이 더 떨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지리원 기본 수준측량 품셈안의 경우 지리원이 업계로부터 받은 현장 실사 데이터(작업 대장 등)를 근거로 했고, 품셈은 현행보다 28% 깎이는 것으로 나왔지만 지리원이 직접 ‘민·관 합동 현장 실사’에 나설 경우 품셈이 이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오재훈 연구원은 “일례로 터널 현장의 품셈을 건설기술연구원에서 새로 조사했더니 10%p 가량 더 떨어졌다”면서 “만약 그때되면 업체들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고 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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