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진주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본사를 방문해 청년 직원들과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국토부가 공개한 이날 사진을 보면 원희룡 장관은 청년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자상한 삼촌’처럼 보인다. 현장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린 원 장관이 LH 청년들의 가슴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원희룡 장관의 이번 ‘청년 다독이기’ 행사가 기관장이라는 위치에서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취지였는지, 아니면 3선을 역임한 국회의원 출신이자 지자체장을 지낸 정치인의 자격으로 ‘자기 정치’를 의도한 것인지는 헷갈린다. 아마도 정치인 출신으로 장관에 임명된 만큼 이번 ‘LH 청년 감싸기’를 순수한 정책 행보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원희룡 장관은 직전 대선에서도 그랬고, 차기 대선에서도 ‘대선 주자’ 후보군으로 언급되고 있지 않나.
원 장관은 이날 사실상 ‘자기 정치’를 했다. 국토부는 이날 행사에 대해 “원희룡 장관은 지난해 LH 투기사태는 기성세대들의 과오로 인한 것이라며, 사기가 저하된 청년 직원들에게 기성세대를 대표해서 사과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이 기성세대를 대표해서 사과를 했다는 대목에선 ‘나(원희룡 장관)는 기성세대와는 다르다’는 자기 우월함과 ‘홍보성 의도’가 읽힌다. 더구나 사과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가 피해를 입은 이에게 직접 해야 진정성이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 잘못한 사람을 대신해 사과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그 ‘잘못한 사람’의 잘못을 다시 끄집어내 자기 우월함을 과시하는 데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원 장관이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은 ‘LH 부동산 투기’ 사태에 대해 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장으로서 사과를 대신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때의 사과는 ‘정책 미흡’에 대한 것이어야 하고, 무엇보다 ‘국민 전체’를 향하는 것이어야 한다. 잘못을 한 당사자들이 속해 있던 ‘LH 본사’에 찾아가서 전체 직원들의 일부인 청년들에게 LH 기성직원들을 대표해 사과를 한다는 것은 자칫하면 LH라는 조직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로 갈라치기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아무 잘못도 없고 묵묵히 자기 맡은 일을 하고 있는 ‘LH 기성세대’들의 끙끙 앓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특히 원희룡 장관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얻은 부당이익 부분과 관련해 “부당이득에 대해 50배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선거법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를 고민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는데, 누구든 잘못을 저질렀으면 관련법에 근거해 시시비비를 따져 처벌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즉 ‘죄형법정주의’를 감안할 때, 원희룡 장관이 LH 청년들에게 덜컥 ‘감정적 수사’를 던진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국토부 장관 자리가 ‘차기 정치’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원희룡 장관이 ‘정치적 수사’보다는 ‘정책의 질’로 실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윤경찬 편집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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