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넓적한 쇠막대가 고속도로 위를 날아와 자동차 앞 유리를 때리는 영상을 보고 움찔한 적이 있다. 순간 차량 운전자의 비명소리도 터져 나왔다. 승용차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 속 물체는 ‘판스프링’이다.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도구가 다른 운전자들에게는 도로 위 흉기가 되는 장면이다.
화물자동차의 ‘판스프링 낙하사고’가 잇따르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5일 안전 강화를 위한 방안을 내놨다.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한 화물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국토부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을 개정해 화물적재 고정도구의 이탈방지 필요조치 의무를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에게 부여할 방침이다.
운송사업자에게는 화물운전자 관리부실 사유를 들어 사업 일부정지 등 사업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운수종사자는 2년 이상 화물운전업 종사를 제한하고 중상자 이상 사고 발생 시에는 형사처벌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유사 입법 사례로, 적재화물 고정기준 위반으로 사망·중상자 발생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66조를 들었다.
국토부의 교통안전 강화 취지에는 모든 이가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운송 산업계 일각에서는 “모든 낙하사고를 운송자들에 떠넘기는 조치”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화물 적재 시 고정 장치를 갖춰 적재해주는 화주사가 많지도 않을뿐더러 고정 장치라도 구비 해놓은 화주사도 거의 없다”고 했다. 화주들은 화물 결박은 운송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상황에서 모든 낙하사고를 운송자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화물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들이 ‘판스프링’ 등 적재 보조 장치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판스프링은 운송사업자들에겐 유용한 도구이지만 도로 위 운전자들에겐 흉기가 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판스프링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고속으로 주행하는 도로 위에서 갑작스럽게 날아오는 판스프링의 출처는 파악하기 힘들다. 특히 화물차 주행 중 이미 도로 위에 떨어진 판스프링을 다른 자동차가 밟아 튀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사고의 책임소재도 불분명하다. 모든 장면이 도로의 CCTV나 자동차 블랙박스에 제대로 담길지도 의문이다. 판스프링 낙하사고 발생 시 소유 화물차가 파악이 안 돼 피해자 보상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판스프링 낙하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송사업자들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 강화도 필요하지만 화주들에 대한 근본적인 역할 강화도 필요해 보인다. 또한 국토부의 이번 방안이 보다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도로에 떨어진 판스프링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 판스프링에는 ‘이름표’가 없다.
/허문수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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