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찰담합 발표와 관련해 “입찰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반박 보도자료를 냈다. 그런데 이 보도자료를 곰곰이 읽다보면 현대로템이 담합에 대해 반성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향후 공정위 조사 의결을 앞두고 내놓은 ‘이의신청 선언문’인지 헷갈린다. 글과 내용이 ‘중구난방’이고 이중적이다.
13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국내 철도 제작 3사인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다원시스는 서울지하철과 김포도시철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의 차량 제작 납품 사업에서 담합했다. 공정위는 3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564억 원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 발표 이튿날인 14일 현대로템은 ‘현대로템 “입찰 담합 주도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아주 묘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현대로템은 “어떠한 시장환경 속에서도 부당한 공동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이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향후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재발방지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성문으로 시작한 보도자료는 대뜸 ‘장황한 호소식 반박’으로 이어진다. “철도차량제조업체 3개사가 최저가입찰제도에 따른 과도한 저가 수주를 피하고 비정상적으로 낮은 정부의 철도차량 예산으로 기업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가격을 확보하고자 각 기업들과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 부당이득을 위한 공동행위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2019년 당시 창구 역할만 했을 뿐 최종합의는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별도로 만나 실행됐다” “현대로템 주도 하에 이뤄졌다는 공정위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현대로템 자신들은 입찰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리가 모든 걸 다 꾸민 것처럼 공정위에서 발표한 것에 대해 해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자신들은 입찰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말 그대로 ‘주장’일 뿐이다. 공정위는 사실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며 ‘현대로템이 담합을 주도했다’고 했는데, 현대로템은 밑도 끝도 없이 ‘시장상황이 어려웠고, 현대로템이 우월적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취지로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증거는 ‘현대로템의 입찰 주도’를 가리키고 있다. 공정위가 공개한 현대로템 내부 보고용 텔레그램의 현대로템 임원과 다원시스 대표 간 대화 내용을 보면 현대로템 임원은 다원시스 임원에게 ‘W(우진산전) 관리는 맏형이라고 하는 우리가 할 수밖에 없음’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이는 다원시스와 우진산전 관계 악화로 합의 가능성에 대한 염려 표시로 현대로템의 중재자로서의 역할 수행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공정위가 증거자료로 제시한 ‘김포경전철 프로젝트 합의서’ 작성 내용을 보면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은 ~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물량을 수주한 쪽에서 하도급을 주는 게 맞는 만큼 물량을 수주한 업체가 담합을 주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업에서는 우진산전이 하도급받기로 합의하고 현대로템이 수주했다.
공정위 보도자료는 이 같은 사실 근거를 토대로 ‘현대로템이 입찰담합을 주도했다’고 하는데, 현대로템은 왜 “입찰 담합을 주도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냈는지 모를 일이다. 더구나 보도자료 앞머리에서는 “어떠한 시장환경 속에서도 부당한 공동행위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해놓고선, 말미에선 ‘입찰 주도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근거 아닌 ‘논거’로 ‘어려운 시장 환경’을 구구절절 언급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입찰 담합 3사는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굉장히 협조를 잘했고, 이에 따라 검찰 고발 조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말로 미루어볼 때 공정위 조사에서는 그렇게 순한 양이 됐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로템이 왜 갑자기 돌변하는 모습을 보였는지 그 의도가 기자는 의문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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