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들어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두 가지 어려운 숙제’가 주어졌다. 이들은 마치 물‧기름과 같고,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정책적 묘미가 필요한 사안들이다. 원희룡 장관은 취임사를 통해 “정부 출범 후 100일 이내에 250만호+α의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방향도 제시했다. 그는 “파격적 재정·금융지원, 청년 맞춤형 LTV(주택담보대출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세제혜택 등을 통해 기초자산이 부족한 청년도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전임 정부에서 폭등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어떻게 많이 짓고, 안전하게 지을 수 있느냐’가 핵심일 것이다. 거창한 계획보다는 실행 가능성이 중요하고, 이에는 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건설 시장’은 원희룡 장관의 거창한 꿈을 방해할 수 있는 ‘두 가지 난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사업 동기’가 떨어지고 있는 게 하나이고, 앞선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에서 보듯 ‘건설 사업 관리 강화’에 대한 정책적 보완 문제가 국토교통부를 압박하고 있다. 마치 엑셀레이터와 브레이크를 같이 밟는 것과 같은, 물과 기름이 하나의 그릇에 담겨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원희룡 장관은 고심을 거듭해야 할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값 상승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일감을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건설용 재료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3월 113.28에서 올해 3월 138.73으로 22.46% 올랐지만 국토부가 정하는 ‘기본형 건축비(지자체 아파트 분양가 심의 활용 주요 지표)’는 같은 기간 8.03%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철근과 목재 등 주요 건축 자재의 상승률은 30%가 넘는다. 대표적으로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인 서울 ‘둔촌주공’ 공사는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 문제로 한 달 넘게 표류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설 과정의 ‘건설사업관리(감리)’ 강화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난 광주 화정 아파트 붕괴 사고에서 보듯 현장 감리자의 역할 강화 목소리가 높다. 최근 한국건설엔지니어링협회 ‘주택감리 역량 강화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신영철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의 발표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 민간 대형공사의 사망사고 발생비율은 16.1%로 공공(1.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특히 소규모 현장에 대한 안전관리가 취약해 건설업 사망사고의 66.6%가 50억원 이하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하고, 민간 소규모 현장(20억원 이하)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건설현장에서 시공사를 관리 감독해야 할 감리자는 ‘공사중지명령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건설사들에 끌려 다니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건설 사망사고 발생 시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사후적 처벌 규정만 대폭 강화해 ‘건설사들의 안전 투자 양극화’와 ‘대형 로펌 종속’이라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원희룡 장관이 앞으로 내놓겠다는 ‘250만호+α 주택공급 계획’에는 이 같은 고민이 담기고 반영돼야 할 것이다.
/윤경찬 편집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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