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공사 따라간’ 설계사… 이젠 ‘턴키공사’ 주도한다국토부, ‘설계 주도형 기술형입찰 시범사업’ 추진최근 도공의 50억원 규모 ‘신탄진 하이패스 설치공사’ 선정 시공사 주도 턴키서 설계사는 하청 전락, 평가 공정성 문제도 ‘대형공사 생태계’ 재편 수순?… 국토부 “시범사업 후 판단”
국토교통부가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사업 구조를 기존 시공사(건설사) 주도에서 설계사 중심으로 뒤집는 내용의 ‘설계 주도형 기술형입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기존 턴키 시장을 주도하던 중견 건설사들은 우려를 나타내는 반면 설계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토부가 사실상 ‘대형 건설공사 생태계’ 재편 수순에 들어갔다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향후 현장 적용을 두고 문제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최근 산하 지방국토청을 비롯해 지자체와 관계부처에 ‘설계 주도형 기술형입찰 시범사업’ 수요조사를 위한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로공사 사업을 대상으로 건설엔지니어링업체(설계사)가 설계·시공을 주도하는 시범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번 시범사업의 대상을 내년 설계 용역 발주 예정인 50~150억원 상당의 사업으로 정했다. 아울러 설계사 단독도급(시공면허 보유) 또는 시공사와 공동도급 방식으로 입찰참여 조건을 내걸었다.
국토부가 이번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배경은 1975년 도입된 ‘턴키 입찰 제도’가 평가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있었고, 참여 설계사는 시공사의 설계업무를 단순 지원하는 형태로 하청 계약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술을 제고한다는 취지의 ‘기술형입찰 제도’의 주인공이어야 할 설계사가 사실상 시공사에 예속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번 ‘설계주도형 기술형입찰 시범사업’의 핵심은 설계사를 사업 주관사(설계 및 PM 업무 수행)로 하고, 건설업체(시공사)는 시공업무를 수행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다. 설계사가 설계·시공 전반에 책임을 지는 구조다.
국토부는 설계사에게 입찰참가에 대한 의사결정권과 사업 추진의 주도권을 부여하기 위해 설계사 자격 심사에 설계 PQ(사전 사업수행능력평가)를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설계 실적과 능력이 부족한 시공사(설계 용역 면허 보유)의 단독 참여를 사실상 제한하고, 시공 PQ 평가 기준은 완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설계사는 설계·PM(건설사업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시공사는 설계사와 체결한 계약에 근거해 건설공사를 수행해야 한다. 공사 중 발생하는 위험은 발주청과의 계약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설계자가 부담하지만, 계약금을 초과하는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시공사의 시공확약서 등을 근거로 시공사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국토부는 최근 이번 시범사업으로 ‘한국도로공사의 신탄진 하이패스 설치공사(사업기간 1년, 사업비 50억원)’를 선정했다. 기획재정부 특례 협의를 올해 안으로 끝내고 내년 초 발주 예정이다. 설계 심의는 기존 턴키 입찰 심의에서 축소(심의 위원·분야)된 형태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턴키 심의 과정에서) 업체들의 사전 로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 건설공사 생태계’를 뒤집는 ‘설계 주도형 기술형입찰 시범사업’을 두고 건설 산업계에서는 중견건설사와 설계사 간 희비가 교차하는 가운데 향후 실효성을 두고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설계사가 대형 턴키공사의 주관사로 참여할 경우 완전 시공과 하자 발생 방지를 담보할 수 있는 능력(규모)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설계 주도형 기술형입찰을 확대할 수도 있다”면서도 “설계사가 중견건설사와 경쟁이 가능한 체격이 되면 확대할 수 있지만 바로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홍제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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