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1990년대 초부터 철도청 수도권 전철 업무를 담당하면서 신설역 예정지 인근에서 온천을 개발하는 공사 모습을 보고 역명을 ‘○○온천역’이라 정하였으나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온천개발 소식을 듣지 못해 미안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가 하면, 당연히 역 신설이 필요한 지역임에도 당시 주변 아파트 개발과 관련된 회사의 민원을 수용할 수 없어 반대했던 지역에 퇴임 후 아파트가 들어서고 역도 신설되는 것을 보며 느꼈던 기억과 역 신설 반대의견이 있었음에도 전문 연구기관의 도움을 받아 신설했던 역의 이용률이 넘쳐나고 있어 보람을 느껴보기도 하는 등 많은 추억 중에서 경인선 구일역의 고가 승강장 설치는 퇴임 후에도 행여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초조함으로 잊을 수 없었던 기억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철도청은 경인 2복선 개통을 앞두고 구로역과 개봉역 사이에 있는 구일역은 상행 2선과 하행 1선 선로는 평지에 있으나 나머지 하행 1선은 고가로 설치된 열차 통과선으로 여객 취급이 불가능하여 구일역 이용객이 열차를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할 뿐만 아니라 다음 개봉역에서 하차하여 다시 이동하는 불편은 물론, 이로 인한 개봉역 혼잡까지 가중하게 되고, 광명시에서는 구일역 남부역사를 신설해 달라는 민원까지 제기되어 해결방안이 난감한 처지에 1997년 필자는 수도권 전철 실무자로서 고민하던 중 구일역을 방문하여 옥상에 올라가 한 시간 이상 오가는 열차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문득 고가 선로에 승강장을 설치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사무실에 복귀하자 청장님께서 한참 전부터 찾았다는 말에 즉시 찾아가 자리를 비웠던 사연을 보고하자 언짢으셨던 청장님께서 반색하시며 고가선로 승강장 설치의견에 동의하시면서 문제 해결의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으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았다. 국유철도건설규칙 제12조에 「정거장 내에 있는 본선의 구배는 3/1,000 이하로 한다. 다만, 차량의 해결을 하지 않는 본선으로서 전차전용 선로의 경우에는 10/1,000까지, 전차전용선 이외의 선로는 8/1,000까지로 할 수 있다.」는 규정은 20/1,000 구배의 구일역 하선에 승강장 설치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1997년 4월 11일 관계자 대책 회의에서 약 1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하행선의 구배 거리를 연장하는 등의 공사를 시행하여 10/1,000 이하로 낮추어 고가 선로변에 승강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채택함에 따라 2년 계획으로 공사를 진행하여 1999년 1월 29일 구로~부평 간 경인선 2복선 1단계 개통 후 주안까지 2002년 3월, 2005년 말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
1단계 개통에 필자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고가에 설치된 승강장을 찾아가 착•발하는 열차의 모습과 이용하는 여객들의 모습을 살피는 중 바람에 약간씩 흔들림을 느끼면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으며, 바람이 불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걱정은 구일역 고가 승강장은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2001년 퇴직 후에도 잊지 못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지금까지 아무런 이상이 없었으니 당시의 판단은 무리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지금은 기억 속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 손길신 전 철도박물관장의 철도역사 이야기는 ‘제79화’에서도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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