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 출신 사장 기용으로 보다 탄탄해진 것처럼 보이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봄볕에 살랑살랑 부는 춘풍에도 흔들리는 모습이다. 전임 사장의 해임에 따른 일련의 논란이 ‘태풍’이었다면 최근 불거져 잠잠해진 모양새인 ‘LX’ 상표 논란은 어찌 보면 봄볕에 살랑거리는 춘풍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LX가 근래 보내오는 보도자료를 보면 LX는 요즘 이른바 ‘정신 승리’에 취해 있는 것 같다. 또한 내부 분위기를 속속들이 알 수는 없지만 개인과 조직의 정체성을 담은 상표(이름) 논란을 두고도 그저 춘풍이 지나가는 과정쯤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바늘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고 했다.
LX는 LG 신설 지주사인 LX홀딩스와 벌여온 ‘LX’ 사명 분쟁을 두고 4월 30일 양 사가 함께 사용하며 공존과 상호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았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5월 1일은 LG그룹이 신설 지주사인 LX홀딩스의 출범을 공식화한 날이었다. LX는 그동안 보도자료를 통해 내용증명서 발송, 특허청에 이의 제기, 사장·특허청장 면담,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행위 신고 등 강경한 입장을 알렸지만, 이날 보도자료로 사실상 LG에 백기(白旗)를 든 모양새가 됐다.
사명 분쟁 과정에서 LX의 조급함도 드러났다. LX는 그동안 보도자료에 ‘한국국토정보공사(LX)’라는 표현을 써왔는데, LG그룹이 특허청에 LX 상표등록을 한 것으로 확인된 3월 9일 이후로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LX)’로 변경했다. 그러면서 ‘LX한국국토정보공사’라는 표현과 갈지자 행보를 보이더니 근래에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LX공사)’라고 기재하고 있다.
LX는 4월 30일자 보도자료에서 LG 신설 지주사에 LX 사명 사용의 명확한 구분을 요청해 이 안이 수용되면서 협상의 물꼬가 터졌고, 구체적인 상생 협력을 위한 실무진 협상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강경입장을 담아온 보도자료에는 ‘LX’라는 사명(社名)을 지키고 싶은데 지킬 수 없을 것 같다는 초조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반면 LX홀딩스는 꿋꿋하게 제 갈 길을 갔다. 5월 1일부터는 주요 일간지들에 대문짝만한 광고를 싣더니, TV에는 아주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을 내보냈다. 이대로는 성에 안 찬다는 듯이 유튜브에도 광고 영상이 나온다. 민간기업 ‘LX’가 공공기관 ‘LX’를 집어삼킨 듯한 광경으로 보였다. 특히 이런 일련의 광고들은 LX공사가 강경 입장을 보이기 이미 오래 전 제작을 마쳤을 것이다.
사명 논란과는 결이 다르지만 LX공사의 캐릭터 ‘랜디’와 관련해서도 야구단 ‘SSG 랜더스’가 캐릭터에 동명이름 ‘랜디’를 붙이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우리 이름이 너무 좋나보다”라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왔었다. 그런데 최근 LX공사의 보도자료에서는 SSG 랜더스의 랜디와 ‘찐친’이 됐다며 애써 웃는 모습이다.
근래 크고 작은 외풍에 흔들리는 LX공사를 보면서 측은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LX공사 관계자는 “(사명 중복과 관련해) LX홀딩스 측에 계속 강경한 입장을 보이기엔 애매한 부분들이 있었다”면서 “LX홀딩스와는 상호발전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은 만큼 관련 상생 협력을 위한 실무진 협상을 통해 실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LX공사가 LX홀딩스와 실무진 협상을 통해 어떤 실리를 찾을지, 앞으로의 크고 작은 외풍에 어떻게 대비할지 지켜볼 일이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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