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걸리면 죽는다’식 처벌은 안된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요구’ 응해야

윤경찬 기자 | 기사입력 2021/04/01 [14:03]

[데스크 칼럼] ‘걸리면 죽는다’식 처벌은 안된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요구’ 응해야

윤경찬 기자 | 입력 : 2021/04/01 [14:03]

▲ 윤경찬 편집국장   © 매일건설신문

건설업계가 두 개의 ‘거대한 파고’에 직면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업역(사업영역) 통폐합으로 종합과 전문 상호시장 진출이 허용되면서 공공 원도급공사에 의존하는 영세업체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 또 하나의 파고는 고용노동부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처벌법은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처하고,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내년 1월 법 시행을 앞두고 보다 못한 건설단체들이 보완입법을 호소하고 나섰다. 대한건설협회를 필두로 건설 관련 16개 단체가 모인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가 지난달 31일 중대재해처벌법의 보완을 촉구하는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기업들로 하여금 모호하고 포괄적인 범위까지 책임을 묻게 하는 법 조항을 수정해야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너무 포괄적이고, 처벌 또한 과도해 책임주의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 등 위반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일견 맞는 말이다. 기업에 책임을 지우는 법 취지와는 무색하게 산업현장의 실정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산업 안전의 선구자로 불리는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1931년 저서 <산업재해 예방: 과학적 접근>에서 처음 소개한 ‘하인리히 도미노 이론’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원인은 ‘불안전한 상태와 작업자의 행동’ 때문이다. 

 

산재의 88%는 불안전 행동 때문에 발생하고, 10%는 불안전한 기계적·신체적 상태 때문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머지 2%는 아무리 노력해도 막을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2:10:88의 법칙’이다. 중대재해로 이어진 작업자의 실수를 자칫 사업주라는 이유로 떠안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건설현장은 다른 산업현장과는 달리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만큼 건설근로자들이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도 크다. 이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중대재해로 이어진다. 건설업체의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무거운 책임을 부여한다면 그만큼 기업 차원에서도 현장안전 강화에 투자를 늘릴 것이다. 

 

하지만 건설단체들은 ‘걸리면 죽는다’식의 과도한 처벌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건설단체들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 인증제도’를 건의했다. 기업이 중대재해예방 전문기관에 중대재해예방업무를 위탁하고 전문기관의 지도·조언, 개선요구사항 등을 모두 이행한 경우 사고가 나더라도 법에서 정한 의무를 모두 이행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선한 법과 제도라도 강력 처벌을 구실로 따르라고 으름장만 놓아서는 안 될 일이다. 기업을 혼란과 불안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정부는 건설업계의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요구에 응해야 한다. 

 

 

/윤경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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