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간 계약’인데… 국토부의 민간공사 ‘물가변동 배제특약’ 딜레마

국토부, 지난 8월 개정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시행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3/11/07 [13:42]

‘사인 간 계약’인데… 국토부의 민간공사 ‘물가변동 배제특약’ 딜레마

국토부, 지난 8월 개정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시행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3/11/07 [13:42]

‘물가변동 조정방식’ 구체화, 분쟁 시 ‘사전 합의’ 유도

국토부 “표준도급계약서, 권고사항이지 강제할 수 없어”

건설업계 “물가변동 문구 계약서 의무화로 법 개정해야”

 

▲ 지난달 31일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30여명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KT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행사에 돌입하며 집회를 열었다.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그 ‘적법성’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발주처는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건설사들은 갑의 위치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 발주처의 ‘부당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민간공사는 ‘사인 간의 계약’이라는 이유로 적극 개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최근 물가변동 조정방식을 구체화하는 등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했지만 그 실효성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7일 본지 통화에서 “8월말에 계약자 간 물가 변동이 원활하게 협의될 수 있도록 표준도급계약서를 개정했다”면서 “그런 부분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강제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좀 어려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기존 표준도급계약서는 물가변동 기준이 모호한 부분이 있었던 만큼 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웠을 뿐더러, 개정 계약서도 권고사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국토부는 물가변동은 발주처와 시공사 간 자율적인 계약조정 과정에서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개정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는 우선 ‘물가변동 조정방식’을 구체화했다. 물가변동 여부 판단 방식을 공공공사에서 활용하고 있는 ‘품목조정률’ 또는 ‘지수조정률’로 규정한 것이다. 아울러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조정 시 금액 산출방식 등도 구체화했다. 

 

개정 표준도급계약서는 또 ‘납품대금(하도급대금) 연동제’의 기본사항을 규정했다. ‘하도급대금 연동제도(상생협력법)’는 최근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수급사업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달 4일부터 도입됐다. 주요 원재료의 가격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100분의 10 이내의 범위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하도급대금을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상생협력법에 따른 위·수탁자 간 거래와 하도급법에 따른 원도급사(발주처)와 하도급사(시공사) 간 거래인 건설공사 도급계약도 해당된다. 

 

무엇보다 개정 표준도급계약서의 핵심은 빠른 분쟁 해결을 위해 ‘사전 합의’를 유도하고 있는 점이다. 기존 표준도급계약서에는 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조정(건설분쟁조정위원회)’ 또는 ‘중재(대한상사중재원)’ 중 하나를 사전 도급계약 체결 시 계약자 간 합의를 통해 정하도록 규정했었는데 분쟁 발생 시 발주처와 시공사 간 이견으로 해결이 늦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개정 표준도급계약서는 분쟁 해결 방식을 사전에 합의해 계약서에 명기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개정에도 불구하고 ‘물가변동 배제특약’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왜냐하면 ‘물가변동 배제특약’ 자체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 사이에 모호하게 걸쳐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은 그 자체가 부당한 행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계약 당시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계약한 것이다”고 말했다.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법적 모호성은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엿볼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1조(하도급계약의 적정성 심사 등)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공기관이 발주자인 경우에는 하수급인이 건설공사를 시공하기에 현저하게 부적당하다고 인정되거나 하도급계약금액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에 따른 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에는 하수급인의 시공능력, 하도급계약내용의 적정성 등을 심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현저하게’라는 단어가 ‘공사비의 적정성’은 물론 ‘물가변동 배제특약’ 모호성의 근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배제 특약은 민간 간의 사적 계약 부분이기 때문에 무조건 안 된다고는 판단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다”며  배제 특약도 애초에 계약 체결할 때는 발주처와 시공사 간 합의를 통해 체결한 것으로, 시공사도 (공사비) 예측을 제대로 못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발주자와 시공사간 합의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대해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 상황을 이유로 ‘무효’라며 적극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물가변동 배제특약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물가변동 배제특약’과 관련해 종전에는 건설사가 물가상승률을 높게 추정했다가 실제 상승률은 그에 못 미쳐 수익을 얻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입찰가격이 낙찰자 결정에 우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건설공사에서 시공사는 최소한의 물가변동률만 반영했거나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맞물리고 있다. 

 

결국 ‘물가변동 배제특약’ 문제의 해결은 ‘건설산업기본법(건산법)’ 개정으로만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현 건산법의 ‘현저하게’라는 문구와 관련, 대통령령으로 위임해 부당특약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거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관련법에 물가변동 내용을 넣거나 물가변동과 관련된 계약문구를 계약서에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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