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처 vs 건설사 ‘공사비 혈투’… “물가 폭증했는데 공사비는 제자리”‘물가변동 배제’ 특약 논란… “도급 상생 필요한 시점”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최근 KT그룹과 쌍용건설이 KT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 사이에 공사비 지급을 놓고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원자재비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시공사의 공사비가 치솟았지만, KT가 당초 건설사들과 도급계약 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넣었다는 이유로 공사비 상승분에 대해선 ‘지급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다.
지난달 31일 쌍용건설 직원과 협력업체 30여명은 KT 판교 신사옥 공사현장에서 KT에 물가인상분이 반영된 공사비를 요구하는 유치권행사에 돌입하며 집회를 열었다. 앞서 쌍용건설은 지난 4월 성남 판교 KT 신사옥 건립공사를 준공했다. 그런데 최근 건설 원자재비가 오르면서 공사비가 171억 원 증액됐다. 이에 쌍용건설은 KT에 공사비 상승분 지급을 요구했지만 KT 측은 물가변동을 배제한다는 내용의 도급계약 특약을 근거로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9월 기준 153.67포인트로 전년 동월 대비 3.50% 수준 올랐다. 이팔(이스라엘-팔레스타인)전쟁으로 최근 원자재 및 유가 인상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는 데다, 기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가중되면서 건설 원자재 시세가 치솟은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이로 인해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공사비 분쟁 건수도 전년보다 최대 30% 수준 늘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이해당사자인 건설사들은 최근 대외여건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기존 관례적 특약에 의존해 공사비 상승분을 지급할 수 없다는 발주처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쌍용건설 측은 31일 “대기업 발주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물가상승 및 환율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하다는 ‘부당특약조건’을 고집하며 공사비 인상을 거부해 시공사와 하도급 업체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국토교통부 민간공사에 대한 계약금액 조정 등의 업무지침,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근거로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라 조정금액을 요구한 것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6일 본지 통화에서 “집회 이후 KT로부터 내부적으로 (계약금액 조정) 검토를 해보겠다는 회신을 받은 만큼 2차 집회는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두고 발주처와 건설사 간 갈등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쌍용건설 이외에도 현대건설은 KT 광화문 사옥 리모델링 공사를 2025년까지 일정으로 수행하고 있다. 아울러 이 같은 공사비 분쟁 이슈는 건설사와 하도급사의 부실공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발주사와 시공사 간 수직적 도급계약(특약) 체결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T와 무관한 중견 건설업체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러우전쟁 이전까지 대외적 불안요소가 많지 않았을 땐 물가변동분을 공사비 지급에서 빼는 특약을 넣는 것이 관례적으로 이뤄지긴 했었다”며 “다만 대기업 발주사라고 해서 지금과 같이 물가 상승폭이 큰 시점에 이러한 특약을 넣는 것은 시공사와 하청업체들의 공사비 인상 리스크를 외면하는 처사로 도급 상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두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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