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공동주택 유지보수·용역 사업비는 눈먼 돈?

입주민대표회의의 특정공법 제한경쟁 입찰, ‘담합 요인’ 된 듯

홍제진 기자 | 기사입력 2023/03/24 [08:56]

[데스크에서] 공동주택 유지보수·용역 사업비는 눈먼 돈?

입주민대표회의의 특정공법 제한경쟁 입찰, ‘담합 요인’ 된 듯

홍제진 기자 | 입력 : 2023/03/24 [08:56]

▲ 홍제진 부국장              © 매일건설신문

 

기자는 최근 한 아파트 단지의 ‘아스콘 포장 및 측구 공사’ 낙찰자 선정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사업 입찰에는 총 8개사가 응찰했는데 7개 업체의 평균 응찰가는 6억원대를 형성한 반면 나머지 1곳은 2억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7 대 1로 나뉜 업체들의 평균 응찰가 차이는 4억원에 달했다. 

 

평균 응찰가격이 이 정도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해당 아파트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특정공법 경쟁입찰’을 입찰자격으로 제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입찰공고 시 입찰참가자격으로 ‘특허 공법’을 보유하거나 ‘특허 보유 업체와 기술협약을 맺은 기업’을 제시한 것이다. 이 사업에서 2억원대 입찰가격을 써낸 업체는 입찰에는 참여했지만 자격 미달로 최저가를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주에 실패했고, 6억원대 응찰가를 제시한 7개 기업 중 최저 가격을 제시한 업체가 최종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가 유지보수공사·용역입찰담합 등 발주비리 근절을 위해 3월부터 4월까지 공동주택 합동점검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앞서 지난해 10월 ‘관리비 사각지대 해소 및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발표한 이후 같은 달 공정위·지자체와 첫 합동점검을 실시했다. 이번 점검은 올해 두 번째 합동점검이다. 그런데 합동점검의 실효성은 미미할 것 같다. 국토부는 지자체의 감사계획과 관리비, 장기수선 충당금 집행 및 사업자 선정 관련 이상 징후 등을 고려해 10개단지를 선정했다고 밝혔는데, 대상이 너무 적어 사실상 ‘보여주기식의 합동점검’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앞서 제시한 사례를 보면, 전국의 ‘공동주택 유지보수공사’ 사업에서 공공연하게 담합 행위가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기술을 장려한다는 취지의 ‘특정공법’이 공동주택 유지보수사업에서 ‘담합 형성 요인’이 되고, 사업비까지 증가시켜 결국 입주민들의 관리비에 전가될 수 있는 구조로 풀이된다. 

 

문제는 공동주택 단지의 유지보수사업이 사실상 입주자대표회의 ‘자율 결정’에 의해 진행되고, 입찰자격 및 사업 방식도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동주택 단지의 유지보수공사는 국토부 고시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입찰의 종류 및 방법’을 따라야 하는데, 입주자대표회의가 특정공법 제한경쟁 기준인 ‘입찰대상자가 10인 이상인 경우’를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특정업체에 직접 확인하는 구조다. 이 경우 특정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의 접점이 생기고, 특정공법을 보유하고 있는 특정업체는 ‘특정공법 제한경쟁 입찰’을 위해 기술협약이라는 형태로 ‘입찰대상자 10인 이상’ 기준을 맞추면서 ‘입찰 카르텔’을 조직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주택 관리비는 입주민들의 주거비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말마따나 공사비를 부풀려 과도한 관리비를 입주민에게 전가시키는 비리는 시급히 근절돼야 한다. 국토부는 입주민들이 공동주택 관리정보에 보다 쉽게 접근하고 중요한 발주사업을 엄격히 감시할 수 있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구축하는 한편,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의 ‘특정공법 입찰 적용 기준’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홍제진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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