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⑳

대금 미합의… 실제 발생 비용 기준 과징금 부과가능

변완영 기자 | 기사입력 2021/01/09 [23:44]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⑳

대금 미합의… 실제 발생 비용 기준 과징금 부과가능

변완영 기자 | 입력 : 2021/01/09 [23:44]

하도급 대금 미지급행위…시정명령·과징금 부과처분

 

▲ 정종채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Q: 원사업자가 추가 공사대금에 대해 발주자와 합의가 끝나지 않았기에 이후 정산하자고 한다, 추가공사가 끝났는데도 원사업자는 실제 발생한 비용이 너무 많아 다 줄 수 없다며 수개월째 지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회사는 부도가 나고 재하도급대금을 지급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재수급사업자들의 근로자로부터 노동법 위반으로 신고를 받아 조사받고 있다.

 

공정위에 신고를 했는데, 공정위 조사관은 추가공사대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므로 시정조치도 안되고 과징금도 부과할 수 없어 심의절차종료를 할 수밖에 없으니 민사소송이나 제기하라고 한다. 물론 서면미교부행위는 성립하지만 그 죄책이 크지 않다고 한다. 공사대금 합의도 안 해주고 이를 빌미로 공사대금을 후려치려 하는 원사업자가 정말 불공정하도급을 자행한 악질 ‘갑’이 아닌가?  그런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공정위 조사관 주장이 법률적으로 맞나?

 

A: 공정위 조사관의 주장은 법률적으로 틀렸습니다. 대금이 합의되지 않았더라고공사가 이루어졌다면 하도급대금 지급의무가 있기 때문에 지급하지 않은 행위는 하도급법 13조 위반입니다.  그리고 우리 하도급법령에서는 대금이 합의되지 않은 경우에는 실제 발생한 금액을 하도급대금으로 보고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하도급대금이 합의되지 않은 경우 실제 발생비용을 대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수급인이 일의 완성을 약속하고 도급인이 그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명시적, 묵시적 의사표시를 한 경우 보수액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더라도 도급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공사대금을 사전에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 지출한 비용에 거래관행에 따른 상당한 이윤을 포함한 금액을 사후에 공사대금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 사이에는 공사를 완성하고 공사대금은 사후에 실제 지출한 비용을 기초로 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것이다(대법원 2013. 5. 24. 선고 2012다112138, 2012다112145 판결). 그래서 대금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사가 완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원사업자에게는 하도급법 제13조를 위반한 하도급대금 미지급행위가 성립한다.

 

하도급대금 미지급행위가 있는 경우 공정위는 원사업자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 시정명령 중에서 민사상 지급의무가 있는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명하는 지급명령의 경우 법원이 불공정하도급이 없었다면 정해졌을 정당한 하도급대금을 공정위가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하지만 불공정하도급행위에 대한 중지와 금지를 명하는 시정명령은 가능하다. ‘원사업자는 향후 이런저런 방법으로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공사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도급대금을 지급하지 아니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시정명령이다.

 

조사관은 하도급대금의 2배에 위반금액비율을 곱한 금액에 일정 비율로 과징금을 산정, 부과하는데 합의가 없어서 하도급대금을 확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하도급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에 관한 고시」 II. 5.에 의하면 “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하도급거래에 있어 실제로 발생한 금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추가공사대금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가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이고, 실제 발생한 비용은 공정위가 영수증, 증빙, 인건비 지급조서 등을 통해 확정할 수 있다. 법원에서 공정위가 입증하기 어렵다고 본 ‘불공정하도급이 없었다면 정해졌을 정당한 하도급대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사관이 하려고 하는 심의절차종료는 갑질을 한 원사업자에게 면죄부가 될 수 있다. 수급사업자가 정당한 권리를 위하여 민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이런 심의절차종료가 민사법원에서 하도급법 위반도 없고 원사업자의 행위가 그리 잘못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공정위는 함부로 심의절차종료를 해서는 안 된다. 

 

물론 대금합의가 되지 않고 공사대금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원사업자가 반성하고 공정위 심의 전에 하도급대금을 자진하여 지급한 경우라면, 자진시정으로 보아 심의절차종료를 할 수 있다는 판결이 있지만(서울고등법원 2016. 5. 26. 선고 2016누33003 판결),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수급사업자, 재수급사업자, 그리고 근로자들까지 피해를 준 악질 원사업자에게 심의절차종료를 하려고 하는 조사관은 잘못이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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