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메이드인코리아’ 수력발전 꿈꾼다

[인터뷰] 김진훈 수자원공사 물인프라에너지연구소장

김동훈 기자 | 기사입력 2020/11/18 [13:55]

수자원공사 ‘메이드인코리아’ 수력발전 꿈꾼다

[인터뷰] 김진훈 수자원공사 물인프라에너지연구소장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0/11/18 [13:55]

50MW 규모 수차 러너 100% 국내 기술로 개발 성공

효율도 세계 최고 수준… “해외시장 진출 시발점 될 것”

 

▲ 김진훈 소장은 “이번 개발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발점이 된 만큼 앞으로 많은 수력 전문기업이 육성되고 나아가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매일건설신문

 

“이번에 순수 국산 힘으로 개발한 러너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엔진쯤 돼요. 내후년까지 자동차 완제품(수차)을 우리 힘으로 만들어 낼 겁니다.” 

 

지난 11일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내 한국수자원공사 연구소에서 만난 김진훈 수자원공사 물인프라에너지연구소장은 한껏 상기돼 있었다. 최근 공사는 수력발전설비 중 하나인 수차(hydraulic turbine) 러너(Runner)를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러너는 물의 위치에너지를 기계적 회전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수차의 핵심부품이다.

 

수자원공사 물인프라에너지연구소는 물에너지 기자재 인증‧성능시험 인프라를 활용한 물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진훈 소장은 인재개발원 기술교수직을 거쳐 올해부터 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물인프라에너지연구소가 이번에 만든 러너는 직경 2.5m의 거대한 원형 구조물이다. 수압관에서 나온 물이 러너를 회전시키고 그 과정에서 전기가 생산된다. 이번에 만든 러너는 50MW 규모로 일년에 약 7.5만M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240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설계부터 제조, 모의실험까지 모든 과정을 국산 기술로 제작했다. 수자원공사가 사업 주관기관으로 설계 검증 및 품질관리를 맡고, 한국기계연구원이 러너 설계, 이케이중공업이 제작과 설치를 맡았다. 지난 5년간 전체 80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물의 낙차를 이용해 동력을 얻는 수차는 제작 후 문제가 발생하면 수력발전설비 전체를 다시 건설해야 하는 위험부담이 있어 성능시험의 정확도가 무척 중요하다. 때문에 실물을 만들기 전 모형으로 먼저 모의실험을 진행하는데, 모형수차 역시 국내 기업인 금성이앤씨가 제작했다. 약 8대 1 비율로 축소시켜 지름 32cm가량의 모형수차를 만들어 냈다.

 

김진훈 소장은 ”산·관·연 컨소시엄 잘 협력해 좋은 성과를 낸 케이스“라면서 앞으로 수력발전설비의 해외 의존성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그동안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중규모급 수력발전용 수차는 대부분 일본이나 유럽 제품이었다. 

 

현재 만들어진 러너는 현재 실증을 위해 합천수력발전소에 설치돼 있다. 기존 합천댐에서 쓰던 제품 역시 1989년에 들어온 일본 후지社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보통 40년을 노후화의 기준으로 보고 있다. 

 

▲ 합천댐으로 입고되고 있는 러너. 뒤 자동차를 보면 러너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매일건설신문

 

러너 자체 효율도 대폭 끌어 올렸다. 김 소장은 ”기존 합천 후지社 효율이 92% 정도였으나 노후화에 따라 점차 효율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개발한 러너는 94.7%로 측정됐는데 이는 세계적인 최고수준인 94%를 웃도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소수력발전 효율은 85% 안팎이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특수하게 해외 전문가들과 비대면 효율시험을 진행했다. 김 소장은 ”러너를 만들면 우리도 제3자에게 검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 전문가가 국내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면서 "결국 보디캠으로 러너를 실시간으로 비추면서 데이터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50MW 개발을 시작으로 설비용량을 점차 키워 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국내 포함 전 세계적으로 수력발전설비는 5MW 이하가 70%”라면서 “이번 개발은 단번에 높은 수준으로까지 올라간 것인 만큼 향후 100MW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시화조력에는 25.4MW 수차가 10개, 대청댐에는 45MW 2개, 소양강댐에는 100MW 2개, 충주댐에는 100MW 4개가 들어간다.

 

▲ 약 8배로 축소된 모형수차 러너. ©매일건설신문

이를 바탕으로 향후 공사는 수차 전체를 국내 기술로 만든다는 목표다. 실제로 현재 공사는 국내 여러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러너를 포함한 대청댐 수차 전체를 제작·개발 중이다. 2022년 12월까지 개발 완료가 목표이며, 향후 2030년까지 사업비 6428억 원을 투입해 10개 수력발전소의 노후 설비를 점진적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김 소장은 ”기본적으로 물이 많아야 수력발전이 가능한데 그런 면에서 국내 시장은 너무 작아 그동안 대기업들이 진출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개발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발점이 된 만큼 앞으로 많은 수력 전문기업이 육성되고 나아가 해외까지 진출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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