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현대사회는 본격적인 기계시대의 진입에 따른 산업화의 길로 접어들었다. 1933년 근대건축국제회의(CIAM)에서는 아테네 헌장(Charter of Athens)을 통해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건축도시공간을 조성하는 원칙을 제시하고자 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서구사회에서는 이러한 원칙들이 지나치게 이상적인 공간적 원칙이라는 비판과 함께 수정 및 보완되었다. 이에 반해 한국 사회에서 이 규범은 해방과 전쟁 이후의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대규모 신도시와 아파트 공급을 위한 든든한 이론적 뒷받침이 되어 주었다.
2008년 미국의 비우량 담보주택 문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제만이 아닌 사회 전반에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대두되었고, 2020년에는 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으로 기존 사회 질서의 전면적 변화가 현실이 되었다. 완전한 원격근무 등 다양한 이유로 실행을 미루어 왔거나 어려웠던 정책이나 기술도 다시 조명되고 있다.
2020년 이후의 건축도시공간은 그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법한 새로운 형태의 인간 활동체계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현상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찍이 구글 등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빅데이터의 활용에 투자하는 등 데이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건축도시분야에서는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지식과 인사이트를 추출하기 위해 과학적 방법론을 도입하는 융합분야인 데이터사이언스(data science)가 대두되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과 유사하게 정형, 비정형 형태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로부터 지식과 인사이트를 추출하는데 과학적 방법론, 프로세스, 알고리즘, 시스템을 동원하는 융합분야다.
이는 데이터를 통해 실제 현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데 통계학, 데이터 분석, 기계학습과 연관된 방법론을 통합하는 개념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양질의 공공데이터가 융·복합된다면 증거기반의 건축주택 정책지원체계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건축도시 데이터사이언스 체계 구축은 건축물 안전, 에너지 이용에 대한 사전적 예측, 주택시장진단이나 도시성능 모니터링도 가능하게 한다. 단지설계에서 토지이용과 건축계획이 도시건축통합계획과 같이 높은 수준으로 통합되어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수준에서 운용된다면 문제해결을 위한 분석도구로서 이 체계가 특히 유용하게 작동한다.
물론 데이터사이언스 체계의 정착을 위해서는 기초 데이터를 생산하는 공공부문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공유하려는 노력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 등 철저한 관리노력이 있을 때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인간 편의성을 위한 도시형 로봇 친화형 로봇시티(Robot city) 설계, 도시형 항공교통(UAM) 통합환승 등 미래형 공간설계에는 건축가이자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서의 역량을 겸비한 전문가들이 활동하게 될 것이다.
최준영 (서울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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