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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⑪
하도급계약 전 착수준비 단계, ‘부당위탁 취소’ 안 돼
변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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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8/3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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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체결 기대… 계약체결상의 과실 책임(손배) 가능

 

▲ 정종채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Q: 종합건설회사로부터 하도급 요청을 받고, 계약조건 등 상당 부분 협의가 됐고 공사기간이 너무 빠듯해 필요한 장비 임대 및 자재 구매 등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다. 그런데 종합건설회사가 계약 교섭이 결렬되었다고 통보했다.  물론 원도급사가 공사 진행을 위한 준비를 미리 하라고 한 적도 없지만, 그동안 준비과정에서 손해를 본다. 이는 하도급법상 부당위탁취소에 해당되는 것 아닌가?


A: 결론적으로 하도급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부당위탁취소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탁취소는 이미 위탁계약, 즉 하도급계약이 성립된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만 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를 주었고 이를 믿고 준비를 한 것이라면 원도급자에게 계약체결상의 과실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  

 

하도급거래가 성립하지 않으면 하도급법이 적용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도급법의 규정들은 모두 원사업자 또는 발주자에게 행위의무나 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원사업자에 대하여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한 자’(하도급법 제2조 제2항), 발주자에 대하여는 ‘원사업자에게 도급하는 자’라고 정의하여(하도급법 제2조 제10항), 하도급거래의 성립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한편, 하도급거래는 일반적으로 당사자 간 계약이 체결되거나 또는 계약체결이 명확하지 않더라도 원사업자의 위탁에 의하여 수급사업자가 위탁업무에 착수한 경우에 성립한 것으로 본다(묵시적 계약체결). 그런데 양 당사자 간 교섭이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여 거래가 무산된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특히 그 교섭의 정도가 상당부분 진행되어 수급사업자가 계약이 체결될 것임을 믿고 계약체결 될 경우에 필요한 투자나 준비를 한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대법원은 관련 사건에서 하도급계약 교섭 중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경우라면 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계약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하도급법도 적용될 수 없다. 다만 일정한 경우 계약체결상의 과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공사금액 외에 구체적인 공사시행 방법과 준비, 공사비 지급방법 등과 관련된 제반 조건 등 그 부분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견적서, 이행각서, 하도급보증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였다는 것만으로는 하도급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하여 상대방이 행동하였음에도 계약체결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위법한 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2001. 6. 15. 선고 99다40418판결).


하도급법 제8조 제1항은 ‘원사업자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한 후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돌릴 사유가 없는 경우에는 제조 등의 위탁을 임의로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해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당위탁취소 금지의무이다.


그런데 동 규정은 위탁이 성립하여야 적용된다. 위탁성립은 일반적으로 하도급계약이 성립되어야 되는 것이다. 계약이 결과적으로 성립되지 않았다면 위탁이 이루어진 것이라 볼 수 없고 따라서 위탁취소가 있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이 사안의 경우 하도급법 제8조 제1항의 부당위탁취소에 해당한다 볼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대방이 계약 체결에 대한 기대를 주고 그 기대를 배신하는 등 책임을 지울 사항이 있다면 계약체결상의 과실을 이유로 (신뢰이익)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한편, 통상 위자료 배상은 그 금액이크지 않을 뿐 아니라 재산상 손해가 인정되는 경우 정신적 손해를 별도로 인정하는 않는다(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722 판결).

 

 

정종채 변호사(하도급법학회장, 법무법인 에스엔 조세/공정거래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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