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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터널화재, 국토부 ‘관리지침’부터 바꾸자
터널 내 고압미세 물 분무시설 설치 필요
변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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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2/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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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완영 기자  © 매일건설신문

지난 17일 낮에 발생한 순천~완주고속도로 ‘사매2터널’ 참사 동영상을 보면 현장에 있지 않아도 비명이 나온다. 내가 그 도로를 주행 중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하면 남이야기가 아니다.

 

이 도로는 터널과 교량이 특히 많고 여수산업단지를 오가는 탱크로리등 대형화물차 통행이 많아 자칫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도로였다. 사고당일 5.6cm의 폭설이 내리고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한국도로공사가 제설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발이 터널입구까지 들어갔다. 여기에 운전자의 부주의까지 겹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CCTV화면상으로 대형화물차가 터널 우측 갓길에 정차하자 뒤따르던 차량이 피하면서 차량 정체가 발생했는데, 뒤에 오던 질산 탑재 탱크로리와 곡물 탑재 탱크로리 등이 급제동을 하지 못하고 추돌했다. 이후 잇따라 오던 차량 20대가 연쇄 충돌한 것이다.

 

사고가 난 대형트럭 3대 중 화학물질을 담은 탱크로리는 두 대로, 이 가운데 한 대에서 질산이 새어나와 화재로 번진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로써 사망자는 5명, 부상자는 43명 등 총 48명의 사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규모에 비해 사상자가 많았다는 것이 문제다.

 

피해를 가중시킨 것은 무엇보다 터널 내 허술한 안전시설이었다. 터널 안 화재 발생 시 가스와 연기를 밖으로 배출시킬 수 있는 환기시설이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무사히 차량에서 빠져나온 사람들 증언에 의하면 사고발생 후 연기와 유독가스로 인해 터널 출구나 대피로를 찾는 데 어려웠다고 한다.

 

국토교통부에서 규정하고 있는 ‘도로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 의해 터널을 등급별로 나눠 그에 해당하는 방재시설을 적용하고 있다. 등급은 터널연장과 위험도를 기준으로 총 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길이 1km미만 터널은 물 분무시설, 제연설비, 자동화재탐지설비 등 설치의무 대상이 아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터널의 길이는 710m라서 3등급에 해당하고 화재대응 시설이 구비되지 않았다.

 

다만 도로공사는 내부방침으로 교통량이 많은 500m이상 1km이하 터널에 관련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의무사항은 아니다. 그래서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1km가 안 되는 짧은 터널은 대략 405개인데 이 중 제연시설이 있는 곳은 10% 정도인 42곳뿐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관리지침이 2004년도 만들어진 것으로 16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규정을 손질해야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독일은 400m, 프랑스는 300m이상인 터널은 제연시설이 의무적이라고 한다.

 

또한 방재전문가들은 전기설비들이 많고, 유류로 인한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도로터널에는 스프링클러가 아닌 고압미세 물 분무시설 설치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낡은 규정은 과감하게 고쳐나가는 것이 개혁이다.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탓하기에 앞서 정부가 규정을 손보는 등 솔선수범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한다.

 

 

 

/변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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