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술제안평가 점수 정정한 서울시, 단순한 해프닝일까?

엑셀 파일 오류 이유로 평가 종료 후 합산 결과 정정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19/07/17 [07:16]

[기자수첩] 기술제안평가 점수 정정한 서울시, 단순한 해프닝일까?

엑셀 파일 오류 이유로 평가 종료 후 합산 결과 정정

조영관 기자 | 입력 : 2019/07/17 [07:16]
▲ 조영관 기자     ©매일건설신문

최근 만난 공간정보산업계의 한 기관 관계자는 기술제안서평가위원회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느냐의 기자의 물음에 손사래를 쳤다. 그는 “잠깐 평가위원으로 등록돼 있었지만, 등록 이후 어떻게 알았는지 업계에서 모르는 이들이 수시로 찾아오더라”고 말했다. ‘아무런 이권에도 개입되지 않고 싶다’는 말로 들렸다.

 

관계자의 이같은 말은 정부 및 각 지자체에서 사업 발주 시 시행하고 있는 입찰 방법 중 하나인 ‘기술제안평가’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보다 나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선정해 공공사업의 기술 성과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진행되고 있는 ‘기술제안평가’에서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발주하고 입찰을 진행한 ‘3D 기반 버추얼 서울 시스템 구축용역’은 그중 한 사례다. 이 사업은 3D 데이터 기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가상모델) 플랫폼 환경을 기반으로 재난안전과 교통편의 등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 체계를 마련한다는 취지다.

 

이 사업에는 공간정보 기업 2곳이 경쟁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A사와 B사를 관계자들을 불러 제안발표를 진행했다. 교수 및 공공기관 등 공간정보 전문가 8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단과 서울시 공간정보담당관 관계자들은 당일 가격개찰을 하고 평가점수를 합산해 내부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문제는 이후에 터졌다. 평가위원들이 ‘가나다’ 형식으로 평가한 평가표를 토대로, 서울시 담당자들이 자동 수식이 지정돼 있는 엑셀 파일을 이용해 점수를 합산하는 과정에서 엑셀 수식의 오류를 발견했다는 이유로 합산평가표를 정정한 것이다. 27일 오후 서울시 공무원들은 각 평가위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합산표의 점수 수정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수는 15점, 우는 13.5점을 엑셀에 넣어야하는데, 엑셀 파일에는 3점이 들어간 식”이라며 “엑셀의 수치화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긴 것으로, 기계적인 수치 오류를 정정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엑셀 파일을 옮기면서 오류가 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고도 했다.

 

엑셀로 합산을 낸 후 수기로 재차 확인하는 과정에서 합산 오류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관계자는 “만약 정정이 안 되고 결과가 나갔다면 되레 우리가 점수를 조작하는 꼴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최대한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 일을 하다가 이런 문제점을 발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음날 평가 결과의 공식 발표 이후 경쟁에 참여했던 두 기업의 반응은 서로 엇갈렸다. 경쟁에서 이긴 업체는 기술 우위에 있는 자사가 선정된 것은 지극히 바람직하다는 입장이고, 사업 기회를 잃은 기업에서는 ‘어떤 이유로든 평가결과를 평가 종료 이후 정정하는 게 정당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넘어 ‘서울시와 평가위원들의 개별 접촉 시 무슨 일이 있었을지 아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어쩌자고 서울시는 이런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나. 기자는 이번 평가가 끝난 후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다들 말을 아꼈다. ‘평가업무 수행과정에서 습득한 정보 등을 외부에 누설하면 어떤 처벌이라도 감수한다’는 보안각서가 이들의 입을 막았을 것이다.

 

최근 건설산업의 침체에 따라 공간정보산업계 또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이번 실수로 서로 협력해도 모자랄 공간정보 기업들을 서로 의심하게 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이래서야 ‘단순한 해프닝’이라는 서울시의 해명을 누가 쉽사리 납득하겠나.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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