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은 늦더라도 먼저 선(先)착공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국토부의 갑질’이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의 ‘연내 착공’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4월 GTX-A노선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은행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현재 연내 착공을 위해 협상 과정에서 실시설계 등의 절차를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의 문제를 낳고 있다.
철도 업계 관계자는 “설계도 안 됐는데 어떻게 착공을 하느냐”며 “최대한 서둘러도 올해 안에는 착공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GTX-A 노선 연내 착공에 대한 철도 업계의 시각은 ‘불가능’으로 모아진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기술협상을 거쳐 사업시행자로 결정돼도 기술협상을 진행해 실시설계 협약을 맺는 데까지 6개월이 소요된다. 이후 1년가량의 실시설계를 거쳐야 하는 만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아무리 빨라도 1년은 걸리는 것이다.
결국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국토부는 업계를 밀어붙이고, 국토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업계는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사비 증가와 공사기간 연장의 위험성과 부담을 떠안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당초 일정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건 맞는데, 올해 착공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설계를 토대로 관계기관 협의를 해야 하고,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그에 따라 실시계획 승인을 진행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얘기로 일관했다.
국토부의 ‘연내 착공 조급증’은 국토부가 지난 6월 신한은행 컨소시엄에 발송한 한 건의 ‘공문’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민간투자사업 추진에 따른 협조 요청> 공문을 통해 ‘실시설계 협상 과정에서 실시설계 절차를 병행해 빠른 시일 내에 실시계획 승인 및 착공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국토부는 수도권 교통난 불편해소를 위한 핵심 사업인 GTX-A노선이 10년 이상 장기 지연돼,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의 ‘협상 중에도 실시설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안내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실시설계를 사전 병행할 경우 자칫 협상 결렬 시 민간사업자로서는 투입한 비용을 모두 날릴 우려로 작용한다. 당장 매출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일단 막대한 비용부터 투입하라는 꼴이다.
무엇보다 환경부가 제동을 걸고 나선 ‘북한산 터널 통과’ 문제도 연내 착공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철도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에 하청까지 몇 십 개의 업체가 얽혀있는 상황에서 만약 계약이 틀어지게 된다면 업계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김현미 장관의 지역구를 의식한 결정과 문재인 정부의 대형 프로젝트 착공 등의 의욕에서 비롯된 국토부의 GTX-A 노선 연내 착공 무리수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순리대로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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