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사전은 재생(再生)을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남을 뜻하는 명사로 정의한다. 영어사전이라면 낡은 물건을 재활용하는 의미가 우선일 것이다. 그래서 도시재생은 글자그대로 낡은 도시에 생을 불어넣는 작업이 된다.
도시재생이 필요한 이유는 모든 건물과 가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노후된 지역을 꺼리면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이것이 구도심의 쇠퇴이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하다면 오히려 그런 지역이 적합할 수 있다. 쇠락한 곳이기에 임차인들은 그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거주하거나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제시되는 도시재생의 방향은 모두 동일한 맥락이다 종전과 차이가 있다면 이번에는 재개발과 재건축을 배제하기에 과거에 도시재생의 사례로 대표되던 록본기 힐스(Roppongi Hills)같은 일본사례는 빠졌다. 구겐하임 빌바오(Guggenheim Bilbao)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식상해져서 잘 언급되지 않는다.
물론 이들을 따라했다가 실패한 많은 사례들도 다뤄지지 않는다.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측에서는 좋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로 제시되는 것들은 비슷하다. 구시가라면 빈티지함을 살리면서도 모던한 느낌의 건물현대화나 공원화 등을 통해 유동인구를 유입함으로써 상권 등의 지역활성화를 얻는다. 대상이 주거중심의 달동네이더라도 맥락은 동일하다. 항만이나 폐철로같은 공공시설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도시재생이 현실화되면 해당 지역의 값어치가 부쩍 오른다. 물론 그에 맞춰 임대료도 상승하므로 젠트리피케이션은 결국 도시재생의 숙명이 된다. 게다가 도시재생을 노린 투자자들도 나타난다.
현실에서는 도시재생을 위한 지구지정만 되도 가격이 오른다. 지자체가 타당성 조사같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면 더욱 그렇다. 이런 지역에서는 부동산소유자, 주거임차인, 지역상인 등 이해관계자도 여럿이다. 도시재생의 대상이 공공시설이라면 지자체와 중앙부처간의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문제는 현 시점에서 이런 현안을 풀어가도록 제시되는 주된 방안이 협의체 구성을 통한 ‘갈등해결’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위해 도시재생사업의 투입인력에게 협상스킬을 교육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도시재생사업의 교육대상에 지역주민까지 포함된 모 지자체의 커리큘럼에는 갈등해소와 함께 교육목표와는 상이한 4차 산업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유는 단순히 4차 산업이 상반기의 최대 이슈이자 새 정부의 중점과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의 소유권 등이 걸린 첨예한 사안을 이해당사자간의 협의와 조율만으로 풀기는 어렵다. 그에 공공부문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우리 정서에서도 금전적인 문제에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엮인 사안은 법적 소송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지자체별 도시분쟁조정위원회의 실적이 미미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정부차원에서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평가지표를 곧 도입한다. 공공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평가는 필요하지만, 이런 현황에서 사업실적이 지표화되면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특히 한국의 대도시에는 외국의 사례처럼 친밀한 지역공동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도시재생이 필요한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지금의 방법으로 전국적인 도시재생사업의 성과를 내려는 것이 맞을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
더구나 부동산가격의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 시점에서, 도시재생으로 노후화된 대도시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부동산가격도 안정시키겠다는 것은 서로 상충되는 방향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방안은 열어두면서도, 지금처럼 도시재생사업을 밀어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성공적인 도시재생에는 해당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벌어지는 현상과 정부의 지원책이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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