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재 시 영업이익 5% 과징금, 로펌만 웃는다

안전을 이유로 늘어나는 공기·공사비, 발주자는 준비되어 있나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10/02 [17:23]

[기고] 산재 시 영업이익 5% 과징금, 로펌만 웃는다

안전을 이유로 늘어나는 공기·공사비, 발주자는 준비되어 있나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10/02 [17:23]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산업재해로 1년간 노동자 세 명 이상이 숨진 사업주에게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개정안은 처벌 중심의 제재가 경제적 제재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이 제도가 실제로 사고를 줄일 수 있을지는 법조문보다 앞으로 벌어질 소송과 시장의 반응에 달려 있다고 본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영업이익의 5%라는 비율만 정했을 뿐 절대 금액의 상한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야당이 과징금에 50억원 상한을 두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영업이익이 큰 대기업일수록 과징금이 수백억 원에서 그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과징금 금액이 커질수록 처분을 받은 기업이 소송에 나설 유인도 커진다. 건설업계에서 영업정지 처분이 취소소송과 집행정지로 수년씩 미뤄져 온 전례를 떠올리면 이번 과징금도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있다.

 

이때 논쟁의 한가운데에 놓일 것은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이다. 현장에서 사고의 원인이 관리의 부실에만 있지 않고 작업자의 임의 행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사망자 한 명 한 명에 대해 의무 위반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다툴 것이다. 세 명이라는 요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과징금 자체가 부과되지 않으므로 이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어 전략이기 때문이다.

 

과징금의 요건이 제38조, 제39조, 제63조에 따른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한정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전확보를 위한 방호장치와 작업방법 같은 물적 조치가 재판의 중심이 되고 도급인에 대해서는 보호구 착용 지시 등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적인 조치를 제외한다는 제63조 단서가 공방의 지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처분하는 쪽의 부담도 가볍지 않다. 앞서 서울시가 GS건설에 내린 영업정지는 서울고등법원이 서울시가 증명책임을 다하지 못한 이상 처분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취소되었다. 노동부 역시 구체적인 의무 위반 조항과 사실을 입증해야 하며 사고조사의 정밀도가 곧 처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부과액의 비례성 문제도 남는다. 금액 상한이 없는 만큼 시행령의 부과 기준과 감경 규정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위헌 시비와 재량권 일탈·남용 다툼이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구도에서 가장 먼저 웃을 쪽은 대형 로펌일 가능성이 크다. 사망자별 인과관계, 의무 위반의 특정, 예견가능성, 부과액의 비례성까지 쟁점이 층층이 쌓여 있고 형사사건과 행정소송, 민사 손해배상이 동시에 얽히기 때문이다. 과징금이 수백억 원대로 커질 수 있는 대기업은 처분 단계의 의견 제출부터 집행정지, 본안소송까지 전문 인력을 갖춘 대형 로펌을 앞세워 총력 대응에 나설 것이다. 반면 영업이익이 크지 않은 중소·중견 사업장은 같은 수준의 방어를 할 여력이 부족하다. 법이 노린 대상은 안전 투자를 게을리한 기업이지만 제재의 결과가 소송 수행 능력의 차이로 갈릴 위험이 있다.

 

고용 시장에 미칠 파장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사망 사고 한 번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앗아갈 수 있다면 기업은 위험 요인을 사전에 줄이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위험도가 높은 공정과 직군의 인력 규모를 줄이거나 자동화와 외주 축소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채용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사고 위험을 낮추려는 기업이 체력과 반응 속도, 건강 상태를 이유로 고령층보다 젊은 인력을 선호하게 될 수 있다. 다만 연령을 이유로 한 채용 배제는 연령차별 금지 법리와 충돌할 소지가 있어 실제로는 암묵적 선호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일할 수 있는 고령 노동자가 현장에서 밀려난다면 이 법이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결과가 될 것이다.

 

원·하청 구조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원청은 협력업체의 사고가 자사의 과징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 협력업체의 안전보건역량을 입찰과 계약의 핵심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와 사고 이력이 부실한 업체는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안전 수준이 높은 업체에 물량이 몰리는 것은 바람직한 선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선별이 곧바로 사고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에는 신중해야 한다. 산업재해 사고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훨씬 많이 발생해 왔고 사고의 중심이 되는 영세 사업장과 하청 현장은 과징금 구조의 직접적인 압박권 밖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일거리를 잃은 업체는 안전 투자 여력이 더 줄어들고 남은 일감을 단가 압박 속에 맡게 되면 현장의 위험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결국 사고가 일어나는 곳과 제재가 향하는 곳이 어긋난 채로는 전체 사고 건수가 눈에 띄게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발주자와 시공사의 관계도 달라질 것이다. 과징금의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시공사는 안전을 이유로 발주자에게 공사기간 연장과 공사비 증액을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다. 안전한 작업 순서와 충분한 공기, 적정한 인력과 장비는 모두 비용이기 때문이다. 이런 요구는 안전 확보를 위해 정당한 측면이 크다. 

 

다만 예산과 공기에 쫓기는 공공 발주자와의 협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계약 변경을 둘러싼 분쟁이 늘어나고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 더 나아가 시공사가 사고 위험이 높은 공사에 아예 입찰하지 않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심한 지반 조건이나 해체, 고소·심야 작업이 겹치는 공사, 공기가 촉박하거나 예정가격이 낮은 공사는 과징금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유찰이 반복될 수 있다.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공사 수행이 곤란해지면 도로, 철도, 상하수도 같은 인프라의 완공이 늦어지고 그 비용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시행 후 유찰률과 공사비 증액 추이, 공기 연장 건수가 이를 가늠할 지표가 될 것이다. 이 문제를 시공사의 몫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발주자가 적정 공기와 공사비를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결국 이 제도의 실효성은 몇 가지에 달려 있다. 과징금이 사고 후 상당한 기간 안에 확정적으로 집행되는가, 기업이 소송 대비를 위한 기록 관리가 아니라 현장의 방호조치와 감독 자체에 투자하는가, 원청의 압박이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 지원으로 이어지는가, 그리고 발주 단계에서 안전에 필요한 공기와 비용이 반영되는가이다.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것만큼이나 제재가 예방 투자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과징금이라는 칼을 쥔 정부와 이를 막으려는 기업 사이의 공방이 이제 막 시작되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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