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직접지급합의의 발생요건과 범위,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의 소멸시기
하도급법상 직접지급합의는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3자 간에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합의는 묵시적, 순차적으로 이루어져도 가능하다(서울고등법원 2015. 5. 28. 선고 2014나2045193 판결). 다만 채권양도 방식의 직접지급합의(이는 반대 측면에서 채무인수로 볼 수 있다)는 민법상 채권양도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채권양도의 경우 양도인의 채무자에 대한 채권양도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은 확정일자있는 증서로 해야 한다(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6311 판결). 그래서 이런 방식의 직접지급합의는 묵시적인 방식의 직접지급합의는 불가능하고, 순차적인 방식의 직접지급합의도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도급법상 직접지급합의가 이루어지면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보게 된다. 그래서 하도급법상 직접지급합의가 이루어지면 그 합의의 대상이 된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의 범위 내에서 합의 시점에서 소멸하게 된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이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한 경우에는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대금 지급채무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여, 건설하도급의 경우 동 조항에 의해 발주자가 직접지급한 범위 내에서만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소멸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하도급법 제34조에서 건설산업기본법 등이 하도급법에 어긋하는 경우 하도급법을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건설하도급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3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고 하도급법 제14조 제3항이 적용될 뿐이다. 따라서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직접지급합의를 한 때에 발주자의 수급사업자에 대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하고 그 범위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한다(대법원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가 이미 발생한 하도급대금에 대해 발주자가 하도급법 제14조에 따라 직접지급하기로 합의한 경우라면 직접지급하는 하도급대금이 특정되므로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 하도급 거래 초기에 하도급법상 직접지급합의가 이루어지는데 그 합의 시점에는 하도급대금 지급채무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직접지급합의가 미치는 범위와 이후 원사업자의 채권자에 의한 가압류나 압류 등이 이루어질 경우 직접지급합의와 가압류 및 압류 등의 우열관계가 문제된다.
하도급법 제14조 제3항, 제1항 제2호의 취지 등에 비추어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합의한 경우’에 발주자는 바로 그 하도급대금 전액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사업자가 제조·수리·시공 또는 용역수행한 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고 그 범위 내에서 발주자의 원사업자에 대한 대금지급채무가 소멸한다고 해석해야 한다(대법원 2008. 2. 29. 선고 2007다54108 판결 참조). 이 경우 하도급계약상 하도급대금 지급시기가 도래해야 한다거나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청구해야만 원사업자 채권자의 가압류 등에 대해 대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제주지방법원 2022. 11. 23. 선고 2020나15386 판결,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6311 판결).
반면, 직접지급합의가 채권양도(채무인수)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고 미래 발생하는 하도급대금을 양도하는 취지로 이루어진 경우라면, 그 이후 원사업자 채권자에 의한 가압류나 압류 등이 있더라도 수급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직접지급채권은 가압류나 압류에 대해 대항할 수 있다.
2. 하도급법상 직접지급합의와 그 외 직접지급합의의 구별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거래에 있어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3자 간에 발주자가 원사업자 대신 수급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직접지급합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판례는 이 경우 3자 간의 합의가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의 직접지급합의인지 아니면 민법 상의 채무인수 합의인지 여부는 당사자 간의 의사표시 해석의 문제로 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5. 5. 28. 선고 2014나2045193 판결은 ‘사적 자치의 원칙상 관련 당사자들이 하도급대금에 관한 직접 지급 합의를 함에 있어서 하도급법의 규정과 다른 다양한 내용의 개별적 합의가 가능하고, 그 합의의 법적 성질이 하도급법상의 직접 지급 합의(수급인의 도급인에 대한 대금지급청구권을 배제하는 배타형 합의이다)인지 아니면 하도급법상의 직접 지급 합의와 유사하나 수급인의 대금지급청구권도 하수급인의 권리와 함께 존속하는 병존적 합의인지, 또는 일반적인 제3자를 위한 계약이나 채권양도, 채무인수 등 다른 유형의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합의의 내용과 당사자의 의사 등을 기초로 한 법률행위의 해석 문제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직접지급합의가 후자인 경우 그것이 발주자가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지급채무를 병존적으로 인수하는 의미인지 아니면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지급채무를 면책시켜주는 의미인지 여부 또한 당사자 의사표시 문제이지만 당사자의 의사가 면책적인 것임이 명확하지 않으면 병존적, 중첩적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다36228 판결).
이런 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 3자간에 하도급법상의 직접지급합의를 하기로 한다고 명시적으로 합의하거나 또는 하도급법 제14조 제2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직접지급합의를 하는 경우, 원사업자에 대한 발주자의 대금지급채무와 수급사업자에 대한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지급채무는 그 범위에서 소멸한다고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는 이상, 민법상의 병존적, 중첩적 채무인수로 보아야 한다.
3. 추가하도급대금에 대해서 직접지급합의가 효력이 있는지 여부
직접지급합의에서 추가하도급대금에 대해서도 직접지급하기로 하는 명시적으로 합의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접지급합의는 추가하도급대금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봄이 합당하다. 이는 발주자의 예측가능성 및 법적 안정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당연한 법리이다. 서울고등법원 2021. 1. 15. 선고 2019나2042601 판결은 ‘당사자 사이에 계약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툼이 있어 처분문서에 나타난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 약정이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약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하수급인에게 지급하기로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에 합의하는 경우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 이때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의 직접 지급 합의 후에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별개 계약에 따라 추가적인 공사대금이 발생한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위 직접 지급합의의 효력이 미치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다229478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다.
다만, 발주자가 추가공사 또는 변경공사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발주자가 직접 수급사업자의 시공내역을 검수하여 하도급대금을 직접지급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발주자가 사실상 원사업자를 대신하여 수급사업자의 추가공사 또는 변경공사를 지시하거나 묵인함으로써 발주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추가공사대금 또는 변경공사대금을 직접지급하기로 묵시적으로 합의한 경우로 볼 수 있으므로, 발주자에게 추가공사 또는 변경공사에 대한 하도급대금에 대해서도 직접지급합의에 따른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창원지방법원 2021. 12. 2. 선고 2020나62935 판결 사안은 발주자에게 특정한 경우 추가하도급대금에 대한 직접지급의무가 인정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사안에서는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를 부정한 판결이다.
해당 사안에서 피고는 발주자이고, C가 원사업자, 원고는 수급사업자이다. 원도급계약은 2016. 2. 11.경, 하도급계약은 2017. 1. 10.경 체결되었고 그 무렵 직접지급합의가 이루어졌다. 원고는 2017. 6. 14. 원사업자인 C에게 변경공사로 인한 추가금액을 통지하였고, 피고와 원사업자 C 사이에는 준공을 앞두고 정산합의가 이루어졌고 2017. 9. 27. 사용승인이 이루어졌다. 수급사업자 원고는 2017. 11. 16. 발주자 피고에게 추가공사내역을 첨부하여 추가공사를 승인하고 추가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라는 서면을 보냈는데, 피고는 ‘원고의 추가시공분에 대한 물량정산금액을 C이 피고로부터 수령했다면 C이 원고에게 추가공사비를 지급하여야 할 것이고, 피고가 C에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피고가 원고에게 그 대금을 지급하여야 할 것이다’라는 답신을 보냈다.
항소심은 발주자,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의 직접 지급합의 후에 수급인과 하수급인의 별개계약에 따라 추가적인 공사대금이 발생한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위 직접 지급합의의 효력이 미치는지는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함을 전제로(대법원 2018. 6. 15. 선고 2016다229478 판결 등 참조), ① 이 사건 추가공사 중 제1심 감정에서 추가공사금액이 인정된 부분은 대부분 창호의 유리를 높은 단가의 자재로 변경 시공한 부분들이어서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당초 공사내역과는 항목에 있어 큰 차이가 없는 점, ② 이 사건 건물의 준공이 예정일보다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원고 및 C이 발주자인 피고의 요구나 동의 없이 기존 설계보다 더 비싼 자재를 사용하여 변경 시공할 이유는 없는 점, ③ 피고는 이 사건 준공금 정산합의 당시 창호공사 부분에 변경공사가 있음을 알고 있었고, 투입 물량 확인이 필요하다고 하며 일부 공사대금은 그 지급을 유보하고 차후 정산 후에 지급하기로 한 점까지 종합해 보면, 피고는 원칙적으로 이 사건 직불합의에 따라 원고에게 이 사건 하도급계약의 공사금액 범위 내에서 공사대금을 직접 지급하되, 이 사건 추가공사(실질적으로는 ‘변경공사’라고 함이 정확하다)를 포함하여 원고가 이 사건 하도급 공사 과정에서 실제로 시공한 부분이 확인되면, 그 실제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원고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는 법리는 인정하였다. 다만, 해당 사안에서 수급사업자가 추가공사대금에 대해 정산받았다고 보아 발주자의 직접지급합의는 부정하였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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